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 정책 ‘오락가락’… 국토부는 책임 없나?

[머니S리포트] 방향 잃은 ‘공공개발’ 무산되나-③ : LH 개혁 효과 ‘글쎄’… 이것이 고민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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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시작은 야심 찼다. 지난해 5월과 8월에 이어 올 2월 정부는 도심의 주택공급 부족 문제와 집값 불안을 해결할 카드로 ‘공공개발’을 내놨다. 현 정부 들어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며 수도권 신규 주택난이 가중됐다는 지적에 따라 나온 새로운 방식의 개발이었다. 민간건설업체가 아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개발사업을 수행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공공임대와 인프라에 투자해 공공의 이익을 늘린다는 명분이다. 시공은 민간업체가 맡기 때문에 각종 인·허가 절차를 줄여주고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연면적 비율) 규제를 풀며 토지주에겐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 적용 예외의 당근도 제시했다. 하지만 올 3월 촉발된 LH 임·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사태로 공공개발을 추진하던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긴급 교체됐다. 신임 노형욱 장관은 ‘민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태세를 전환했다. 토지주의 반대와 LH 조직개편안까지. 공공개발이 곳곳에 암초를 만났다.
정부의 LH 개편안은 밑그림만 그려졌을 뿐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데는 수년 이상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다. LH 조직개편은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당·정 협의를 이루더라도 국회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사진=뉴시스
정부의 LH 개편안은 밑그림만 그려졌을 뿐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데는 수년 이상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다. LH 조직개편은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당·정 협의를 이루더라도 국회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사진=뉴시스

직원들의 3기신도시 불법 투기 사태를 계기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토지·주택·도시재생 등 주택공급 기능만 남겨놓고 분리하는 방안이 정부에 의해 추진된다. 지주회사(가칭 ‘주거복지관리공단’) 체제로 전환해 공공임대와 매입·전세임대 등 주거복지사업을 맡고 지주회사가 LH를 포함한 2~3개 자회사를 견제하는 방안이다.

자회사들은 기존 LH 업무와 주택관리 업무 등을 나눠 분담한다. 자회사가 주택공급 등을 통해 발생시킨 수익은 지주회사가 관리해 주거복지사업을 지원하는 구조가 된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초안과 3~4개 대안을 바탕으로 당·정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당초 개혁의 발단이 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나 내부정보 이용 불법 투기를 막는 데 실효성이 있을 것이란 기대는 낮다. 과거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감독 당국 직원들의 뇌물수수가 터졌을 때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공약으로 감독기관의 분리방안을 추진했지만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우려에 따라 무산된 바 있다.

무엇보다 현재 정부와 LH는 공공개발을 통해 5~6년 내 대규모 주택공급을 하고 서민·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이루는 것을 주거정책의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조직개편 방안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모순이란 지적이다.



LH법 수정 몇 년 걸려… 주택공급은 어떻게?


정부의 LH 개편안은 밑그림만 그려졌을 뿐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데는 수년 이상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다. LH 조직개편은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당·정 협의를 이루더라도 국회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정권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조직개편이 진행될 경우 주거분야의 최대정책으로 추진되는 주택공급 업무가 동시에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지 물리적인 시간 문제부터 발생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LH 임직원 수는 9907명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당시 임직원 수는 6637명으로 5년 새 49.2%가량 늘었다. 이는 현 정부의 공공임대 확대정책과도 연관이 있다.

LH 내부에선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와 처우 문제도 관심사지만 기존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제기되는 분위기다. 한 전문가는 “조직개편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인사이동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나 희망부서를 지원할 수 있는지 등 현실적인 문제부터 공공택지 개발과 주택공급 업무 수행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인 의문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공공성을 필요로 하는 공공임대 정책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부의 공공임대 확대방안과도 대치되는 부분이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LH가 맡은 다양한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보다는 자회사가 돈을 버는 ‘민영화’ 방식과 유사해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LH의 본래 기능인 공공임대 공급 등 공공성 높은 사업이 제대로 수행되기 어렵고 오히려 축소될 우려도 높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인정하는 각 자회사의 성격과 의미가 달라 발생하는 문제도 예상된다. 이를테면 지주회사·자회사 체제로 전환한 한국전력은 모회사가 송·변전과 판매 역할을 하고 자회사가 전기 생산을 한다. 각각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LH 개편안을 보면 모회사가 비수익사업을 하고 자회사가 수익사업을 하는 구조다. 공공임대와 관리는 예산이 지출되는 성격의 사업이어서 채권 발행이 어렵고 정부 예산이 더 투입될 수밖에 없는 문제점도 있다.

김은옥 디자인 기자
김은옥 디자인 기자



LH 쪼개기는 낙하산 자리 늘리기용?


게다가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견제하며 관리·감독한다는 취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번 LH 사태를 야기한 직접적 원인은 정보독점과 관리부실로 지목됐다.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외부 감시를 강화하고 무엇보다 내부정보 이용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 반대로 LH 해체는 국민 정서를 의식한 정치권의 프레임과 보여주기식 행정뿐이란 지적이다. 임재만 교수는 “구조 개편과 혁신은 다른 문제”라며 “LH 직원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건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개선해야 가능한 일”이란 의견을 냈다.

지주회사와 자회사 등으로 분리하는 것이 결국은 정부 낙하산 기관장 자리만 늘리고 조직의 비대화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LH 투기사태를 계기로 조직 슬림화가 요구되는 시점에 반대로 사장 자리만 더 늘리는 꼴이란 것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LH 개혁보다 일종의 ‘벌주기’로 보이도록 해 국민들에겐 일시적인 공감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알고 보면 혈세가 들어가는 일”이라며 “결국 정부 낙하산 자리만 늘어나게 돼 정부 입장에서만 좋아지는 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비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것보다 이해관계자의 미공개 토지정보 이용을 막는 감시와 처벌 강화 등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경남 진주에 본사를 둔 LH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맞을 경우 주택공급의 차질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피해도 클 것이란 우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은폐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란 의심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LH 개편안이 경남혁신도시의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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