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때마다 외치더니… 현실은 갈 길 먼 '백신 주권'

[머니S리포트-한국의 백신사업 현주소는?①] 코로나19로 높아진 백신산업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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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4년 메르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슈가 있을 때마다 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 자급 중요성이 부각됐다. 국가예방접종 사업에 포함되는 A형 간염 집단 발병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부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모두 ‘백신 주권’을 외쳤지만 막상 시간이 흐르고 나면 공염불이 되기 일쑤였다. 2015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백신 자급률 80%’가 대표적이다. 자급률 80%는 요원해졌고 코로나19에 한국은 다시 한번 백신 약소국으로 전락했다.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K-바이오’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신종 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 분야만큼은 여전히 해외의존도가 높은 게 현실이다. 백신 개발에 성공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높은 시장 진입 장벽과 임상시험의 어려움, 천문학적인 투자금 대비 낮은 시장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로 더욱 절실해진 백신 주권의 현실을 살펴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백신 주권’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정 이슈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국산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백신 주권 강화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정부가 강조해왔던 중요한 보건 정책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임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국가 필수예방접종사업 대상 기초 백신 자급률은 50%밖에 안 된다는 초라한 성적이 현실을 말해준다.



정부 “임상 참여자 사전 모집 등 적극 지원”



백신은 크게 ‘기초 백신’과 ‘프리미엄 백신’으로 구분된다. A형 간염 등 필수 접종이 요구되는 백신을 기초 백신이라고 한다. 코로나19 백신도 이젠 필수 기초 백신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백신 확보전에 뛰어들면서 5월4일 현재 1억9200만회 분량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전 국민이 최대 3회까지 접종 가능한 물량이다. 문제는 팬데믹 종료 이후다. 지금도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 등지에서 변이바이러스가 속출하고 있고 집단면역이 형성되더라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일상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백신 국산화 필요성이 높은 이유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선 국내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셀리드·진원생명과학·제넥신·유바이로직스 등 5개 기업이다. 셀리드는 2020년 12월4일 임상시험을 승인받아 1·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 역시 같은 날 1·2a상 승인을 받았다. 제넥신·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유바이로직스 등도 1·2a상 단계다.

녹십자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서며 향후 변이바이러스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녹십자 관계자는 “목암연구소와 공동 개발 계획을 세우고 합성항원 기반 코로나 바이러스 범용 서브유닛 백신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고 전했다. 녹십자는 쉽게 변이하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다양하게 대응할 ‘범용 백신’(Universal Vaccine) 수요가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주요 백신 개발기업이 올 하반기 임상 3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임상 3상이 신속히 진행되도록 총력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이 올 하반기 임상3상에 진입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대규모 임상시험 참여자를 어떻게 모집할 것인지가 최대 관건이다. 일단 정부는 프랑스에서 추진하고 있는 비교 임상 및 임상 참여자 모집 지원 등을 세부 지원책으로 내놨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교임상은 대상포진 백신 등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이미 허가된 백신과 유사한 면역원성(항체가 등)을 확인해 개발 백신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방식”이라며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을 통해 임상 참여자 사전 모집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기초백신 자급률 80% 목표… 현실은?


코로나19 백신 이슈에 밀려있지만 유·소아용 백신 등 국가 필수 예방접종 사업에 포함돼 있는 기초 백신 자급화도 선결과제로 꼽힌다. 복지부는 2013년 ‘백신산업 글로벌 진출 방안’ 발표에서 “2020년까지 28개 기초 백신 자급률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2015년, 2019년 발표에선 2020년 자급률 목표를 대폭 낮춰 각각 71%, 57%로 설정했다.

팬데믹 때마다 외치더니… 현실은 갈 길 먼 '백신 주권'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기초 백신 자급률은 50%에 그쳤다. 국가필수예방접종 기초 백신 28종(대테러 및 대유행 대비 5종 포함) 가운데 14종 만이 국내 생산 가능하다.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자급률 80%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제약업계는 정부 정책이 설계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기초 백신의 낮은 시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해 기초 백신 개발을 위해선 원료의약품 국산화부터 백신 개발 이후 원가보전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협회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봉착해 있다”며 “연구개발과 투자 능력이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낮은 데다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도 어렵다”고 말했다.

협회는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초고속작전(Operation Warp Speed)의 일환으로 ▲아스트라제네카 12억달러(1조3476억원) ▲존슨앤존슨 15억달러(1조6845억원) ▲노바백스 16억달러(1조7968억원) ▲화이자 19억5000만달러(2조1898억원)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모더나에서 백신 개발에 투입한 20억달러(2조2460억원) 역시 대부분 정부 예산이라고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정부가 예고한 코로나19 백신 개발 지원금은 687억원으로 이들 투자액수에 한참 못 미친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30여개 제약사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며 “팬데믹 종료 후에도 개발될 의약품이 실제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손실보장제도 등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원료의약품 자급률 확대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며 “일본·중국·인도에 대한 원료의약품 의존도가 60%에 달한다. 원료 국산화를 위한 생산설비 구축 지원과 세제혜택 등 지원책도 시급한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이상훈
이상훈 kjupress@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2팀 제약바이오 담당 이상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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