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없는 공공개발 ‘토지 보상 때문에 망한다’

[머니S리포트] 방향 잃은 ‘공공개발’ 무산되나-② : 토지주 90% 외지인… 개발 선정부터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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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시작은 야심 찼다. 지난해 5월과 8월에 이어 올 2월 정부는 도심의 주택공급 부족 문제와 집값 불안을 해결할 카드로 ‘공공개발’을 내놨다. 현 정부 들어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며 수도권 신규 주택난이 가중됐다는 지적에 따라 나온 새로운 방식의 개발이었다. 민간건설업체가 아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개발사업을 수행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공공임대와 인프라에 투자해 공공의 이익을 늘린다는 명분이다. 시공은 민간업체가 맡기 때문에 각종 인·허가 절차를 줄여주고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연면적 비율) 규제를 풀며 토지주에겐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 적용 예외의 당근도 제시했다. 하지만 올 3월 촉발된 LH 임·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사태로 공공개발을 추진하던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긴급 교체됐다. 신임 노형욱 장관은 ‘민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태세를 전환했다. 토지주의 반대와 LH 조직개편안까지. 공공개발이 곳곳에 암초를 만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 시행해 동자동 일대 4만7000㎡를 공공임대·분양주택으로 개발할 예정인 ‘서울역 쪽방촌 공공재개발사업’이 토지주와 세입자의 극한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 시행해 동자동 일대 4만7000㎡를 공공임대·분양주택으로 개발할 예정인 ‘서울역 쪽방촌 공공재개발사업’이 토지주와 세입자의 극한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서울시내 4대 쪽방촌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창문도 주방도 없고 화장실조차 인근 공원을 이용해야 하는 최저주거기준 이하의 “방”에 살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주인이 아닌 세입자다. 평균 월세는 25만원. 쪽방 평균 면적이 6.6㎡임을 감안하면 ㎡당 임대료가 서울에서 가장 비싼 곳이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 시행해 동자동 일대 4만7000㎡를 공공임대·분양주택으로 개발할 예정인 ‘서울역 쪽방촌 공공재개발사업’이 토지주와 세입자의 극한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토지주들은 공공개발의 낮은 수익성을 우려해 “제2의 용산참사를 원하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반면 세입자들은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해달라”며 대립하고 있다.

정부가 각종 인센티브와 높은 수익률을 제시했음에도 토지주들은 믿지 못하겠다며 공공개발에 반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작 쪽방촌에 사는 사람 90%는 세입자다. 애초부터 공공개발 주민 동의를 얻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곳을 지금처럼 방치할 수는 없다는 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고민이다. 민간개발을 허용해도 사업성이 낮아 참여 유인도 낮다는 정부의 주장도 뒷받침된다. 토지주들은 공공개발 시 제공되는 인센티브를 민간에도 적용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 경우 과도한 개발이익이 토지주에게만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김은옥 디자인 기자
김은옥 디자인 기자



아름다운 민간개발?


정부는 2월5일 동자동 쪽방촌 일대를 공공재개발해 공공주택 1450가구(임대 1250가구·분양 200가구)와 민간분양 96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H 등은 동자동 쪽방촌 개발 시 주민 재정착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개발 후엔 공공임대로 보증금 183만원·월세 3만7000원 수준에서 훨씬 좋은 주거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최근 찾은 동자동 골목은 곳곳에 후암특별계획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원회가 붙여놓은 공공재개발 반대 현수막이 즐비했다. 이들은 ‘번듯한 새집에 살려고 수십년을 기다렸는데 헐값으로 팔고 나갈 순 없다’, ‘용적률 주면 우리가 랜드마크 만든다’, ‘쪽방 주민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민간개발’ 등을 주장하며 정부의 공공개발에 반대했다. 반면 세입자들은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쪽방촌 주민 A씨는 “개발 이윤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주민들의 주거권리가 먼저인가”라며 “주민들은 공공개발을 원한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심상정 의원(정의당·경기 고양갑)은 최근 동자동 쪽방촌을 방문해 주거환경을 살펴보고 공공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심 의원은 “잠시라도 집다운 집에서 살다가 떠나고 싶다는 쪽방 주민의 간절한 염원이 이뤄지도록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을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무덤 위에 공공임대를 지으라, 용산참사 피바람을 각오하라 등 서슬 퍼런 현수막을 보고 가슴이 섬뜩했는데 ‘아름다운 민간개발’이란 현수막을 보고 우려가 생겼다”며 “그동안 물 새고 천장이 내려앉을 때도 제대로 돌아보지 않던 분들이 민간개발을 앞세워 상생을 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역 동자동 쪽방촌 /사진=김노향 기자
서울역 동자동 쪽방촌 /사진=김노향 기자




최근 3년 새 외지인 투자 20%포인트 ↑


한 토지 소유주는 “서울 아파트의 청약 당첨 문턱이 높고 매매가가 비싸다 보니 내집 마련을 위해 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집을 사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며 “20년 동안 모은 돈을 동자동에 투자했더니 정부가 현금청산 방식으로 빼앗는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용산구청에 따르면 쪽방촌 실거주자와 1주택자는 재개발 후 새로 지은 아파트의 우선공급권(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실거주하지 않는 ‘다주택자’만 우선공급 대상이 아니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은 1200여가구로 추정된다. 쪽방 주민 342명은 용산구청에 공공개발 찬성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추진위원회 조사 결과 실거주 비율은 10% 미만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일부 집주인은 주거환경이 나쁘다 보니 세를 주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다주택자라도 집을 처분할 경우엔 개발 후 입주권을 제공하기 때문에 적절한 대안이자 보상이 된다는 의견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동자동 쪽방촌 일대 부동산 매매거래를 봐도 27건 가운데 85%가 외지인 매입으로 나타났다. 한 동자동 공인중개사는 “투기꾼들이 LH 개발정보가 있다며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가 다 아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2018년 서울특별시립 서울역쪽방상담소가 관리하는 65개 쪽방 건물 소유주 114명(국유지 1개 제외) 가운데 68.4%도 외지인으로 드러난 바 있다. 토지주 가운데 실제 주소가 강남 최고가 주상복합인 도곡동 타워팰리스인 경우도 있었다. 단순 비교 시 동자동 쪽방촌의 외지인 비율은 3년 새 20%포인트 가량 늘어났다. 심지어 개발 기대로 쪼개기 거래를 하는 경우도 발견됐다. 정부 대책이 발표된 2월 초 무렵 동자동에선 토지 일부인 3.3㎡를 6500만원에 매매한 거래도 발생했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지금까지 정비구역 지정기준에 외지인 소유 비율을 법적으로나 서울시 자체 기준으로 정한 바는 없다”며 “공공재개발은 360% 과밀화 우려가 있어 3년 한시 적용을 주장했음에도 법에 미반영돼 사업성이 좋은 것을 인식하면 오히려 우후죽순 요구가 빗발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터뷰] 천현숙 SH도시연구원장 “쪽방촌 다주택자 토지주 집 팔면 돼”

쪽방촌 토지주들이 공공재개발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보상가격일 것이다. 정부의 공공재개발 방안은 실거주하지 않는 다주택자라도 입주자 모집 공고일 이전 주택을 처분하는 경우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주택자 주거안정과 쪽방 주민의 재정착이란 공공개발의 취지를 생각할 때 서로 양보가 필요하다. 동자동 쪽방촌의 경우 사업성이 낮다는 문제로 그동안 개발이 안 됐던 지역이다. 정부가 정당한 보상금액을 제시하고 토지주도 공공개발이 아닌 다른 방식으론 추진이 힘들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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