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은 왜 ‘위장 환경주의’ 논란에 처했나

[머니S리포트- “돈쭐 내자”… 소비자 지갑 여는 ‘친환경 기업’④] 종이 용기·리필 매장… 친환경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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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친환경’이 돈이 되는 시대다. 다소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환경친화적인 제품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연다. 특히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태어난 이들)는 친환경 기업에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자”며 적극적인 소비 행동을 보인다. 이런 소비층을 잡기 위해 기업도 변하고 있다. 환경오염 주범으로 찍힌 배송업계와 패션·뷰티업계는 물론 유통산업 전반이 환경을 생각한다.
이니스프리 종이 공병이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니스프리 종이 공병이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예쁜 쓰레기’에 불과했던 화장품 용기가 변하고 있다. 그동안 화장품 용기는 과대 포장에 효능과는 관계없는 플라스틱 장식들로 다량의 쓰레기를 양산해 왔다. 같은 브랜드 제품이어도 색상과 재질, 디자인이 수천가지에 이르는 탓에 재활용률도 10%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최근엔 종이 용기가 도입되는 등 친환경적으로 바뀌어가는 분위기다.

문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화장품업계는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기술적인 이유로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화장품 용기는 내용물 변질을 방지하는 특수한 역할을 하는 탓에 하루아침에 변경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제조사와 소비자 사이의 이런 간극이 낳은 난점으로 인해 기업의 친환경 노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이니스프리 종이 용기가 ‘그린워싱’이라고?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최근 친환경 마케팅으로 곤혹을 치렀다. 지난해 6월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출시한 한정판 ‘페이퍼 보틀 에디션’이 논란의 주인공이다. 기존에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던 ‘그린티 씨드 세럼’을 종이 용기에 넣은 제품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51.8% 줄였다. 내부 용기는 무색 폴리에틸렌(PE) 재질을 사용해 재활용률을 높였다.

그러나 출시 10개월 후 논란이 제기됐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이 발단이 됐다. 글쓴이는 “종이 용기를 잘라 보니 안에 플라스틱 용기가 들어 있었다”며 “친환경 패키지라더니 이렇게 사기성 짙은 제품인 줄 알았다면 안 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댓글에는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불매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실제로 해당 제품 겉면엔 ‘Hello, I am paper bottle’(안녕, 나는 종이용기야)라고 적혀 있다. 100% 종이 용기라고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문구다. 하지만 제품이 담겨 있는 포장재에는 플라스틱 사용 사실이 고지돼 있다. 플라스틱과 종이를 분리해 각각 재활용해야 한다는 안내도 함께 담겼다.

이니스프리 종이보틀 포장재에 분리배출 방법이 안내된 모습. /사진=이니스프리
이니스프리 종이보틀 포장재에 분리배출 방법이 안내된 모습. /사진=이니스프리


소비자 기만이란 지적이 이어진 반면 반박 의견도 제기됐다. 해당 제품을 구매했던 한 소비자는 “실제로 플라스틱을 줄인 제품이고 분리배출 방법까지 쓰여 있는데 애꿎은 지적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소비자는 “이니스프리처럼 환경 생각하는 로드숍 브랜드가 또 있나”라며 회사 측을 옹호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분분했다. 화장품업계의 환경 불감증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린워싱으로 매도하기엔 애매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화장품 용기의 90% 이상은 재활용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와중에 친환경 용기 생산에 나선 기업의 시도를 매도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이니스프리가 소비자에게 오해를 산 부분이 있지만 의도적으로 그린워싱을 했다고 보진 않는다”면서 “기존 화장품 용기와 비교하면 개선된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업이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 있는데 무작정 비난한다면 이런 시도 자체에 소극적이게 된다”며 “기업이 변화하는 속도와 소비자가 기대하는 속도가 달라서 발생한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보고 어떻게 간극을 해소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앞장선 아모레… ‘최초’ 시도 잇따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매장에서 공병을 수거해 재활용하거나 예술작품 등으로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을 입혀 가치를 높이는 것)한다./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매장에서 공병을 수거해 재활용하거나 예술작품 등으로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을 입혀 가치를 높이는 것)한다./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이니스프리와 모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행보를 보면 환경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지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절감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화장품 제조 과정에서 재활용과 재사용이 쉬운 원료를 선택하고 리필 가능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2003년 이니스프리에서 시작한 공병 수거 캠페인은 현재 그룹 전체로 확대됐다. 지난해까지 전국 매장에서 수거한 화장품 공병만 2200톤, 누적 참여인원은 1400만명에 달한다. 수거한 공병은 재활용하거나 예술작품 등으로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을 입혀 가치를 높이는 것)한다. ‘포레스트 포맨 헤어 왁스’ 등 일부 제품엔 플라스틱 공병을 재활용한 원료(PCR PP)를 적용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뿐 아니라 사용량 자체도 절감하고 있다. 옥수수·사탕수수 등 식물 유래 원료나 폐플라스틱 원료를 용기 제작에 적극 활용한다.최근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개발한 종이 용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 용기와 비교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70% 낮췄으며 최장 36개월 유통이 가능하도록 해 안전성도 높였다.

아모레퍼시픽 공병 수거 캠페인. /사진=김경은 기자
아모레퍼시픽 공병 수거 캠페인. /사진=김경은 기자

아예 용기를 없애는 판매 방식도 도입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아모레스토어 광교 ‘리필스테이션’에선 샴푸와 바디워시 제품 내용물만 소분 판매한다. 코코넛 껍질로 만든 리필용 용기에 내용물을 담아가는 방식이다.

일반 페트병 등 소비자들이 가져오는 용기로는 리필이 불가하기 때문에 일각에선 일회용품을 줄인다는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그린워싱으로 보기엔 애매하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화장품법에서 정한 안전기준과 표시기준에 맞게 제작한 용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여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그린워싱 논란을 해소하고 기업의 친환경 경영을 확대하기 위해선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수열 소장은 “기업이 기존 제품을 친환경으로 바꾼 단편적인 사례는 많지만 전체 플라스틱 포장재 문제 속에서 보면 한톨밖에 안 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이 발전하는 방식에 맞게 법적·제도적 기준도 정비될 필요가 있다”며 “이를테면 성분 표시를 라벨이나 포장재에 적을 게 아니라 QR코드 방식을 도입해 라벨 크기를 최소화하고 필요할 경우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경은
김경은 silver@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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