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도 안되는 쓰레기 주우려니 용기가 필요했다"…용진이형은?

[체험기] '플로깅' 참여…좋은일 하는데 타인 시선 의식되기도 "환경보호, 누구나·쉽게 할 수 있다는 인식 확산"…"단발성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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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기자가 성북천 주변에서 플로깅에 참여한 모습. 사진은 산책을 함께한 일행이 찍어줬다.  © 뉴스1 조재현 기자.
지난 11일 기자가 성북천 주변에서 플로깅에 참여한 모습. 사진은 산책을 함께한 일행이 찍어줬다. © 뉴스1 조재현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용진이형도 '플로깅' 했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봤다. 인스타그램에서다. 소탈한 일상 공유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그가 이번엔 장바구니와 집게를 들고 있었다. 무엇을 하나 봤더니 '플로깅'이란다.

기자도 한 달 전쯤 국내 한 해운사가 기획한 플로깅에 참여하고 있었던 터라 눈길이 더 갔다. 기자와 정 부회장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수많은 좋아요와 응원글의 유무, 플로깅 당시 복장이었다. (정 부회장은 정장 바지와 구두를 착용했다. 그는 종종 뛰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한다. 하긴, 환경보호에 옷차림이 무슨 상관이랴.)

플로깅. 낯설지만 또 누군가에겐 익숙한 단어일 수 있다. 플로깅(Plogging)은 줍다(Pick up)와 조깅(Jogging)을 합성어로, 등산이나 산책 등 일상 속 가벼운 운동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보호 활동이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경영 분야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회공헌활동 일환으로 플로깅을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자가 플로깅에 참여한 계기는 단순했다. 봄이 되자 산과 들로 나가야 할 이유가 차고 넘쳤다. 3월의 '치트키'인 벚꽃 외에도 이름 모를 온갖 꽃들이 만개했다.

예년과 달리 유난히 포근했던 3월의 서울을 침대에서 바라만 보고 있기엔 몸이 근질근질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확찐자'가 된 탓에 몸무게도 줄여야만 했다. 그러면서 환경보호까지 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플로깅을 기획한 해운사의 플로깅 키트 구성품. 생분해성 비닐봉지를 제공하는 점이 눈에 띈다. © 뉴스1 조재현 기자.
플로깅을 기획한 해운사의 플로깅 키트 구성품. 생분해성 비닐봉지를 제공하는 점이 눈에 띈다. © 뉴스1 조재현 기자.

플로깅 키트는 지난달 26일 수령했다. 하지만 첫 시도부터 난관이었다. 날씨가 말썽이었다. 평일엔 원망스럽도록 화창했던 하늘이 주말만 되면 얼굴을 싹 바꾸고 비를 뿌려댔다. 아주 세차게, 그것도 2주 연속으로.

결국 첫 플로깅은 지난 4일에서야 할 수 있었다. 날씨를 확인하고 플로깅 키트 구성품인 생분해성 비닐봉지와 장갑을 챙겨 나갔다. 개인적인 약속을 마치고 잠시 걸으며 장소를 물색하다 찾은 곳은 동대문구 제기동 일대였다.

큰 대로변과 연결된 골목이었는데, 길바닥을 뒤덮은 벚꽃잎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카펫처럼 깔린 벚꽃잎을 밟아가며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주변에 사무실이 많은지 담배꽁초와 일회용 커피 용기가 가장 많았다.

◇가볍디가벼운 쓰레기 줍기…왜 어려울까?

'쓰레기를 줍다'. 6글자에 불과한 이 행위에는 의외의 용기가 필요했다. 멀쩡하게 걷다가 길바닥 쓰레기 앞에 발걸음을 멈춰, 허리를 굽히는 행위 자체가 일단 매우 낯설었다.

무엇보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의아하다는 듯 기자를 바라보는 이도 있었다. 분명 좋은 일을 하는 건데도 '사람들이 안 쳐다봤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쓰레기를 줍는다는 게 이토록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나' 싶었다.

그러나 처음이 어려운 법. 이내 골목 구석구석, 화단 사이사이에 교묘하게 방치된 쓰레기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 걸어보는 골목을 30분쯤 돌았을까. 금새 20ℓ 용량의 봉지가 묵직해졌다.

지난 4일 기자의 첫 번째 플로깅 모습. 사진은 일행이 찍어준 것이다. © 뉴스1 조재현 기자.
지난 4일 기자의 첫 번째 플로깅 모습. 사진은 일행이 찍어준 것이다. © 뉴스1 조재현 기자.

적지 않은 교훈을 안겨준 첫 번째 플로깅 이후 지난 11일 다시 봉지를 챙겨 나섰다. 장소는 성북구 성북천 일대였다.

인근에 구청이 자리하고 있어서인지, 하천 주변 생태 관리가 꽤 훌륭한 지역이다. 이에 쓰레기가 많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막상 걸어보니 허리를 쉴 새 없이 굽혔다 펴야만 했다. 차들이 다니는 도로임에도 누군가 '길막'(길에서 막걸리 마시기)을 한 흔적도 마주해야 했다.

'2주 연속' 플로깅을 한 덕분인지 쓰레기를 보면 이제는 몸이 먼저 반응할 정도로 용기가 적립된 듯했다. 주워도 끝이 없는 담배꽁초를 바라보며 '앞서가는 누군가가 일부러 계속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으나 차분한 마음으로 2회차 플로깅을 마무리했다.

그렇다면 쓰레기를 줍는 행위가 기업의 ESG 경영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기자가 참여한 플로깅을 기획한 회사는 컨테이너선으로 물건을 실어 나르는 일을 한다.

쓰레기를 줍는 행위 자체는 이 회사의 경영 실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산업군에 구별없이 '누구나 환경보호에 나서야 하고, 환경보호는 일상에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인식을 퍼트리기에는 충분하다.

해당 회사 관계자는 "환경보호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시기가 됐다. 이에 따라 당장 일상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들의 이런 이벤트가 단발성, 일회성에 그치기보다는 기업의 본질적인 업무와 연결돼 실질적인 ESG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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