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 부끄럽다…'故김용균 비극' 꼭 닮은 청년의 죽음

안전관리자 없고 원청 지시 받는 재하청 구조…죽음의 외주화 故김용균·구의역 김군 사고 '기시감'…지난 한해 882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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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유형의 FRC 컨테이너. © 뉴스1
사고가 난 유형의 FRC 컨테이너. © 뉴스1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스물세 살 청년이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용직 노동에 나섰다가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현장에 안전 관리자는 없었고 같이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1명이 있었다. 안전모 지급은 당연히 없었다.

비정규직으로 일터에 나선 20대, 안전규정 미비, 하청의 재하청 구조, 회사의 책임 회피 의혹…. 모든 것이 지난 2018년 12월 사망한 김용균씨 참사와 닮아있었다.

8일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씨(23)는 지난달 22일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FRC(Flat Rack Container)라 불리는 개방형 컨테이너에서 나무 합판 조각을 정리하다가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당초 숨진 이씨는 평택항에서 1년 가까이 일하며 수출입 되는 컨테이너의 검수와 검역을 맡았다. 그러나 최근 항만하역업체의 관리자가 교체되면서 새로운 업무가 추가됐다.

이씨가 지시 받은 업무는 FRC 컨테이너 바닥의 나무 합판 정리 작업. 22일은 이씨가 이 일을 처음 맡은 날이었다. 그러나 유족 등에 따르면 이 일에 대한 사전 교육은 없었다.

반드시 있어야 할 안전 관리자는 보이지 않았고 지게차를 운영할 때 필요한 수신호 담당자도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지게차가 FRC 컨테이너의 한쪽 날개를 접으려고 하는 순간 반대편 날개가 쓰러졌는데 당시 이씨는 그 밑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300㎏에 이르는 컨테이너 날개는 그렇게 이씨를 덮쳤다.

어둡고 석탄 가루가 날려 불과 몇 미터 앞을 분간할 수 없는 현장에서 안전관리자도 없이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떠난 김용균씨 사고를 연상하게 하는 장면이다.

이선호씨가 일했던 평택항은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이 관리하는데 이번에 사고가 난 신컨테이너 부두는 위탁을 받은 한 항만하역 전문업체가 운영했다. 해당 업체는 이 곳에서 일한 인력을 또 위탁했는데 이씨는 그 인력회사 소속이었다.

전형적인 재하청 구조로 구의역 김군의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원청의 무리한 작업 지시가 있었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로 경찰의 철저한 조사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전형적인 산업현장 재해지만 이선호씨의 유족은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씨의 아버지는 “아이가 무거운 철판에 깔려 피를 흘리며 숨이 끊어져 가는데도 회사는 119에 신고 대신 윗선에다 먼저 보고하는 데만 급급했다”고 한탄했다.

'청년비정규직 故 김용균 추모조형물'/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청년비정규직 故 김용균 추모조형물'/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사고 경위가 다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선호씨 사례는 앞선 일어난 비극적인 사례와 꼭 닮아있다.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지난 4월 28일 세워진 고 김용균씨 추모 조형물에는 '일하다 아프지 않게, 죽지 않게'라는 글귀가 새겨있다. 그러나 이로부터 엿새 전 김용균씨와 비슷한 또래의 청년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에는 고 김용균씨의 사고를 계기로 재발 방지를 위한 여러 입법이 이뤄졌다. 2020년 1월 16일은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산업 현장에서 사고사로 사망한 사람의 수만 882명이다. 질병에 의한 사망자 수까지 합하면 2000명이 넘는다. 이 같은 일을 막고 책임자를 처벌하자며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이나 돼서야 시행된다. 따라서 이선호씨 사건은 이 법에 적용되지 않는다.

시행이 되더라도 이같이 반복되는 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산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항들은 크게 후퇴했고, 5~49인 사업장은 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한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밝힌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의 402명, 즉 46%는 5~49인 사업장에 나왔다. 어버이날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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