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SG라는 MSG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기자수첩] ESG라는 MSG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언택트’만큼이나 어느샌가 훅 들어온 단어가 있다. 바로 ‘ESG’다.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영어 머리글자를 나열한 단어다. ‘비대면’이란 기존 용어를 두고도 유행처럼 쓰인 콩글리시인 ‘언택트’처럼 근본(?) 없진 않다.

ESG는 유럽을 시작으로 해외 주요 연기금과 대형 투자사가 기업 윤리·준법경영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해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도입했다. 2006년 UN(국제연합) PRI(책임투자원칙)를 통해 구체화됐다.

십수년 만에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배경으로는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산업구조 전환이 꼽힌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규제 이슈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제조기업 등에는 미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요즘 기업에서 다양한 안건에 대해 그럴듯한 말로 ESG 경영이라 외치며 ‘MSG를 치는’ 광경을 종종 접하게 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ESG 준비 실태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3곳 중 2곳의 최고경영진이 ESG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른바 ‘높으신 분들’부터 ESG를 찾는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혼선을 빚는 모습이다. ESG 경영전략 수립 관련 애로사항으로 응답자의 29.7%가 ‘모호한 범위와 개념’을 지적했고 19.8%가 ‘사업과 낮은 연관성’을 꼽았다. 국내·외에서 600여개 ESG 지표가 난립해 같은 기업에 대한 평가가 기관마다 들쭉날쭉한 것도 문제다. 이에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K-ESG’ 지표를 수립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지점은 기업들의 표리부동한 행태다. IT업계에도 반도체 공정이나 데이터센터에 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리는 등 ESG 바람이 분다. 하지만 ESG 구호는 내걸면서 ESG가 추구하는 가치와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탈 통신’을 키워드 삼아 신사업을 확장하는 이동통신사들은 2년째 안 터지는 5G와 오락가락하는 인터넷 속도 등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빚는다. 비(非) 게임 분야 투자를 늘려가는 주요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이 공개되면서 이용자를 기만해왔다는 게 드러나 한동안 뭇매를 맞았다.

ESG는 사회적 가치 환원과 지속 가능한 경영에 주안점을 둔다. 소비자가 지불한 대가에 상응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부터가 가치 환원과 지속 경영의 출발선이다. ESG로 포장하기 전에 더욱 편리하고 안정적인 모바일·인터넷 서비스, 고티(GOTY·올해의 게임) 수상 후보로 오를 만한 세계적 콘텐츠 등 본업에서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는 게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ESG 경영 홍보는 이미 홍수를 이루고 있다. IT기업이 외치는 ESG를 듣는 이들이 진정성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이 지금 그 자리에 오른 것은 소비자와 이용자 덕분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맛이 가는’ 본모습을 숨기려 ESG로 MSG를 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팽동현
팽동현 dhp@mt.co.kr  | twitter facebook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3267.93상승 2.9718:01 06/18
  • 코스닥 : 1015.88상승 12.1618:01 06/18
  • 원달러 : 1132.30상승 1.918:01 06/18
  • 두바이유 : 73.51상승 0.4318:01 06/18
  • 금 : 70.98하락 1.3718:01 06/18
  • [머니S포토] 윤호중 원내대표 발언 경청하는 김진표 부동산 특위 위원장
  • [머니S포토] 제7차 공공기관운영위, 입장하는 '홍남기'
  • [머니S포토] 법사위 주재하는 박주민 위원장 대리
  • [머니S포토] 광주 건물붕괴 사건 피해자를 향해 고개 숙인 권순호
  • [머니S포토] 윤호중 원내대표 발언 경청하는 김진표 부동산 특위 위원장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