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기세에 눌린 배달의민족… 1위 자리 지킬 수 있을까

[머니S리포트-배달앱 시장 ‘위협받는 선발주자’②] ‘단건 배달’로 정면 승부… 눈덩이 적자 어쩌나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편집자주|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이 요동친다. 11년 전 시장을 개척했던 선두주자들이 이제 막 뛰어든 후발주자들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배달의민족 위상이 전만 못하다. 그 자리를 노리는 건 막대한 자금력과 추진력을 갖춘 쿠팡이츠다. 현재 업계 투톱은 조만간 새 주인을 맞이하고 다른 새로운 주자들도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앞으로 배달앱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이미 현장에선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쿠팡이츠는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됐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쿠팡이츠는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됐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배달의민족(배민)은 토종 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배달앱 1위에 올랐지만 최근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와 국내 대형 IT플랫폼 등의 잇단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019년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된다고 발표하면서 그 배경으로 언급한 내용이다. 배민이 콕 집어 지목한 C사는 일본 손정의 소프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는 쿠팡이다. 당시 쿠팡은 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시작한 지 반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업계에선 우아한형제들이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쿠팡을 방패막이로 삼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에서 유리한 판단을 받기 위해서 언급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배달앱을 넘어 온라인으로 시장을 획정할 경우 배민이 독점 판단을 비켜가기 때문. 결국 배달앱 시장에선 쿠팡이츠가 배민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쿠팡이츠는 배민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됐다. 심지어 배민이 쿠팡이츠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쿠팡이츠의 전매특허인 ‘단건 배달’을 배민도 시행하기로 한 것. 그동안 업계 1위 자리를 수성하며 후발주자를 수비하는 데 그쳤던 배민이 적극적인 공격에 나선다. 선발주자의 위기가 현실화했다는 평가다.



쿠팡이츠 잘 나가자… 배민도 ‘한 번에 한 집만’


배달의민족은 오는 6월1일부터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을 시범 운영한다. /사진=뉴스1 이광호 기자
배달의민족은 오는 6월1일부터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을 시범 운영한다. /사진=뉴스1 이광호 기자


우아한형제들은 6월1일부터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을 출시해 서울 일부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단건 배달은 배달원(라이더) 1명이 배달 1건만 처리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라이더 1명이 인근 지역 배달 3~5건을 묶어서 처리하는 일반 배달보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단건 배달은 국내에서 쿠팡이츠가 ‘치타배달’이란 이름으로 가장 먼저 시행했다. 2019년 4월 쿠팡이 쿠팡이츠를 시작할 당시엔 이미 국내 배달앱 시장이 배민·요기요·배달통 등으로 굳어진 양상이었다. 이에 쿠팡은 자사의 강점인 ‘속도’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에는 라이더가 한 번에 여러 집 배달을 하다 보니 주문 후 음식을 받기까지 50~60분이 소요됐고 그새 음식이 식거나 불어 소비자 불만이 컸다. 단건 배달은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배달 시간은 20~30분으로 절반이 줄었고 이에 소비자가 호응하면서 쿠팡이츠는 급속도로 점유율을 키웠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조사 기관마다 다르게 나타나지만 공통적으로 쿠팡이츠의 비중은 상승곡선을 그린다. 닐슨코리아가 서울·경기권 배달앱 순방문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2%에 불과했지만 올 2월 20%까지 올라섰다. 같은 기간 배민은 59%에서 53%로, 요기요는 39%에서 27%로 각각 떨어졌다. 쿠팡이츠가 배민과 요기요의 떨어진 점유율을 그대로 흡수한 셈이다.

일부 지역에선 쿠팡이츠가 배민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이츠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시작해 서울 전역으로, 이후 경기권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처음 시작한 강남 3구에선 이미 쿠팡이츠 주문량이 배민을 넘어섰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업계에선 쿠팡이츠가 배민을 제치고 시장 1위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에선 10년 동안 1위를 지키던 배달앱 ‘그럽허브’가 단건 배달을 모델로 한 후발주자 ‘도어대시’에 자리를 내준 전례가 있다. 도어대시는 2018년 초까지만 해도 시장 점유율이 17%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50%까지 올라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앱과 배달대행업체 모두 음식 배달 수요가 많은 강남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며 “배달 1번지인 강남을 잡은 쿠팡이 시장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쿠팡발 ‘쩐의 전쟁’… 글로벌 ‘쩐주’ 둔 라이벌



쿠팡이츠의 기세에 눌린 배민은 단건 배달 서비스를 출시하며 반전을 꾀한다. 이미 올 초부터 강남 일대 배민라이더스 라이더를 대상으로 ‘번쩍 배달’을 실시하며 단건 배달 시범 운행에 나섰다. 오는 6월부터는 배민1을 통해 쿠팡이츠와 정면 승부에 나선다.

요금체계도 쿠팡이츠와 동일하게 설정했다. 배민1은 쿠팡과 마찬가지로 배달비를 5000원(프로모션 미적용시 6000원)으로 하고 업주가 이 비용을 고객에게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업주에게 받는 가맹점 수수료는 12%로 쿠팡이츠(15%)보다 낮지만 실제로 받는 프로모션 요금은 1000원으로 양사 동일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단건 배달은 묶음 배달에 비해 많은 수의 라이더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라이더 입장에선 묶음 배달을 할 때보다 시간 대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들의 수익 보장을 위해 업체가 프로모션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다.

실제 쿠팡이츠는 사업 초기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책정했다. 배민라이더스 배달비는 기본 3000원, 최대 4000원이었지만 쿠팡이츠는 기본 5000원을 지급하고 최대 한도를 두지 않았다. 거리·날씨·주문량 등에 따라 할증도 붙는다. 지난해 건당 배달비가 2만원까지 오르고 억대 연봉 라이더가 생겨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쿠팡이츠 기세에 눌린 배달의민족… 1위 자리 지킬 수 있을까


앞으로 단건 배달이 확대되면 배민과 쿠팡이츠의 ‘쩐의 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DH에 인수되는 우아한형제들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조 단위 실탄을 쥔 쿠팡 사이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자금 대결인 셈이다.

하지만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 출혈경쟁도 예상된다. 일각에선 ‘계획된 적자’ 기조로 출혈을 감수하며 판을 키우는 쿠팡만큼 우아한형제들이 공격적으로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DH가 우아한형제들을 9조원에 인수한 만큼 추가 투자 부담도 상당하다.

우아한형제들은 2010년 창업 이후 적자를 기록하다가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3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으나 후발주자가 등장하기 시작한 2019년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이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지만 경쟁으로 인한 비용이 늘어 영업손실을 112억원 냈다. 특히 라이더 프로모션에 해당하는 ‘외주용역비’가 전년 1436억원에서 329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나 손실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치열한 마케팅 경쟁과 프로모션 비용 지출 등으로 영업손실을 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프로모션 비용이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쿠팡이츠는 2000원이던 가맹점 수수료를 주문 금액의 15%로 조정했다. 아직까지는 프로모션 비용 1000원을 적용하고 있지만 훗날 경쟁구도가 정리되면 이를 없애고 수수료율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업주의 우려 사항이다.
 

김경은
김경은 silver@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100%
  • 0%
  • 코스피 : 3267.93상승 2.9718:01 06/18
  • 코스닥 : 1015.88상승 12.1618:01 06/18
  • 원달러 : 1132.30상승 1.918:01 06/18
  • 두바이유 : 73.51상승 0.4318:01 06/18
  • 금 : 70.98하락 1.3718:01 06/18
  • [머니S포토] 윤호중 원내대표 발언 경청하는 김진표 부동산 특위 위원장
  • [머니S포토] 제7차 공공기관운영위, 입장하는 '홍남기'
  • [머니S포토] 법사위 주재하는 박주민 위원장 대리
  • [머니S포토] 광주 건물붕괴 사건 피해자를 향해 고개 숙인 권순호
  • [머니S포토] 윤호중 원내대표 발언 경청하는 김진표 부동산 특위 위원장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