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 억대 연봉시대 끝났다… 공급 과잉에 수익 ‘뚝’

[머니S리포트-배달앱 시장 ‘위협받는 선발주자’③] 덮어놓고 불러 모은 라이더… 결국 갈등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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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이 요동친다. 11년 전 시장을 개척했던 선두주자들이 이제 막 뛰어든 후발주자들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배달의민족 위상이 전만 못하다. 그 자리를 노리는 건 막대한 자금력과 추진력을 갖춘 쿠팡이츠다. 현재 업계 투톱은 조만간 새 주인을 맞이하고 다른 새로운 주자들도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앞으로 배달앱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이미 현장에선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배달 라이더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면서 업계와 라이더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22일 라이더 유니온 쿠팡이츠 라이더들이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이승배 기자
배달 라이더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면서 업계와 라이더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22일 라이더 유니온 쿠팡이츠 라이더들이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이승배 기자

# 서울에서 ‘배민라이더스’와 ‘쿠팡이츠’ 배달을 하는 김모씨는 요즘 들어 오토바이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건당 지급받는 기본 배달비가 낮아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올 초까지만 해도 하루에 8시간 근무하면 30만원 이상 수익을 냈지만 최근엔 절반도 벌기 어려워졌다. 김씨는 “비수기 영향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단가가 너무 낮아졌다”며 “벌이를 유지하려면 근무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배달 라이더 억대 연봉시대가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음식 배달이 급증하면서 라이더(배달원)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온라인상에는 하루에 50만원씩 벌었다는 등 수익 인증이 이어졌다. 주 5일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축제는 오래가지 않았다. 고액 배달비에 프로모션 비용을 얹어 인력 수급에 나섰던 업계가 이를 다시 회수하면서다. 라이더는 배달비 인하로 수익이 줄고 있다고 호소한다. 라이더 1명이 배달 1건만 수행하는 ‘단건 배달’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단건 배달이 가능할 만큼 이제는 라이더 공급 과잉 상황이 된 셈이다.



배달비 인하에 단건 배달… 라이더 불만 폭발



최근 배달앱 업계와 라이더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배달기사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치타가 아니라 노동자”라며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 서비스인 ‘치타배달’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

쿠팡이츠 치타배달은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한다. 한 번에 여러 집에 배달하는 묶음 배달에 비해 배달 건수가 줄어들어 라이더 수입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쿠팡이츠는 사업 초기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비를 높게 책정해 이를 보상했다.

당초 쿠팡이츠 기본 배달비는 5000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주문량·시간·거리에 따라 할증이 붙어 지난해 장마철에는 건당 2만원이 넘는 배달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기본 배달비를 2500원으로 삭감하고 거리 할증도 기존 100m당 100원에서 70원으로 줄였다.

쿠팡이츠의 일방적인 배달 수수료 삭감 정책 중단 촉구 기자회견_에서 대화요청서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미소 기자
쿠팡이츠의 일방적인 배달 수수료 삭감 정책 중단 촉구 기자회견_에서 대화요청서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미소 기자



라이더가 들고 일어선 것은 이 때문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쿠팡이츠는 라이더가 여러 배달음식을 묶어서 배달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배달 한 건당 2500원을 주면 최저임금도 벌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단건 배달은 1시간에 3건 이상 수행하기 어려운데 이 경우 시간당 수입이 최저임금인 8720원에 못 미친다는 계산이다.

단건 배달에 대한 불만은 배민에서도 나왔다. 우아한형제들은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을 통해 배달 라이더를 직접 수급하는 형태인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고 있다. 배민라이더스는 올 초부터 서울 강남에서 ‘번쩍 배달’을 통해 단건 배달 시범 운행에 나섰다. 하지만 배달비는 묶음 배달 때와 같아 수입이 줄었다는 게 라이더 측 주장이다.

김영수 배민라이더스 노조 지회장은 “기존 배달은 한 번에 5개의 주문을 수행했다면 번쩍 배달은 한 번에 1개만 할 수 있다”며 “번쩍 배달 시행 이후 라이더 수입이 70~80% 줄어든 반면 운행 거리는 오히려 20% 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귀하셨던 몸’ 라이더, ‘삼진아웃’ 대상 된 이유는



라이더는 단건 배달을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이런 배경에는 라이더 공급 과잉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이더가 많아지면서 업계가 단건 배달을 하더라도 더 이상 웃돈을 얹어 배달비를 지급할 필요성이 없어진 것.

지난해 업계는 코로나19로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라이더 모시기 경쟁을 펼쳤다. 쿠팡이츠를 시작으로 배민라이더스는 신규 라이더에게 최대 100만원, 요기요는 200만원의 프로모션을 지급했다.

하지만 라이더 모시기에 앞장섰던 쿠팡이츠마저 최근엔 피크타임에만 프로모션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배달비 인하는 물론 식당으로부터 받는 가맹점 수수료도 손질했다. 라이더와 식당 유치에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피크시간대에만 프로모션 비용을 주고 일반 시간대엔 가격을 후려쳐서 안정적인 소득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배달앱 업계의 이윤 추구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자가용이나 도보·자전거·킥보드를 이용한 부업 라이더의 진입으로 시장은 더욱 공급 과잉 상황이 됐다. /사진=쿠팡이츠
자가용이나 도보·자전거·킥보드를 이용한 부업 라이더의 진입으로 시장은 더욱 공급 과잉 상황이 됐다. /사진=쿠팡이츠

부업 라이더의 유입도 공급 과잉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 배민라이더스의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쿠리어’ 등 자가용이나 도보·자전거·킥보드를 이용한 배달이 활발해지면서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거나 취업이 늦어진 이들이 이 시장에 대거 몰리며 공급은 더욱 늘었다.

쿠팡이츠는 쿠리어 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쿠리어가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빈도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쿠리어 전용 앱 ‘쿠팡이츠 배달파트너’의 MAU(월간순이용자수)는 지난 1월 48만명으로 8개월 만에 12배 이상 늘었다.

배민커넥트 가입자는 현재 약 5만여명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2월 1만여명에서 5배 증가한 수치다. 배민은 이 중 고정적으로 일을 하는 라이더를 1만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오토바이가 아닌 수단을 통해 근무하는 전업 라이더도 1만명이나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업 라이더 측에선 공급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 위원장은 “라이더 시장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게 돼 있고 인력을 운영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아 업계가 무한대로 모집하는 것”이라며 “자전거나 킥보드에도 보험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건 배달 나서는 배민… ‘라이더 모시기’ 재현될까



당분간 업계와 라이더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업계는 ‘귀하신 몸’으로 모시던 라이더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쿠팡이츠는 최근 세 차례 제재 시 해당 라이더를 영구 정지시키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라이더가 콜(호출)을 거절하거나 무시할 경우 일정 시간 동안 콜을 주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라이더 사이에선 쿠팡이츠 탈퇴를 인증하는 등 집단행동이 나타나고 있다. 라이더가 배달앱에 등을 돌리는 데다 그동안 시장이 배달 수요와 라이더 공급 상황에 따라 변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배민의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 시행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민 관계자는 “현재 배민라이더스 소속 라이더는 3000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단건 배달에 라이더가 많이 필요한 만큼 배민1 시행 이후 추가 모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경은
김경은 silver@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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