"군대 보상 없어" "여자만 비서"…곳곳서 터지는 20대 '젠더 충돌'

"정부 기관서 하는 실속 없는 성평등 정책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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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8일 대구 중구 동성로 민주광장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시민단체, 정당 등 31개 단체 회원들이 '성평등은 생존이다'를 주제로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27차 대구경북여성대회'를 열고 있다. 2021.3.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지난 3월8일 대구 중구 동성로 민주광장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시민단체, 정당 등 31개 단체 회원들이 '성평등은 생존이다'를 주제로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27차 대구경북여성대회'를 열고 있다. 2021.3.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최근 남녀가 민감해할 만한 '젠더 이슈'가 연이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군 경력을 승진 자격 기간에 반영하지 않기로 하면서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남자 스스로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라'고 제안하는 영상을 올려 많은 남성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동아제약에서는 신입사원 공채 면접에서 여성에게 성차별에 해당하는 질문을 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수많은 여성들이 반발했다.

18일 어려서부터 인터넷에 친숙해 젠더 이슈에 대해 크고 작은 논쟁을 해온 20대들에게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를 물었다. 특히 20대는 4·7 재보궐선거에서 각 후보자에 대한 정치적 선호가 성별에 따라 가장 크게 차이났던 세대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했다는 장모씨(27)는 "부모님 세대에는 여자에 대한 성차별이 분명히 존재했지만, 이제는 여자가 차별받을만한 게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여자가 사회적 약자의 입장이어서 정치권이 이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했지만, 이제는 남자도 정치권에 요구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임모씨(27)는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이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한다"며 "남자는 힘들게 고생해서 군대를 다녀와도 보상이 전혀 없고 여자는 사회생활 중 임신·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기에 둘 다 차별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최근 일을 시작한 염모씨(25·여) 역시 "한국 사회가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불평등하다"며 "요즘에는 기존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사람이면 모두 '페미니스트'라고 규정짓고 이상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여성 차별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교에서 페미니즘 입문이라는 수업을 들었었는데 남자들은 항상 죄인처럼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는 입장을 취하더라"며 "남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들이 느끼는 가부장제의 억압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해방구가 없으니 페미니즘이 그들에게 차별적이고 억압적으로만 느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회사에 다닌다는 강민영씨(27·여·가명)는 "한국 사회가 여자한테 불평등하다고 느낀다"며 "취업 과정에서 회사가 남자를 더 많이 뽑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왕이 궁녀를 간택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사원 중에 비서가 필요하면 무조건 여자만 시킨다"며 "여자만 커피 타는 식의 잡무를 억지로 해야 하는 게 싫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공기관에서 군 경력을 승진 자격 기간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의견을 냈다.

장씨는 "군대를 원해서 간 것도 아닌데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승진 과정에서 가산점을 주는 방안이 아니더라도 제도적으로 군인에 대한 처우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씨는 "군대를 제대하고도 예비군 훈련을 하고 전쟁이 나면 징집도 되는데 관련해서 보상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며 "군 경력이 승진 자격 기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건 솔직히 불만"이라고 강조했다.

강씨는 "군대 복무를 회사에서 승진이나 호봉이랑 연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군대 월급을 올려주는 등 다른 보상 방안을 찾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제작한 영상(캡쳐.)© 뉴스1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제작한 영상(캡쳐.)© 뉴스1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남자가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라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만든 것에 대해서는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장씨는 "한국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나라"라며 "남자가 가해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라는 게 말이 되냐"고 꼬집었다.

강씨는 "사실 남자가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증명하는지도 모르겠다"며 "동영상이 실속이 없고 추상적인 내용만 담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염씨는 "그런 영상도 그렇고 정부나 정부 기관이 여성 전용 주차장같이 이상한 정책을 시행해 여성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만 강화하는 것 같다"며 "여자들은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동아제약 채용 면접 과정에서 나온 성차별적인 발언 사례처럼 채용부터 직장생활 전반에서 여성이 받는 차별은 분명히 있으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강씨는 "여성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차별적인 요소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여성이 경제적인 위치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다른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씨 역시 "취업스터디를 하다 보면 몇몇 회사 면접에 여자가 거의 못 올라간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며 "여자들이 취업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하고 임신·출산 등으로 직장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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