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오디세이] 롯데, 11년 만에 외인 감독… 서튼은 제2의 로이스터가 될까?

구단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실천할 적임자로 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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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래리 서튼 신임 감독. © News1 여주연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래리 서튼 신임 감독. © News1 여주연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11년 만에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감독을 두 번이나 선임한 구단은 롯데가 유일하다. 암흑기 탈출을 이끈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의 성공 사례가 있는 만큼 롯데 팬들도 래리 서튼 신임 감독의 선임을 통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11일 허문회 감독을 해임하고 서튼 퓨처스팀 감독을 제20대 감독으로 임명했다. 시즌 30경기 만에 감독을 경질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사안이 심각하다고 인지했기 때문이다.

현장과 프런트의 갈등 속에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허 감독은 지난 11일 이인환 대표이사와 가진 면담에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구단은 칼을 뽑았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걸 더는 방치할 수 없었고, 위태롭게 탈선 위험에 놓인 열차를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놓기 위한 변화였다.

이번 사령탑 교체는 오랜 시간을 두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허 감독을 재신임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달라지겠다"던 허 감독은 달라지지 않았으며, 그를 새로운 비전을 함께 실천해 나갈 적임자라고 확신했던 프런트는 오판했다. 헛된 시간만 허비하고 해임에 따른 잔여 연봉 지급 등 지출액만 늘었다.

롯데는 이번 감독 교체 배경에 대해 '방향성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구단 관계자는 "그동안 시간을 두고서 신중하게 판단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구단과 방향성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몇 년째 강팀이 되지 못하는 롯데는 재건이 필요하다고 인식, 새롭게 틀을 만들고자 했다. 이에 30대인 성민규 단장을 파격적으로 선임, 메이저리그식 구단 운영을 지향하면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그렇지만 잘못된 인사로 배가 엉뚱한 방향으로 향했다.

롯데가 허 감독을 내치면서 퓨처스팀의 서튼 감독을 선임한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보통 시즌 도중 감독이 교체될 경우, 우선적으로 1군 코칭스태프 중에 1명이 감독대행을 맡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과감하게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다. 새 사령탑 서튼 감독은 구단이 바라는 바를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미 퓨처스팀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아 시험을 통과했다.

이 방향성은 서튼 감독이 롯데와 인연을 맺은 이유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다양한 지도자 경험을 쌓은 서튼 감독이 롯데의 육성 철학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국행을 택했다. 자연스럽게 육성에 더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서튼 감독은 11일 1군 감독이 되자마자 퓨처스팀에서 신인투수 송재영과 정우준, 외야수 신용수 등 3명의 젊은 선수를 콜업했다. 그리고 신용수는 곧바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10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진명호도 필승조의 1번째 자원으로 활용했다.

미소 짓고 있는 래리 서튼 감독. © News1 여주연 기자
미소 짓고 있는 래리 서튼 감독. © News1 여주연 기자

변화는 감지됐고, 서튼 감독은 전임자와 분명히 다른 스타일로 경기를 운영했다. 타순을 1~4번과 5~9번으로 분리해 균형 잡힌 두 가지 트랙으로 상대를 공격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3번 이대호-4번 안치홍-5번 손아섭의 중심타선은 색달랐다.

마무리투수 김원중을 8회초에 조기 투입한 것도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수가 됐지만, '왜' 투입했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7회말 절호의 공격 기회를 놓치며 자칫 흐름이 넘어갈 수 있던 데다 SSG의 공격은 상위 타선부터 시작이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를 투입해 상대의 기를 꺾는 전략은 2019년 키움 히어로즈가 선보여 톡톡히 재미를 본 바 있다. 이해 못할 판단은 아니라는 뜻이다. 서튼 감독은 공격, 수비 등에서 과감하고 공격적인 전술을 선호한다고 말했는데 더 많은 파격적인 수를 선보일 듯하다.

그동안 외국인 감독은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도 잘 이해한 다음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시스템을 정립해 팀을 만들어 갔다. 외국인 감독에 대한 구단의 내부평가도 긍정적이었다.

문제는 시간이다. 서튼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2년까지로 다른 감독보다 임기가 길지 않은 편이다. 트레이 힐만 전 SK 와이번스 감독을 제외한 외국인 감독도 3년을 보장받았다. 롯데에 긍정의 변화 바람은 불고 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유산을 만들지는 지켜봐야 한다.

결국 '내부'에 달려있다. 급격한 변화 속에 시행착오는 불가피하한데 신뢰하고 소통하며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롯데는 감독이 자주 교체됐던 구단인 만큼 또 다른 불협화음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불화와 불통 없이 '원팀'을 만드는 건 서튼 감독의 가장 큰 과제다.

로이스터 전 감독이 롯데 지휘봉을 잡았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롯데는 절망스럽고 암흑에 덮여있다. 1년 후 서튼 감독은 제2의 로이스터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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