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분쟁 타결 ‘끝이 아닌 시작’

[비즈니스앤컴퍼니] 중국·고객 이탈·기술 개발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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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여의도 트윈타워(왼쪽)와 SK 서린사옥. /사진=뉴스1
LG 여의도 트윈타워(왼쪽)와 SK 서린사옥. /사진=뉴스1
“폭스바겐과 포드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2022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앞둔 포드와 폭스바겐 등 고객사들의 변함없는 믿음과 지지에 부응할 계기를 만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쟁 종식을 선언하며 한 말이다. 단 한치의 물러섬도 없었던 양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두 회사는 안정적 배터리 공급의 중요성을 나란히 강조했다. 향후 10년 동안 휴전에 합의한 점도 내세웠다. 이는 배터리 내재화와 중국 배터리사로 돌아선 완성차업체들을 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CATL 1위 굳히기… 완성차 업체 내재화도 속도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분쟁 일지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분쟁 일지
LG에너지솔루션이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에게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뒤 합의까지 2년이 걸렸다. 양사의 갈등은 특허침해로까지 번졌다. 두 회사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소송 비용을 내고도 이미지를 실추했다. LG와 SK의 주요 고객인 폭스바겐의 각형 전환 선언이 있었던 1주일간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13조원이 증발하기도 했다. 

중국 배터리의 공세적 시장 확대를 허용한 것은 가장 큰 손실로 꼽힌다.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1위를 다투던 중국 CATL은 올해 1~2월 시장 점유율에서 큰 폭으로 앞서며 1위를 굳혔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사용량에서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272.1% 늘어난 8.0GWh(기가와트시·배터리 용량 단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시장 성장률은 시장 평균인 102.4%를 웃돈다. 점유율도 17.3%에서 31.7%로 뛰었다. 4위 BYD는 3위 일본 파나소닉을 바짝 추격했다. BYD와 파나소닉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19.7%에서 10.2%로 줄었다. 

반면 2위 LG에너지솔루션은 올 1~2월 4.8GWh로 전년 동기 대비 45.8%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점유율은 26.6%에서 19.2%로 하락했다. 지난해 4위와 5위를 차지했던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점유율이 각각 3.3%, 1% 감소하며 5위와 6위로 밀려났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친환경차 보조금과 의무 생산이란 당근과 채찍을 사용해 전기차 기술과 배터리 업체를 적극적으로 육성했다”며 “CATL은 매출의 6%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란 변수도 생겼다. 프랑스 완성차 PSA는 프랑스계 업체 샤프트와 함께 자체 배터리 생산공장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 CATL을 중심으로 한 공급선 다변화에 나섰다. 자체 배터리 기술도 준비하고 있다. 테슬라와 GM 역시 배터리 자체 개발 가능성을 열어뒀다. 

폭스바겐은 LG와 SK의 소송 기간 동안 중국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유럽 배터리 기업인 노스볼트와 함께 내재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두 회사는 합의를 이뤘지만 폭스바겐의 각형 전환 계획은 수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美시장서 승부수 띄워야



국내 배터리업계는 미국시장 점유율 확대와 기술 격차 유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사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45% 정도다. 국내 배터리사는 18.2%다. 반면 국내 회사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40%다.

배터리 시장 경쟁에서 승패를 좌우할 캐스팅 보트는 미국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에 배터리셀 생산기지를 확보한 기업은 일본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등에 불과하다. 중국은 미·중 분쟁 여파로 사업 진출과 수주가 쉽지 않은 만큼 국내 배터리사들이 미국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30년까지 미 전역에 전기자동차 충전소 50만개를 설치하고 수송용 디젤차 5만대를 전기차로 교체하는 등 전기차 시장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LG와 SK의 갈등으로 적어도 ‘미국 전기차산업은 K-배터리 없이 갈 수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며 “미국 완성차업체와 전략적 협업은 물론 공격적인 수주를 통해 미국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남경공장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 능력을 기존 연간 20GWh에서 올해 연말 35~40GWh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루시드·프로테라·로즈타운 등 미국 신생 전기차 업체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선택하면서다. 그동안 일부 중국 전기차 고객사에만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 삼성SDI도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전기 픽업트럭 ‘R1T’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기술 격차 유지도 관건이다. 예컨대 중국의 CATL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하이니켈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보다 기술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충전 속도 등을 개선해 중국에 기술력을 따라 잡히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통상 전기차의 급속 충전은 20~30분이 걸리지만 완속 충전엔 8시간이 소요된다. 진봉수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연구원은 “충전 시간을 단축하려면 기존 고에너지타입의 전지를 고출력타입으로 바꿔야 한다”며 “고출력과 고에너지를 모두 유지하기 위해선 기존과 다른 리튬전해액 등 소재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시급하다. 토요타는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들과 협력관계를 체결하는 한편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 시험 차량 개발에 가장 빨리 다가서는 양면작전을 펼치고 있다. 유지상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에서 고체로 변화하는 만큼 전체 프로세스를 바꿔야 한다”며 “기업별로 고체 전해질 생산공정과 경제성을 고려한 소재 확보 등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발표한 배터리 공장 투자 규모는 27조원이다. 
 

권가림
권가림 hidde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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