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현의 월요묵상] 마음의 스승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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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고전문헌학자© 뉴스1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뉴스1

(서울=뉴스1)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 동물은 식물과는 달리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취약한 존재로 태어난다. 특히 인간이란 동물은 더욱 그러하다. 갓난아이는 부모의 도움이나 양육 없이, 며칠도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가 사물을 인식하고 두 발로 걷고, 학교에 입학하여 사회의 일원이 되는 교육을 받을 때까지, 부모의 헌신은 아이의 인격 형성에 절대적이다. 이 조건 없는 사랑은 인간다운 삶의 근간이다. 인생은 부모로부터 부여받은 이 고위한 가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기간이다.

아이는 학교에 입학하면서 가족의 일원뿐만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기능하기 위한 교육을 본격적으로 받는다. 내가 어린 시절 학교 아침 조회시간에 암송하던 '국민교육헌장'에 등장하는 한 문구에서 그 본연의 목적을 찾을 수 있다. 교육은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는 노력이다. 사람들이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이, 그들의 소질도, 각각 다 다르다. 교육은 학생들의 소질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체계적으로 자극하는 격려다.

자신의 소질을 발견하려는 수련생이 '학생'이다. 학생은 인류의 성현들이 남긴 고전과 경전을 공부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인생이 행복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 일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생의 직업을 모색한다. 이때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의미가 있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흔히 이런 사람들을 '선생'이란 애매모호한 용어를 사용하여 지칭한다. '선생'은 축자적으로 번역하자면, '먼저 태어난 사람'이다. 누구나 후에 태어난 사람에겐 '선생'이다. '선생'은 또한 새로운 정보를 통해 타인을 무지와 무식으로부터 탈출하게 도와주는 자다.

선생은 그 기능에 따라 '강사'와 '스승'이 있다. 강사는 학생들이 입시, 졸업, 혹은 사회진출을 위한 취업을 위해 존재한다. 그(녀)는 학생들이 소정의 시험을 높은 점수를 취득하여,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도록 도와준다. '강사'를 요가훈련과 연결시킨다면, '아차르야'(acharya)에 해당한다. 산스크리트어 '아차르야'는 요가 수련생들에게 신체적인 훈련을 위해 정해진 몸동작과 호흡법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아차르야와 요가 수련생의 관계는, 강사와 학생과의 관계처럼, 수련장 안에서 끝난다.

스승은 강사와 다르다. 스승의 어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종교적인 선생을 의미하는 한자 '사'(師)의 중국식 발음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스승은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의 안내자다. 그는 마치 인도 대서사시 '바가바트기타'에서 영웅 아르주나를 전쟁터에서 인도하는 크리슈나이며, '신곡'에서 단테가 지옥과 연옥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로마시인 베르길리우스다. 베르길리우스가 단테를 지도하고 인도할 수 있는 이유는, 지옥을 먼저 경험하여 죽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스승은 자신의 경험에서 깨달은 바를 전달하는 자다.

인도전통에서 '구루'(guru)가 스승에 해당한다. 구루는 말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 언행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구루는 언제나 자신이 흠모하는 자화상이 있으며, 그것을 자신의 몸에 체득하기 위해 조용히 정진한다. 그의 언행은 어둠 속에 찾아온 빛과 같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의 악행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구루는 정신적이며 영적인 인도자다. 그의 목표는 오랜 수련을 통해 터득한 깨달음을 언행으로 조용히 실천하는 자다. 그의 언행은 향기롭다. 사람들은 그 향기에 이끌려 그에게 모이기 마련이다.

'구루'에 대한 어원은 다음 두 가지다. 첫 번째 어원은 '무겁다'란 의미를 지닌 산스크리트어 형용사 '구루'(guru)에서 찾을 수 있다. 구루의 언행은 지혜와 지식으로 충만한 훈습(薰習)의 상태다. 훈습은 어떤 사람이 지닌 그 사람만의 독특한 향기다. 구루는 교실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훈습으로 가르치는 자다. 두 번째 어원은 인도경전 '우파니샤드'에 등장하는 민간어원설에 근거한다. 민간어원설이란, 어떤 중요한 용어에 대한 어원이 불분명할 때, 사람들이 마음대로 그 어원을 설명하다 여러 사람에게 회자된 것이다. '구루'의 '구'는 '어둠'을 의미하고 '루'는 '없애다'라는 의미다. '구루'를 설명하자면,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어둠을 걷어내는 사람'이란 뜻이다. 구루는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 매일 자신의 마음을 응시하여, 그 안에 저절로 생기는 욕심, 분노, 거짓과 같은 어둠을 걷어내는 사람이다.

구루는 우리 안에 겹겹이 쌓인 어둠을 걷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자비를 발굴하도록 유도하는 자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로부터, 그 자비의 정신과 영혼을 선물로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단순히 먼저 태어난 자인가? 아니면, 자신을 응시하여 어둠을 걷어내는 자인가?

러시아 풍경화가 니콜라이 두보프스코이(1859–1918)의 '무지개'© 뉴스1
러시아 풍경화가 니콜라이 두보프스코이(1859–1918)의 '무지개'©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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