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통계 문제없나 上] "미성년 범죄 피해 늘어도 정확히는 몰라"

김지선 형사정책연구위원 "60년대 통계방식 지금까지" 시대 흐름 반영한 통계라야 정책수립·예산결정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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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한상희 기자[편집자주]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의 범죄통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60년 전 항목을 기준으로 집계돼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특히 현행 통계에서는 미성년 피해자 수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고 피해자 수 또한 과소 추정돼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통계를 근거로 치안 정책의 예산 규모가 결정되는 만큼 명확하지 않은 통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뉴스1은 범죄통계를 연구해온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53)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현행 통계 시스템의 문제점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1.4.2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1.4.2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한상희 기자 = 지난해 '박사방' 사건이 공분을 산 주요 이유는 피해자 가운데 미성년자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박사방 사건은 주범 조주빈(26)이 미성년자 등 피해자 90여명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한 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 박사방에 유포한 사건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은 지난 2일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대책 마련을 위해 '명확한' 통계 필요

미성년자 대상 범죄를 근절하는 대책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대책 마련을 위해 무엇을 먼저 해야할까. 객관적 근거인 통계를 기준으로 피해 수준을 헤아려야 한다. 그러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통계에서 미성년 피해자 수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 나이 구분 방식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의 범죄통계에서는 피해자 나이를 6세 이하, 12세 이하, 15세 이하, 20세 이하 등 몇 가지 항목으로 구분하지만 현행법상 미성년자 나이인 만 18세 이하로는 나누지 않습니다."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53)의 말이다. 그는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1960년대에 만들어진 범죄통계 기준 항목이 6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틀을 유지하고 있다"며 개선 필요성을 피력했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 통계가 사회 변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요컨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 대한 우려가 몇 년 사이 부쩍 높아졌지만 현재 범죄통계에는 이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처벌법), 형법의 강간과 추행의 죄가 적용됩니다. 그런데 범죄통계를 통해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가 몇 건 발생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연령' 항목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시 말씀드리지만 현행 범죄통계에는 그렇게 돼 있지 않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범죄통계에 문제가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미성년 피해자 인원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는 점을 꼭 손질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찰범죄통계 '범죄 피해자 및 범죄피해 추세'(경찰청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경찰범죄통계 '범죄 피해자 및 범죄피해 추세'(경찰청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검찰과 경찰은 각각 '범죄통계'와 '범죄분석'이라는 책자를 통해 범죄 통계를 제공한다. 최근 경찰범죄통계 '범죄 피해자 및 범죄피해 추세'(2015~2019년)를 보면 피해자 연령은 Δ12세 이하 Δ13~20세 Δ21~30세 Δ31~40세 Δ41~50세 Δ51~60세 Δ61세 이상으로 분류돼 있다.

13~20세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 미성년자와 성인 피해자가 합쳐져 집계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도 "현행 범죄통계는 20세 이하로 분류돼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가장 좋은 것은 연령대 카테고리에 따라 피해자를 분류해 입력하는 게 아니라 11세, 12세, 18세 식으로 '1세 단위'로 연령을 입력한 뒤 이합집산해 분석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모든 범죄로 오해"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 연구위원은 범죄통계를 비롯해 Δ소년범죄 및 소년사법제도 Δ범죄 피해자 보호 지원 Δ성폭력 범죄 및 성폭력 범죄자 처우 분야를 주로 연구한다.

2016~2017년 범죄통계 개선을 위한 관계기간 태스크포스(TF), 지난해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 후 여성가족부가 추진한 여성폭력통계구축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이날 김 위원이 지적한 범죄통계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찰과 검찰 통계의 범죄 발생 건수라는 개념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위원은 '통계에 따른 오해'를 우려했다.

"엄밀히 말하면 범죄 발생 건수는 한 해 발생한 범죄 건수 가운데 신고와 고소·고발, 그리고 수사기관이 자체 인지로 알게 된 범죄 건수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현재처럼 범죄 발생 건수라는 개념을 사용했을 때 일반인들은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한 모든 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 News1 DB
© News1 DB

김 연구위원은 "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하거나 수사기관에 신고되지 않은 '암수범죄'도 상당히 많다"며 "영국과 일본에서는 암수범죄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분명히 하기 위해 '신고건수' 또는 '인지건수'라고 표현한다"고 했다.

정책을 다루는 직군에 있을수록 통계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치안은 물론 정책 예산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언론도 통계를 앞세워 특정 범죄의 심각성을 대중에 알린다. "통계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명확하지 않은 통계는 진실을 오히려 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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