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상습 음주운전자의 질주…멈춰버린 대만 유학생의 꿈

국민청원서 23만명 동의 얻기도…유족과 친구들 엄벌 탄원 1심, 구형보다 높은 징역 8년…"눈 건강 안좋으면 술 안마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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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지난해 11월6일 오후 11시쯤 서울 강남구 한 도로. 이미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A씨(52)는 비틀거리며 또 다시 차에 올라탔다.

발음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79%의 만취 상태. 핸들을 잡은 A씨는 보행자 신호, 횡단보도를 무시한 채 강남구 일대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사고는 A씨가 도곡동 부근을 지나갈 때 발생했다. 제한속도인 시속 50km를 약 30km/h 초과해 달리던 A씨는 보행자 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 B씨(여·28)를 보고도 멈추지 않았다.

이 사고로 B씨는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고, 과다 출혈로 인해 현장에서 숨졌다. 국내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B씨는 사고 직전 교수님과 면담을 한 뒤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같은 달 23일 B씨의 지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이 청원에 23만명이 동참하며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A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재판과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왼쪽 눈에 착용한 시력 교정용 렌즈가 갑자기 돌아가 B씨를 보지 못했다"며 "각막이식 수술을 받은 오른쪽 눈은 렌즈를 낄 수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민수연 판사는 검찰 구형보다 형을 높여 범위 내 최고형인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민 판사는 "지난해 7월1일부터 시행된 위험운전 교통사고에 관한 위험운전교통사고 양형기준에 따르면, 이 사건 혐의의 경우 권고형이 4~8년 이하에 해당한다"며 "위험운전치사죄와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는 음주운전죄 양형기준은 설정돼 있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는 "눈 건강이나 시력이 좋지 못했다면, 평소 운전에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다"고 질책했다.

이어 "해외에서 사고 소식을 접한 B씨 가족들의 충격과 고통, 슬픔을 쉽게 헤아리기 어렵다"며 "B씨의 유족들과 지인들은 A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했다.

선고가 끝난 후 B씨의 친구들은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것에 잠시 놀란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제 친구는 삶을 잃은 건데 징역 8년이 어떤 비교가 될지 모르겠다"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같은 날 B씨의 어머니도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려 "A씨는 평생 딸의 얼굴을 기억하고 참회하기를 바란다"며 "징역 8년으로 딸 인생 28년과 맞바꿀 수 있느냐"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해당 판결에 불복한 A씨 측은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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