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 뗐더니 매출 500% 폭증… ‘친환경’ 돈이 되네

[머니S리포트- “돈쭐 내자”… 소비자 지갑 여는 ‘친환경 기업’①] MZ세대가 사는(buy)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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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친환경’이 돈이 되는 시대다. 다소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환경친화적인 제품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연다. 특히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태어난 이들)는 친환경 기업에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자”며 적극적인 소비 행동을 보인다. 이런 소비층을 잡기 위해 기업도 변하고 있다. 환경오염 주범으로 찍힌 배송업계와 패션·뷰티업계는 물론 유통산업 전반이 환경을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에 지갑을 열면서 기업들도 대응에 분주하다./그래픽=김은옥 기자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에 지갑을 열면서 기업들도 대응에 분주하다./그래픽=김은옥 기자

#. 직장인 이지연씨(28)는 얼마 전 점심 도시락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렀다가 도시락 대신 샌드위치를 들고 나왔다. 포장 겉면에 적힌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소비’라는 문구에 이끌려서다. 이씨는 “편의점에서 종종 식사를 해결하는데 각종 쓰레기 때문에 죄책감이 들 때가 많다”며 “기왕이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씨와 같은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최근 친환경 제품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타난다. 이들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할 경우 쉽게 지갑을 열곤 한다. 이처럼 친환경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업들도 관련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MZ세대가 소비 시장뿐 아니라 기업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비싸도 착하면 산다… 기업을 바꾸는 MZ세대



글로벌 커머스 마케팅 기업 크리테오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52%는 친환경·비건 등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를 한다고 답했다.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에 맞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불매운동을 벌이는 식이다.

친환경에 소비 기준을 둔 MZ세대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양산하는 기업에 관련 상품 생산을 중단하라며 혼쭐을 내는가 하면,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착한 기업에는 ‘돈쭐’을 내자며 단체 행동에 나선다. 돈쭐이란 ‘돈으로 혼쭐’의 줄임말로 기업의 선행에 소비자가 적극적인 구매로 보상한다는 의미를 담은 신조어다.

돈쭐이란 ‘돈으로 혼쭐’의 줄임말로 기업의 선행에 소비자가 적극적인 구매로 보상한다는 의미를 담은 신조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돈쭐이란 ‘돈으로 혼쭐’의 줄임말로 기업의 선행에 소비자가 적극적인 구매로 보상한다는 의미를 담은 신조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실제로 소비자들은 지난해 CJ제일제당을 상대로 ‘스팸 뚜껑 반납하기 운동’을 벌였다. 스팸을 덮고 있는 플라스틱 뚜껑이 불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추석 뚜껑 없는 스팸 선물세트를 처음 선보였고 적용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매일유업을 상대론 ‘빨대 어택’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지난해 2월 빨대 사용을 줄여달라는 취지로 일회용 빨대를 모아 매일유업에 전달한 것. 당시 매일유업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포장재 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답했고 이후 요구르트와 우유 일부 제품에서 빨대를 없앴다.

MZ세대는 친환경 기업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연다.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다고 생각하면 가격에 상관없이 소비하는 것이 이들 세대의 특징이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파타고니아는 ‘이 재킷을 사지 마라’는 광고 문구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재킷의 60%는 재활용 소재를 이용했지만 이 과정에 탄소 20파운드(약 9㎏)가 배출됐고 아무리 오래 입다가 버려도 3분의2는 쓰레기가 된다”는 설명이었다. 광고로 보기엔 부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이런 친환경적 상징에 열광했다.

실제로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소재와 공정무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홍보 전략은 국내에서도 먹혀들었다. 기본 티셔츠 한 장에 5만~6만원대로 저렴하지 않은 브랜드임에도 불티나게 팔린다. 파타고니아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480억원으로 최근 3년 동안 매년 30% 이상 늘고 있다.



‘돈쭐’ 효과 어느 정도?… 매출 변화 보니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출시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ECO’는 1년 새(올해 1분기 기준) 판매량이 500% 급증했다./사진=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출시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ECO’는 1년 새(올해 1분기 기준) 판매량이 500% 급증했다./사진=롯데칠성음료


‘돈쭐’ 효과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페트병 몸체에서 라벨(상표띠)을 떼 분리배출 편의성과 재활용 효율을 높인 ‘무라벨’ 생수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출시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ECO’는 1년 새(올해 1분기 기준) 판매량이 500% 급증했다.

무라벨 생수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자 생수업계는 물론 편의점업계도 잇따라 자체 브랜드(PB) 생수에서 라벨을 제거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편의점 GS25에서 지난해 2월 선보인 무라벨 PB생수는 지난 4월까지 매달 2배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편의점 CU의 PB 생수 ‘HEYROO 미네랄워터’도 지난 3월 라벨을 없앤 뒤 매출이 전년 대비 80.4% 급증했다. 같은 기간 라벨이 붙은 A생수 매출은 15.3%, B생수와 C생수는 각각 28.1%, 29.7% 오르는 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PB생수가 친환경 마케팅을 만나 반전을 일으킨 셈이다.

편의점업계에선 이 같은 효과에 주목해 친환경 제품 구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월 말 ‘빨대 없는 컵커피’를 출시했다. 특허받은 이중 흘림방지 기술을 뚜껑에 적용해 빨대 없이 컵을 기울여 음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이 상품의 매출은 출시 초기인 2월 대비 60% 이상 증가했고 전체 컵커피 순위 8위로 뛰어올랐다.

CU는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PLA)로 만든 친환경 용기를 활용해 김밥·도시락·샌드위치 등 간편식 상품들을 선보였다. 지난해 8월 출시된 해당 상품군은 반년 사이 매출이 3배나 올랐다. 이 가운데 ‘치즈에그 샌드위치’ 매출 신장률은 42.6%, ‘불고기 김밥’은 36.6% 등으로 동일 카테고리 전체 신장률인 22.3%, 25.2%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월 말 ‘빨대 없는 컵커피’를 출시했다./사진=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지난 1월 말 ‘빨대 없는 컵커피’를 출시했다./사진=세븐일레븐



콧대 높은 에르메스도 ‘친환경 버킨백’ 만든다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가 친환경 제품에 지갑을 열자 기업들도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그동안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왔던 패션·명품업계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패션·섬유산업이 한 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17억톤, 의류 폐기물은 21억톤에 달한다. 유행이란 이름으로 매 시즌 대량으로 의류를 쏟아내고 다시 폐기하는 패션업계를 향한 변화 요구가 커지는 상황. 이에 업계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새로운 사업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콧대 높은 명품업계도 대열에 합류했다.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는 버섯 곰팡이를 활용한 가방 ‘빅토리아 백’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에르메스 버킨백을 만드는 데 악어 세 마리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친환경 경영이 더욱 보편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친환경 소비가 MZ세대 중심의 가치소비와 미닝아웃에서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기업들도 소비자들이 친환경에 호응하고 있는 걸 파악한 만큼 책임 있는 경영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은
김경은 silver@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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