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될 권리②] '키오스크' 앞에서 절망하는 시각장애인들

스마트 기기는 계속 느는데…관련 예산 인력은 횡보 앱, SW 접근성 확장 위해 정부 강력한 의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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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우리는 온라인을 통해 만나고 관계 맺고, 일을 하고, 논다. 하지만 만인을 위한 자유로운 광장인 줄 알았던 온라인 세상에도 입장을 위해 넘어야 할 턱이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온라인 세상은 가깝지만 먼 곳이다. 법은 턱을 없애고 경사로를 만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여러차례 입장을 거부당한 이들에게 법은 멀게 만 느껴진다.

지난 6일 시각장애인 조영규씨(32)가 서울 종로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무인단말기) 화면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있다.  해당 키오스크는 음성지원이 되지 않아 영규씨는 카운터로 다시 자리를 옮겨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음식을 주문해야 했다.  2021.5.6/뉴스1 © News1 박동해 기자
지난 6일 시각장애인 조영규씨(32)가 서울 종로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무인단말기) 화면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있다. 해당 키오스크는 음성지원이 되지 않아 영규씨는 카운터로 다시 자리를 옮겨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음식을 주문해야 했다. 2021.5.6/뉴스1 © News1 박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스마트 기기들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그럴 수록 접근성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죠. 그런데 대비나 대책이 잘 안되어 있어요."

취약계층의 정보접근성 문제를 수년간 제기해온 문형남 웹발전연구소 소장(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은 시각장애인들의 웹접근성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다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 말을 쏟아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웹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와 상황은 많이 나아졌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제기될 정보접근성 문제에는 대책이 없어 보여 걱정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문 소장은 특히 초기에 높았던 정부의 관심이 점차 떨어지면서 관련한 예산과 인력에 대한 지원이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정보접근성 확대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웹접근성 문제를 포함해 정보 취약계층의 정보접근성을 제고하는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담당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2016년 5억원이었던 진흥원의 '정보접근성 제고' 사업의 예산은 2019년 20억원까지 늘었지만 올해 14억5500만원으로 줄었다.

진흥원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웹사이트가 100만개가 넘는 상황에서 현재의 자원으로 모든 웹사이트가 웹접근성을 보장하고 있는지 감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전체 사이트가 지켜야 할 의무가 있지만 개편을 위해서는 적게는 100~200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돈이 들어간다. 이를 나라에서 모두 지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컨설팅이나 소스코드를 배정해 주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또한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는 장애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웹사이트들을 중심으로 현재는 1년에 40개 사이트에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진흥원 관계자는 "인원 증원이나 예산 증액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지만 늘리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는 현상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서 문 소장이 이야기 하고 있듯이 IT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 기기 활용이 더 늘어나면서 장애인과 같은 소외 계층들의 정보접근성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의 대표적인 예로 2~3년 전부터 '키오스크'가 최근 시각장애인단체를 중심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진흥원이 진행한 '2019 무인정보단말(키오스크) 정보접근성 현황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 800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정보가 제공되는 경우는 27.8%에 그쳤다. 진흥원은 키오스크 기술 개발 지원 사업을 진행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부착형 키보드와 음성 해설 기능도 개발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상용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키오스크뿐만 아니라 모바일 앱, 각종 소프트웨어에 대한 접근성 문제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김병수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소장은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웹접근성'의 준수만을 적시하고 있어서 모바일앱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장애인들의 정보접근성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현재는 모바일 앱 등의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이를 죄라고 생각하지 않게 때문이라서 그렇다"라며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부터라도 장애인 등 정보취약층의 정보접근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후에 지불하게 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조성재 대구대 직업재활학과 교수는 "결국 만들어 놓고 고치게 되면 돈이 더 들어가게 된다"라며 "처음 시스템을 설계할 때 고려해서 만든다면 비용도 적게 들고 좋은데 아예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과거 환경 문제도 지키면서 사업을 하면 모두 망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기회를 찾은 기업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도 했다"라며 현재 당장 돈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접근성 문제를 외면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 또한 결국 정보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를 강제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법을 어기는 기관이나 기업에 대해서는 강하게 처벌해 시민들이 마땅이 누려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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