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서 내민 미국, 쌍심지 켠 중국… 한국기업 위기냐 기회냐

[머니S리포트-바이든의 청구서, 韓 기업 선택은③] G2 갈등 장기화, 국가적 차원 전략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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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우선시하는 경제정책을 강화하면서 한국기업의 글로벌 전략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데 참여하라며 세계 각국과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주요 기업은 투자 압력을 받고 조 단위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거나 계획 마련에 착수한 상황이다. 문제는 미국의 경제정책 저변에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양국 의존도가 모두 높은 한국기업으로선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과연 바이든 대통령이 내민 청구서엔 가격이 얼마큼 적혀있을까.
/그래픽=김영찬 기자
/그래픽=김영찬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28일(현지시각) 취임 후 처음 가진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자국의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이 같은 정책이 “중국에 맞서 경쟁력과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중국 견제 기조를 밝혔다. CNN에 따르면 이날 총 65분의 연설시간 중 경제부문에 10분38초로 가장 많은 시간을 썼다. 특히 중국을 네 번이나 언급하며 2분30초를 사용했다.

중국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경쟁은 환영하지만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미국의 이익을 옹호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마찬가지로 인도 태평양에 강력한 군사력 주둔을 유지할 것이라고 시진핑 주석에게 말했다”며 “미국은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에 있어 우리의 약속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남중국해 군사기지 건설과 동중국해 진출 강화 등을 시도하는 중국에 맞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2013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당시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2013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당시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중 무역분쟁, 1~2년 내 끝날 문제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직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바이든 정부 출범 100일, 美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정책과 한국의 대응방향’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한국은 중간재 수출 비중이 70%에 달해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크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글로벌 공급망 점검 행정명령이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한 파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열린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을 정도로 국가적 차원의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은 2013년 ‘유턴기업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복귀한 기업이 100개도 되지 않아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성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환경과 세계 공급망 위기가 맞물리며 20여개 기업이 리쇼어링했고 이 중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돌아왔다. 미·중 갈등 장기화가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올해 3월29일 회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미·중 무역분쟁은 1~2년 이내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안고 살아가야 할 문제”라면서 “환경과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제기될 여러 의제로 ▲공급망 재편 ▲관세 ▲지식재산권 ▲인권 등을 꼽으면서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두 가지가 겹쳐 한국의 무역과 기업 활동이 쉽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 회장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꼽기도 했다. 그는 “환경문제는 세계 공통의 과제이고 미·중 갈등을 넘는 이슈”라며 “우리가 더 빨리 치고 나간다면 우리 (경제의) 건강을 회복하는 또 하나의 방법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각종 환경기준 강화도 한편으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귀띔했다.

지난 4월22일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20여개국 정상들이 비대면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뉴스1
지난 4월22일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20여개국 정상들이 비대면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뉴스1


한국기업 10곳 중 8곳 “대응방안 없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통상환경이 급변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이 기업 생존에 중요한 요건이 됐지만 한국기업 10곳 중 8곳은 마땅한 방안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30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신 통상환경 변화 속 우리 기업의 대응상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통상환경 변화 대응에 대해 기업 86%가 ‘방안 없다’로 답했다. ‘있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특히 중소기업 92%가 ‘없다’라고 답해 통상환경 변화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활동에 가장 부담을 느끼는 통상 이슈에 대해 응답 기업의 40.9%가 ‘미·중 갈등’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환경기준 강화(25.2%) ▲비관세장벽 강화(24.3%) ▲노동기준 강화(11.0%) ▲글로벌 법인세 등 과세부담 가중(9.6%) ▲글로벌 공급망 개편(8.3%) ▲디지털 전환(3.7%) 순으로 답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 ‘미국의 대중국 강경기조 확대’(41.7%)를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으며 이어 ▲안보 강화(20.6%) ▲사드 영향 지속(19.4%) ▲중국주도 글로벌 공급망 약화(17.8%) 등의 순이었다.

안덕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비롯한 환경규제 강화 등의 조치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미·중 갈등이 지속돼 기업이 불안을 표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며 통상환경 변화를 기회로 전환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정부의 통상정책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화평
김화평 khp0403@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김화평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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