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의 조건은?…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머니S리포트] 중견에서 대기업집단 된 디벨로퍼 면면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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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자산 5조원·10조원 이상의 신규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중견 건설업체 6곳이 포함됐다.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땅을 싸게 사서 아파트를 짓고 분양수익을 올려 단기간 내 급성장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부동산가격이 최근 몇 년 새 무섭게 폭등하며 시공 이윤보다 높은 분양이익을 냈고 자산가치도 급상승했다. 총수의 퇴진으로 2세 경영이나 전문경영인 체제가 본격화됐다는 점도 닮았다. 이렇게 외형은 성장했지만 내부적으론 불투명한 내부거래나 경영권 승계 과정의 탈세 등이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기업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이상 앞으로 경영활동의 상당 부분이 투명하게 공개될 예정이다.
재계 순위 37위에 오른 호반건설의 경우 자산 10조원을 넘겨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사진제공=호반건설
재계 순위 37위에 오른 호반건설의 경우 자산 10조원을 넘겨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사진제공=호반건설
공정거래위원회는 단일 대기업집단의 자산이 5조원을 넘기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해 사익편취와 일감 몰아주기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동일인이나 그의 친족(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올 12월30일 공정거래법이 전면 개정되며 대기업집단 시책이 좀 더 엄격해진다. 개정법은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율 대상 확대와 공익법인 보유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인수·합병(M&A)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상장사는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는다.

공정위는 5월1일자로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71개사를 발표했다. 분양사업 호조세로 새롭게 지정된 건설·부동산 기업은 반도홀딩스·IS지주·대방건설·MDM 등 4곳이다. 지주사나 디벨로퍼가 아닌 순수 건설업체로는 대방건설(국내 시공능력평가 27위)이 유일하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대규모 내부거래 또는 비상장사의 주요사항 등을 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가업 승계과정·경영활동 등이 공개돼 내부거래행위에 걸림돌이 생긴다. 재계 순위 37위에 오른 호반건설의 경우 자산 10조원을 넘겨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4개사 가운데 대방건설과 IS동서는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쳤고 반도건설과 MDM은 작업 진행 단계다. 대방건설은 창업주 구교운 회장 아들 구찬우 대표가 대방건설 지분 71.0%를 갖고 있다. IS동서는 권혁운 회장의 2세 권민석 대표가 2018년 단독대표 체제를 꾸렸다. 반도건설은 창업주 권홍사 회장 막내아들 권재현에, MDM은 문주현 회장 장녀 문형정과 차녀 문초연에게 승계 작업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



사실상 ‘가족회사’ 대방건설, 일감 몰아주면 안 돼


대방건설은 지분 100% 자회사가 개발사업 시행사로 나서고 대방건설이 시공하는 구조이기에 일감 몰아주기 관련 지적을 받을 우려가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하는 자회사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창업주 구교운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오너 2세이자 지분 71.0%를 보유하고 있는 구찬우 대표가 경영에 나선 가운데 개발 자회사 지분을 대부분 100% 가지고 있는 상황. 계열사 간 거래에 공정성 강화가 대두되는 시점이다.

공정위는 구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이미 구 대표로 승계를 마친 상황이지만 구 회장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대방건설은 43개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오너 일가와 친·인척이 포진해 사실상 가족회사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20년 대방건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방건설이 종속회사 및 기타 특수관계자와 거래해 발생한 매출은 약 9712억으로 전체 매출 약 1조5575억원의 62.3%였다. 대방건설은 2018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83.3%에 달하는 등 그동안 내부거래가 많아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대방건설의 2019년 감사보고서 차입금현황에 따르면 대방건설은 대주주인 구 대표와 그의 매제인 윤대인 대방산업개발 대표에게 운영자금 명목으로 단기차입금 약 86억원을 시중 금융기관에 비해 다소 높은 연리 4.6%에 빌렸다. 지난해 이들에게 지급된 이자만 4억원을 웃돌아 배당금으로 받은 돈을 회사에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겼다는 지적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단일 대기업집단의 자산이 5조원을 넘기면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원을 넘기면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지정한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단일 대기업집단의 자산이 5조원을 넘기면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원을 넘기면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지정한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자산 10조 넘은 호반건설, 계열분리 나설까?


호반건설은 2017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지 3년여 만에 자산 10조원을 넘기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순수 건설업체 중엔 부영·DL(옛 대림)·HDC에 이어 네 번째다. 앞서 대우건설은 부채 감소로 자산이 10조원 이하가 되면서 소속에서 제외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기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적용되던 규제에 ▲상호출자 금지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지배구조 관련 규제에 더욱 살이 붙는다.

호반그룹은 계열사 간 합병 등으로 주력 계열사인 호반건설과 호반산업·호반프라퍼티 등 3개 축으로 지배구조를 수직계열화해 뒀기에 관련 이슈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3개사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다. 호반건설과 호반프라퍼티가 호반산업 지분을 각각 11.36%, 4.67% 보유하고 있으나 상호출자나 순환출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소속회사의 채무보증이 막히면서 사업 면에선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동안 시행 계열사를 내세워 공공택지를 분양받고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호반건설의 채무보증으로 자금력을 충당해왔기에 확장 전략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호반건설이 그룹 계열사에 제공한 지급보증 규모는 2조7756억원이다. 이에 따라 사업 측면에서 호반그룹이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호반건설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며 대기업집단 지정을 준비해왔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과거 택지를 분양받아 주택 건설을 하고 분양까지 영위하는 사업 과정에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회사가 급성장하며 이를 차츰 줄이려고 노력했고 현재는 비중이 낮아진 상태다. 대기업집단 지정 시점을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준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수지
강수지 joy822@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강수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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