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약 50억원을 들여 오는 8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에 착수한다. 이번 모의실헙은 CBDC를 당장 상용화하기 보다 가상 환경에서 CBDC 제조에서 대금 결제까지 실험해본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올 3월 중 'CBDC 업무 프로세스 분석와 외부 컨설팅'을 완료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행과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에서 'CBDC 모의실험 연구' 용역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한은은 올해 안에 CBDC의 기본 기능에 대한 1단계 실험을 완료하고 조성된 실험환경을 통해 CBDC 확장기능 실험, 개인정보보호 강화 기술 적용 여부 등에 대한 2단계 실험을 내년 6월까지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한은은 올 7월 중 기술평가, 협상 등을 거쳐 연구용역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8월 중 모의실험 연구를 착수할 예정이다. 일반경쟁(총액) 입찰로 진행되며 사업기간은 착수일로부터 10개월 이내다. 사업 예산은 49억6000만원 이내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과 언체인 컨소시엄, 카카오페이와 그라운드X 컨소시엄, 신한은행과 LG CNS 컨소시엄, 하나은행과 포항공대(포스텍) 크립토블록 체인연구센터 컨소시엄 등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연구 팀장은 "이번 모의실험은 도입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고 CBDC를 당장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현금 이용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이 올 경우를 대비해 CBDC를 도입해야 하므로 지금의 준비단계는 지급결제 환경이 급변했을 때를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한은

안정적·효율적 연구 위해 모의실험 2단계 추진

모의실험은 2단계로 구분해 추진한다. 1단계는 분산원장 기반의 CBDC 모의실험 환경조성과 기본 기능에 대한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한다. 분산원장이란 거래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특정 기관의 중앙 서버가 아닌 공유(P2P) 네트워크에 분산해 참가자가 공동으로 기록·관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한은은 CBDC를 발행하고 참가기관이 유통하는 협업 모델을 가정해 가상공간인 공공 클라우드에서 작동하는 CBDC 모의실험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어 CBDC 제조‧발행‧환수, 참가기관 전자지갑 관리 등의 중앙은행 업무를 지원하는 CBDC 발권시스템을 마련하고 관련 기능의 정상 작동 여부를 실험한다. 이용자 전자지갑 관리, 예금과의 교환, 송금과 대금결제 등 민간 주도 CBDC 유통을 위한 기본 기능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2단계는 중앙은행 업무 확장, 오프라인 결제 기능, 디지털자산 구매 등 CBDC 확장기능과 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 등 신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토한다. 국가간 송금, 디지털자산 구매, 오프라인 결제 등 CBDC 유통 업무를 확장하고 관련 규제 준수 방안 등을 마련할 복안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수행을 희망하는 입찰 자격 보유 업체는 제안서를 포함한 필요 서류를 한국은행에 제출하면 된다"며 "요구사항, 최소 요구조건, 제안 안내사항, 제안서 작성 요령 등 자세한 내용과 제출 서류 양식은 한국은행과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의 'CBDC 모의실험 연구 제안요청서'를 참조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