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초점] '모범택시' 통쾌한 다크히어로와 불편한 잔혹 연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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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모범택시' © 뉴스1
SBS '모범택시' © 뉴스1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죽지 말고 복수하세요 모범택시'.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가 구원해주지 못한 피해자들을 위한 '모범택시'가 운행을 시작했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통쾌한 복수극을 이루는 비현실적 판타지 다크히어로 '모범택시'는 어떻게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게 됐을까.

지난 9일 처음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극본 오상호/연출 박준우)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가 억울 한 피해자를 위해 복수를 대신해주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 대리만족 선사하는 판타지 '다크히어로' 팀 무지개운수

'정의가 실종된 사회, 전화 한 통이면 오케이'라는 문구는 '모범택시'를 가장 잘 표현하는 한 줄. 공권력에도, 사회에도 도움을 구할 수 없던 이들이 잡은 마지막 동앗줄 '모범택시'가 펼치는 짜릿한 복수극은 시청자들에 통쾌한 대리만족을 안기며 순항 중이다.

'모범택시'가 그리는 사건들은 현실과 맞닿아있다. 어린 아이에게 참혹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은 희대의 성범죄자 조도철(조현우 분)이나, 지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폭행, 감금, 노동착취 등 인권유린을 행한 '젓갈공장 노예사건', 집요하고 잔인하게 급우를 괴롭히는 학교 폭력 에피소드들은 그간 사회를 뒤흔든 여러 사건들을 연상하게 한다. 그 가운데 경찰의 발길질에 맞아 쓰러지는 피해자 가족 장면도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하기도.

이러한 소재와 전개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유사 사건을 생각나게 만들고, 당시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효과를 낸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응징, 법망의 빈틈으로 빠져나간 범죄자에 대한 처단, 사회가 세심하게 다루지 못한 피해자 보호를 드라마 '모범택시'가 대신 이뤄준다.

복수 방법은 다소 비현실적이다. 무지개운수라는 택시회사의 번듯해 보이는 건물의 지하에는 사적 복수를 할 택시 영업장이 있고, 온갖 첨단 장비와 불법 개조 방식을 동원해 복수한다. 삶의 끝에서 떠오른 '모범택시' 광고문구를 보고 연락을 한 피해자들을 태우는 택시, 오락기 앞에서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는 방식 등은 만화적인 상상력이다.

이렇게 만든 판타지 복수극은 히어로물, 만화를 보는 듯한 통쾌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다만, 현실에서 겪은 부조리와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 비현실적인 모범택시의 복수인 것은 한편의 안타까움도 남긴다.

SBS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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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히어로 이제훈의 변신

그 가운데 이제훈의 변신도 눈길을 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액션 장르에 도전한 이제훈은 김도기 역할을 맡아 그만의 다크히어로를 선보이고 있다. 범죄 피해자의 가족이었던 그는 무지개운수의 대표 장성철(김의성 분)을 만나, 범죄자를 처단하는 택시기사가 된다. 과묵하고 말이 없는 김도기의 첫인상. 저마다 톡톡 튀는 개성을 가진 무지개운수 인물들 사이에서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존재감이 드러난다.

특히 이제훈에게 상상하기 어려웠던, 김도기 캐릭터로는 그려지지 않았던 '변신'을 할 때 유쾌한 반전재미를 선사한다. 표정에 감정을 담지 않는 그가, 어수룩한 학교 선생님으로 변신하거나 젓갈을 사러왔다며 능글맞게 웃는 사업가가 되었을 때 반전의 효과가 크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시원시원한 액션으로 악당을 물리치니, 시청자들은 이 캐릭터에 열광할 수 밖에 없다.

◇ 잔혹연출, 수위 지나쳤다는 지적도

흥미로운 소재, 단숨에 몰입시키는 빠른 전개, 매력적인 캐릭터와 열연하는 배우들. '모범택시'의 장점은 명확하다. 다만 이 드라마 자체가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 그로 인한 분노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드라마이기에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분을 느끼게 하려는 의지가 강해 초반의 범죄연출이 지나치게 잔혹했다는 평도 나왔다.

1화에서 장애 여성을 성적으로 유린하고, 생선이 가득 담긴 대야에 머리를 박고, 젓갈을 담그듯 젓갈통에 넣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19금 관람가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위가 지나쳤다는 의견이 많았다.

피해자들을 위한, 범죄자들을 법으로 제대로 응징할 수 없는 한계에 답답함을 느낀 시청자들을 위한다는 '모범택시'이기에 향후엔 더 신중해야 할 부분이란 평가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공분을 유발하고자 잔인하고 강하게 연출하다보면 정도가 지나쳐 원래의 목적을 잃기 마련"이라며 "'모범택시'가 필요 이상의 잔혹한 피해를 전시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또 다른 가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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