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손 뻗는 게임업계 “별 걸 다하네”

[머니S리포트-게임사들의 변신은 ‘무죄’②] 굿즈 출시부터 암호화폐 투자까지… 사업 다각화 움직임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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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사막 같은 머릿결에 오아시스 같은 부드러움을.” 언뜻 보기에 샴푸가 연상되는 이 광고의 주인공은 한 게임사다. 주요 수익원이었던 확률형 아이템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한차례 진통을 겪은 게임업계는 생존을 위해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꼭 게임일 필요도 없다. 보유한 IP를 활용해 엔터테인먼트나 유통사 등 예상치 못한 기업과 콜라보를 진행하는가 하면 신사업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투자를 통해 현금성 자산을 확대하기도 한다. 게임사도 한우물만 파서는 안 되는 세상이 왔다.
게임사들의 비게임분야 투자와 사업 다각화가 활발해진다. (왼쪽부터) 스토케 유모차, 클렙 유니버스 앱, 코웨이 정수기. /사진=각 사
게임사들의 비게임분야 투자와 사업 다각화가 활발해진다. (왼쪽부터) 스토케 유모차, 클렙 유니버스 앱, 코웨이 정수기. /사진=각 사

요즘 게임업계에는 본업 외에 다른 분야 관련 소식을 들려주는 빈도가 점점 늘어난다. 때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업이나 투자로 세간을 놀라게 한다. 확률형 아이템과 부분 유료화로 대표되는 이른바 한국형 게임 수익모델이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른 것도 주요 요인으로 풀이된다. 게임 내적으로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란 관측이다.



돈은 굴려야 제맛


게임사들이 본업 외로 눈길을 돌리는 경우는 다른 산업 분야도 으레 그렇듯 크게 두 가지다. 게임 사업이 ‘잘 나가서’ 곳간이 쌓였거나, 아니면 업종 변경을 고려할 정도로 안 될 때다. 최근 주요 게임사들이 취하는 행보의 배경은 대체로 전자에 해당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장기화로 ‘집콕’과 함께 게임 이용도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업계 맏형격인 3N(넥슨·NC·넷마블)의 지난해 실적에도 비축된 여력이 나타난다. 먼저 넥슨은 연결기준 연간 매출 3조1306억원(2930억엔), 영업이익 1조1907억원(1115억엔)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18% 상승했고 업계 최초로 매출 ‘3조 클럽’에 가입했다.

엔씨(NC)소프트는 연간 매출 2조4162억원, 영업이익 8248억원을 올렸다. 전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2%, 72% 뛰며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넷마블은 전년 대비 매출은 14% 증가한 2조4848억원, 영업이익은 34% 증가한 272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사업 매출도 23% 성장해 전체 매출의 72%까지 비중이 올라갔다.



사방팔방 투자하고 다니는 넥슨


NXC가 인수한 기업들. /그래픽=김영찬 기자
NXC가 인수한 기업들. /그래픽=김영찬 기자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넥슨이다. 넥슨의 지주사인 엔엑스씨(NXC)가 투자한 분야는 실로 광범위하다. 이 회사는 김정주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2013년 6월 인수했다가 2019년 말 레고그룹에 매각한 홍콩 레고 거래 사이트 ‘브릭링크’에서부터 비(非) 게임 분야 투자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2013년 12월 고급 유모차로 유명한 노르웨이 유아용품 업체 ‘스토케’ 인수다.

이후 2017년 재시동을 걸어 이탈리아 애완동물 사료 업체 ‘아그라스델릭’을 품었다. 이어 국내 첫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을, 이듬해에는 유럽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까지 사들였다. 지난해에는 아그라스델릭을 통해 같은 나라 동종업체 ‘세레레’도 인수했고 금융거래 플랫폼 ‘아퀴스’를 직접 설립하기도 했다.

아그라스델릭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쉐지에. /사진=캡처
아그라스델릭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쉐지에. /사진=캡처

NXC는 비 게임 분야 20곳 이상에 투자했다. 패딩 브랜드 ‘무스너클’로 알려진 캐나다 ‘무스패션’도 그중 하나다. 2019년 약 642억원을 투자해 지분 24%를 취득했다. 최근에는 조세피난처인 케이맨 제도에 위치한 ‘FGX모빌리티’라는 기업 지분 99%를 가져왔다. 이어 넥슨 일본 본사를 통해 1억달러(약 113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NXC 관계자는 “투자 시 넥슨 게임사업과의 시너지는 따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국내·외 스타트업 활성화와 생태계 조성을 도모하고 교육·유통·커머스·콘텐츠·핀테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임팩트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세는 융복합… 콘텐츠·엔터테인먼트 향하는 게임사들


NC가 투자한 기업들. /그래픽=김영찬 기자
NC가 투자한 기업들. /그래픽=김영찬 기자

게임과 맞닿아있거나 비교적 가까운 콘텐츠·엔터테인먼트 분야부터 손을 뻗는 기업들도 있다. 콘텐츠에서 신규 IP를 확보하거나 게임 IP를 콘텐츠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어서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신규 고객층을 발굴하고 게임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크래프톤도 자사 게임 ‘배틀그라운드’ 등을 활용한 엔터테인트먼트 분야 진출과 게임화 가능한 원천 IP 확보 의지를 밝혔다.

이런 행보로 대표적인 곳은 엔씨와 넷마블이다. 엔씨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웹툰업체 ‘레진코믹스’ ▲웹소설업체 ‘문피아’ ▲VFX(시각특수효과)업체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 ▲영화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 등에 총 465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클렙’을 설립하고 올해 초에는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를 시작했다.

유니버스 오마이걸, 위아이, 크래비티 플래닛 이미지. /사진제공=NC
유니버스 오마이걸, 위아이, 크래비티 플래닛 이미지. /사진제공=NC

‘유니버스’는 온·오프라인 팬덤 활동을 모바일로 즐길 수 있는 앱 서비스다. 출시 두 달여 만에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500만을 돌파했다. 엔씨는 아티스트 관련 콘텐츠 및 행사를 확대하고 참여 아티스트도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일단은 기존 포털사·통신사들이 진출해있는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영역에 발을 내딛는 모습이다. CJ ENM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연내 합작법인 설립도 예정돼있다.

엔씨 관계자는 “엔씨는 게임이 핵심 서비스인 게임 개발사다. 게임산업의 강점인 기술과 콘텐츠의 결합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는 것”이라며 “보유 기술력과 온라인 서비스 노하우를 기존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접목해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창출하고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어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넷마블 'BTS 월드'의 'BTS 스토리' 챕터 17 업데이트 이미지. /사진제공=넷마블
넷마블 'BTS 월드'의 'BTS 스토리' 챕터 17 업데이트 이미지. /사진제공=넷마블

넷마블은 의장끼리 친척 관계인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지분 19.9%)다. 2018년에 2014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한 게 윈-윈으로 이어졌다. 방탄소년단(BTS) IP 기반 게임도 두 차례 출시해 넷마블의 해외 매출 상승에 일익을 담당했다. 방탄소년단 매니저가 되는 게임 ‘BTS 월드’를 2019년 6월에, 방탄소년단 스토리에 기반한 소셜 게임 ‘BTS 유니버스 스토리’를 2020년 9월에 각각 출시했다. 앞으로도 이종 문화 콘텐츠 융합을 통해 새로운 장르 개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코웨이 아이콘 정수기. /사진=캡처
코웨이 아이콘 정수기. /사진=캡처

넷마블은 2019년 코웨이를 인수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게임사업을 통해 발전시켜온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등 IT와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현재 스마트홈 관련 협업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 관련해 3N 중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셈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넷마블과 코웨이의 협업 프로젝트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협업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회사 가치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인수합병이라면 게임은 물론 이종 산업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머그부터 팬티까지… 끝 모를 굿즈의 세계


다른 산업 분야 투자나 사업영역 확장까지 시도하지는 않지만 자사 게임 IP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게임 관련 굿즈(기획상품)가 대표적이다. 게임 이용자들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고 게임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게임을 알리는 기회가 된다.

쿠키런 '천사맛 쿠키 머그'(왼쪽)와 '레전더리 배지' /사진제공=데브시스터즈
쿠키런 '천사맛 쿠키 머그'(왼쪽)와 '레전더리 배지' /사진제공=데브시스터즈

요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모바일게임 ‘쿠키런: 킹덤’ 개발사 데브시스터즈는 2013년부터 쿠키런 IP 기반 캐릭터 상품을 선보여왔다. 뱃지·마그넷·쿠션·인형·머그·글래스컵·스웨트셔츠 등 다양한 한정 굿즈를 내놨다. 자체 제작뿐 아니라 외부 파트너와 제휴해 각 브랜드 이미지와 쿠키런 캐릭터를 융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와 협업해 선보인 ‘천사맛 쿠키 머그’는 나흘 만에 1차 물량이 소진돼 급히 2차 판매를 준비하기도 했다.

펄어비스는 자사 대표 게임 ‘검은사막’ IP 기반으로 이색적인 ‘B급 마케팅’을 펼치며 즐거움을 주고 있다. 제휴 굿즈로 ▲은단껌 껌은사막(해태제과) ▲김세트 김은사막(광천김) ▲샴푸 감은사막(스웨거) ▲남성용 팬티 검은사각(스웨거) 등이 대표적이다. ‘검은사각’은 출시 당일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자체 제작 굿즈로 ‘흑정령 프라모델’, ‘흑정령 무드등’, ‘장마우스패드’ 등을 판매하는 공식 온라인 굿즈몰 ‘펄어비스 스토어’도 운영하고 있다.

'감은사막' 샴푸와 '검은사각' 팬티. /사진제공=펄어비스
'감은사막' 샴푸와 '검은사각' 팬티. /사진제공=펄어비스

김영진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는 “게임 굿즈는 게임사만의 아이디어로 게임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 로열티를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게임사의 사업 확장은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본업을 우선 고려하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며 “게임사가 지금 여기에 이른 것은 유저들 덕분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팽동현
팽동현 dhp@mt.co.kr  | twitter facebook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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