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총알받이 제약 영업대행이 총알 돼 날아오다

[머니S리포트- 리베이트 단속 피한 제약사 꼼수 영업 ‘여전’①]‘리베이트’ 총알받이가 총알이 돼 날아온 CSO 고수수료 등 부작용 속출에 정부 양지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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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 가운데 25%는 영업대행업체(CSO)를 통해 발생했다. 국내 전문의약품 시장이 한해 24조원임을 감안하면 6조원이 CSO 몫인 셈이다. CSO에 지급되는 판매 수수료는 평균 37%에 달했다. 최대 수수료율은 65%로 조사됐다. CSO가 월 100만원의 원외처방 실적을 올릴 경우 최대 65만원이 수수료로 들어오는 구조다. CSO 수익 가운데 30%가량은 의사 몫으로 들어간다는 게 제약업계 추정이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 품목을 독점 판매 및 유통할 때 받는 판매수수료는 10% 내외로 알려졌다. 평균 37%라는 수수료는 상식을 벗어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CSO는 리베이트를 위한 꼼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보건당국은 이런 CSO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지출내역보고 의무화 대상 확대’가 그 중심에 있다. CSO를 통한 리베이트 실상과 이를 바로 잡을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쌍벌제·투아웃제 등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의 단속 강화와 함께 제약·바이오업계의 해묵은 악습인 리베이트도 사라질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정부 규제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제약사가 수사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CSO에 판매를 맡기면서 리베이트가 더욱 음지화한 것이다./사진=이미지투데이
쌍벌제·투아웃제 등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의 단속 강화와 함께 제약·바이오업계의 해묵은 악습인 리베이트도 사라질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정부 규제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제약사가 수사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CSO에 판매를 맡기면서 리베이트가 더욱 음지화한 것이다./사진=이미지투데이
“영업현장이 전쟁터고 보조금이 무기라면 영업대행업체(CSO)는 대포를 쏘고 다니는 셈입니다. 일반 영업사원은 대포는커녕 실탄도 모자란 경우가 많아요. 총알도 문제지만 CSO 사업자 대부분은 전 직장부터 병·의원 원장님들과 쌓은 ‘라뽀’(신뢰관계)가 있어요. 그 벽을 넘기 힘들죠.”

“○○제약은 종합병원을 제외한 로컬(병·의원) 영업사원 전원을 퇴사 처리하고 CSO화했어요. 저는 지금 회사에서 경험 쌓고 제2의 직업으로 CSO 하려고요. 주변에 제약사 다니다 희망퇴직하고 CSO 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제약에선 기존 영업사원을 퇴사시키고 새로 만든 CSO법인에 소속시켰어요. 지금 중소제약사 추세가 그래요. 리베이트 적발 시 제약사 대표를 대신해 처벌받는 ‘총알받이’로 사용하기 위해서죠.”


쌍벌제·투아웃제 등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의 단속 강화와 함께 제약·바이오업계의 해묵은 악습인 리베이트도 사라질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정부 규제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제약사가 수사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CSO에 판매를 맡기면서 리베이트가 더욱 음지화한 것이다.

CSO는 병원이나 의사를 상대로 의약품 판매 영업을 하는 대행사를 뜻한다. 자체영업망을 구축하기 어려운 제약사들은 CSO를 활용해 한계를 보완해왔다.

하지만 뜻밖의 부작용도 발생했다. 일부 CSO가 제네릭(복제약)에 의존하는 중소제약사와 손을 잡고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창구로 변질된 것이다. 대행사를 통해 리베이트를 제공하면 본사가 적발될 여지는 최소화하면서 수사당국에 꼬리가 잡히더라도 일부 직원 혹은 다른 조직의 일탈로 책임을 돌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생겨난 ‘뒷길’이다.



제약사, 제조원가 낮춰 고스란히 CSO에



CSO는 다단계 조직으로 구성돼 있어 리베이트 영업이 적발되더라도 책임을 묻기 어렵다. 예컨대 A제약사와 영업위탁계약을 맺은 CSO는 또 다른 영세 CSO와 하청 계약을 맺어 활동한다. 거래 역시 대부분 현금으로 이뤄져 리베이트에 대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
도매유통비용·CSO 수수료 비교./그래픽=김영찬 기자
도매유통비용·CSO 수수료 비교./그래픽=김영찬 기자

중소제약사는 기술력과 투자를 필요로 하는 신약 연구개발(R&D) 대신 복제약 판매에 집중하고 있어 더욱 CSO 늪에 빠지기 쉽다. 복제약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력이어서다. 복제약이 주요 매출원인 중소제약사가 브랜드 파워와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상위제약사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리베이트 위주의 CSO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소제약사는 복제약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전(全) 제조공정을 위탁생산해 제조원가를 낮춘다. 위탁생산을 맡은 공장은 같은 성분의 복제약을 만들고 각 제약사 상표를 달아 판매한다.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동일 성분의 복제약이다 보니 의사 입장에선 어떤 것을 처방해도 상관없다. 중소제약사는 제조과정에서 원가를 낮추고 영업 과정에서 CSO에 고수수료를 지불해 수익을 얻는다.



CSO, 리베이트로 협박해 제약사 숨통 조여



문제는 CSO와 중소제약사 간의 유착이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윤리경영을 준수하는 제약사에 피해로 고스란히 간다는 것이다. CSO가 해마다 더 높은 판촉수수료를 책정하고 있어 제약업 생태계 근간을 흔들고 있는 점도 우려가 커진다.

실제 CSO를 활용한 중소제약사의 경우 매출보다 판촉수수료가 더 늘어나고 있다. A제약은 해마다 매출 대비 판촉수수료가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 대비 판촉수수료는 48.4%로 전년(48.0%)보다 소폭 증가했다. B제약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는 51.0%로 2017년(32.5%)보다 18.5%포인트 급증했다. 두 제약사는 자체 영업망을 갖춘 유한양행(21.7%)이나 한미약품(30.0%)보다 판매관리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중소제약사의 매출에서 CSO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CSO가 숨통을 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한 CSO업체는 리베이트 행위가 적발돼 처벌받게 되자 제약사에 벌금을 대신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제약사가 자체영업망을 포기하자 이제 CSO가 요구하는 수수료 조건 등을 맞춰줄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됐다”며 “리베이트 내역을 폭로하겠다며 제약사를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제약사 영업 활동의 책임성과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CSO 지출보고서 작성·제출 의무화 법안’을 논의한다. 지출보고서에는 일정 기간 영업활동 등으로 인한 현금 수입·지출 내역이 담겨 법안이 통과되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CSO를 지출보고서 의무 작성자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앞으로 리베이트 감시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아름
한아름 arha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주간지 머니S 산업2팀 기자.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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