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사퇴까지 부른 軍진상규명위 '천안함 재조사' 논란

작년 9월 '천안함 좌초설' 신상철씨가 진정서…12월 "조사개시" 이달 초 언론보도 이후 유족들 반발 등 파장 커지자 결정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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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2021.4.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2021.4.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 이인람 위원장이 지난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재조사 결정 및 번복과정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달 초 언론보도를 통해 규명위의 천안함 재조사 결정 사실이 알려진 이후 3주 만이다.

규명위는 해당 보도 뒤 천안함 전사자 유족들이 위원회 사무실을 항의 방문하는 등 파장이 커지자 이달 2일 부랴부랴 사건 조사 결정을 번복했으나, 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천안함 전사자 유족과 생존 전우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천안함 좌초설' 등 음모론에 대한 Δ문재인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Δ국방부 등 관계부처의 대책 마련, 그리고 Δ천안함 사건 관련 재조사 결정에 관여한 규명위 관계자들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선 "이 위원장의 사의만으로 논란이 끝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규명위는 군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가운데 의문이 제기된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관련자 피해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등의 목적에서 설치된 정부 위원회로서 2018년 9월 시행된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군사망사고진상규명법특별법)에 그 설치 및 활동 근거를 두고 있다.

이 특별법은 당초 3년짜리 한시법이었으나,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활동시한을 2023년까지로 2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규명위에 천안함 사건 관련 재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이 제기된 건 작년 9월7일로 올해 특별법 개정에 앞서 군사망사고 관련 진정 접수 마감시한을 1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은 이날 '천안함 사건 당시 숨진 장병들의 사망원인을 규명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규명위에 냈다.

신씨는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추천 몫으로 민군합동조사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론 조사단 활동을 거부한 채 '천안함 좌초설'과 '정부의 사건 원인 조작설'을 제기해온 인물이다. 그럼에도 신씨는 규명위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자신의 직함을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으로 표기했다.

대전국립현충원 내 천안함 46용사 묘역. 2021.4.6/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대전국립현충원 내 천안함 46용사 묘역. 2021.4.6/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규명위는 작년 12월18일 열린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씨의 진정 건에 대한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건 의결은 이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및 비상임위원 총 7명 중 과반 출석에 출석 위원 과반 찬성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규명위는 이달 2일 임시회의에선 위원 7인 '만장일치'로 신씨의 진정을 각하하며 천안함 관련 조사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 "신씨가 관련 법령이 정한 진정인 요건에게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규명위는 "위원회 구성원들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을 땐 일단 조사를 개시하는 관례를 따랐던 것"이라며 "조사 개시 뒤에라도 적격성 등에 문제가 드러나면 특별법에 따라 각하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뒤 일부 규명위 비상임위원으로부터 "작년 12월 회의 당시 천안함 관련 조사 개시 안건이 포함돼 있는지 몰랐다"는 증언이 나온 데다, 전현직 관계자들로부터도 "천안함 관련 조사 개시 결정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계속됐다.

실제 신씨가 규명위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작성한 서류에 조사 대상이 되는 사망자 성명과 주민등록번호·계급 등 인적사항이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았음에서도 접수가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고, 당초 규명위 실무진은 이달 2일 전체회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신씨가 진정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의 진정을 반려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당시 신씨는 평소 안면이 있던 규명위 관계자에게 자신의 진정이 반려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고,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이 위원장 또한 신씨의 진정 건에 대한 접수 처리를 지시하면서 결국 조사 개시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신씨의 (천안함 관련) 진정 건을 조사 개시 안건으로 올리는 문제를 놓고 내부 반발이 컸지만, 비상임위원들에겐 이 같은 사정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2일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회의실에서 이인람 위원장 주재로 임시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1.4.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지난 2일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회의실에서 이인람 위원장 주재로 임시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1.4.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그러나 규명위의 다른 실무자는 "비상임위원들에게도 회의 3일 전에 상정된 모든 안건을 이메일로 보냈다"며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건 비상임위원들의 잘못이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천안함 관련 조사 개시 안건이 의결됐을 당시 규명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안건 수는 170여건에 이르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도 작년 12월 규명위로부터 천안함 관련 조사 개시 결정 통보를 받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재차 전사자 유족과 생존 전우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국방부에 따르면 당시 규명위의 결정문이 소관 부서가 아닌 곳으로 발송되는 바람에 상부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전사자 유족 등은 규명위와 청와대, 국방부를 잇달아 항의방문하며 이번 천안함 사건 재조사 결정 및 번복 논란에 대한 입장 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규명위로부턴 "규정대로 처리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 청와대로부턴 "규명위는 독립기구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만 되돌아왔고, 국방부에서만 "신씨 사건과 관련해 법적 검토를 거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조치하겠다"는 취지의 얘기가 있었다.

신씨는 2010년 당시 천안함 좌초설과 침몰 원인 조작설 등을 주장하며 국방부와 군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이 위원장은 20일 위원장직 사임 의사를 밝히기에 앞서 19일 김제남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만나 같은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청와대가 이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청와대는 "이 위원장이 먼저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규명위 관계자 역시 "이 위원장을 임명한 게 대통령이니 사표를 수리하는 것 또한 대통령"이라며 "이 위원장이 지난주부터 비상임위원과 직원들에게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말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규명위 내부에선 이번 논란과 이 위원장의 사임으로 "규명위의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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