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에 놀아나는 부동산 ‘영끌’… 내집 마련 사다리 놓기?

[머니S리포트] 정권 말 부동산정책, 후퇴인가? 합리적 수정인가?-② : 부채 부담·집값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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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선포하던 정부가 돌연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배경은 사실상 4·7 재·보궐선거의 참패. 내년 대선을 앞둔 당·정이 부동산 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조차 규제 기조를 유지하지 않을 경우 집값 불안을 다시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크다. 부동산 정치로 전락한 부동산 정책. 정권 말 부동산 민심 달래기냐 정책 실행이냐, 딜레마에 빠졌다.
당정이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사다리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를 본격화했다.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당정이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사다리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를 본격화했다.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 A씨는 3년 전 주택담보·신용·보험계약대출을 끌어모아 서울시내 신축 아파트를 구입했다. 부부가 둘 다 대기업에 다니는 고소득자이지만 매달 내는 대출 원리금이 500만원을 넘다 보니 가계적자에 허덕이는 삶이 지속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억원이 됐고 카드값을 제때 못 내는 달도 있다. 아파트값이 3년 만에 10억원에서 16억원으로 올라 지인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에 잠 못 드는 날도 많다.

당정이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사다리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를 본격화했다. 현행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사는 무주택자는 LTV가 40%다. 1주택 이상 유주택자는 그마저도 0%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을 넘는 점을 고려할 때 자기자금이 6억원 이상 필요한 셈이다.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청년층이나 부모 지원이 부족한 저소득층에는 내집마련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논란이 계속됐다. 결국 정권 말 대대적인 정책 수정 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되는 집값 폭등으로 영끌 대출과 ‘패닉 바잉’이 확산되고 이는 다시 집값을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돼 무리한 규제 완화라는 우려 역시 뒤따른다.



LTV 규제 완화 시 월 원리금 증가액은?


정부는 올 7월 시작되는 3기신도시 사전청약에서 신혼희망타운에 당첨되면 앞으로 발생하는 시세 차익의 10~50%를 정부와 공유하되 LTV는 70%까지 허용하도록 했다. 다만 최대한도는 4억원으로 제한했다.

신혼희망타운은 ▲결혼기간이 7년 이내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무주택가구 구성원 ▲1년 이내 혼인 사실을 증명한 예비 신혼부부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한부모 무주택가구 구성원 등이 신청할 수 있다. 신혼희망타운 당첨자는 전용 모기지를 이용해 연 1.3% 고정금리로 최장 30년 동안 빌릴 수 있다. 만약 4억원을 대출받았다고 가정하면 10년 만기 기준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은 약 377만원이다.

이와는 별개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LTV 규제 완화를 추진해 빠르면 5월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당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당 내부에선 무주택자 LTV를 현행 대비 최대 20%포인트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60% ▲조정대상지역 70%가 된다.

주택가격을 10억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LTV 40%(대출금액 4억원)를 10년 만기·KB국민은행 평균 금리 2.8%로 빌리면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은 426만원이다. 같은 대출 조건으로 LTV 70%를 적용하면 한 달 원리금은 746만원으로 320만원이 증가한다. 연간 8952만원을 갚아야 하는 셈이다.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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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뇌관 우려… 대안 없나?


대출 규제 완화 논쟁은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LTV 규제가 강화돼 신용대출이나 P2P대출 등 금리가 더 높은 ‘영끌’ 대출까지 가세해 패닉 바잉을 확산시켰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더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늘릴 경우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현재 저금리가 지속되는 시장에선 다시 집값의 뇌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장기 무주택자나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과도한 대출 완화가 과거 하우스푸어 사태와 같은 가계부채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를 낮춘 신규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고 공공분양을 늘리는 등 대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에도 분양가는 시세의 70~80% 수준이고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기준 완화로 시세의 90%까지 높아졌다. 분양가를 낮출 경우 LTV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선 각 당 후보들이 ‘반값 분양 아파트’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공공분양 아파트의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방식이 청년층의 집값 문제를 해소하는 데 일부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를테면 서울시가 지난해 내놓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모델은 분양자가 분양가의 20~40%만 내고 20년이나 30년 동안 잔금을 분할상환할 수 있는 방식이다.

민간이 50% 공공이 50% 지분을 나눠 갖고 10년 전매 제한 후 매각 시 이익을 절반 공유해야 한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개인이 갖는 시세차익이 기존 방식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전매 제한이 끝난 후 매각할 수 있다고 해도 계속 거주하는 유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김노향 기자입니다. 투자와 기업에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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