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후변화 목표를 제시하고 기존 집단 견제할 길항력 필요"

[피플] 박호정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박호정 한국자원경제학회장. /사진=장동규 기자
박호정 한국자원경제학회장. /사진=장동규 기자
“한국의 에너지 환경정책은 감성적인 수사학에 의존하고 있다. 이를 견제할 길항력이 필요하다.”

국내 에너지 정책에 대해 말하는 박호정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의 눈에선 빛이 났다. 그는 1991년 연구원 시절부터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금까지 에너지와 기후변화 등 분야를 연구해 온 전문가다. 박 회장은 30년 동안 한우물만 판 것을 두고 자신을 ‘럭키 가이’라고 평가했다. 올해부터 한국자원경제학회장에 오른 그는 국내 에너지전환 정책 연구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박 회장은 국내 정책이 감축에만 집중돼 있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이미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확보해온 EU는 1990년대부터, 미국은 2005년부터 감소 경로에 들어섰다. 반면 국내는 배출량이 5억톤에서 7억톤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탄소중립을 맞이했다.

그는 “사람으로 치면 미국과 EU는 중·노년기에 해당하는 반면 한국은 한창 커야 할 유·청년기인데 이 시기에 감축에만 집중하며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며 “녹색성장과 그린뉴딜에서 이제는 탄소중립으로 정책이 둔갑하고 전문가와 기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치에 기반한 평가에 근거해 에너지 정책과 목표 등을 제시하고 기존 집단을 견제할 길항력이 필요하다”며 “현재는 이런 역할을 담당할 기관이나 연구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배출권 시장·전력 시장 연계돼야



박 회장은 올해와 내년이 탄소배출권 분야에서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U는 오는 7월 탄소국경세 도입 규범을 확립할 예정이다. 탄소국경세란 탄소 배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가 규제가 강한 국가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되는 관세다. EU는 2023년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해 철강 분야는 전체 수출액의 10% 이상, 석유화학은 5% 이상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미국식 탄소국경세 도입을 공약했다. 

박 회장은 주요 국가의 새로운 무역장벽을 앞둔 지금 전력시장과 배출권 시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는 배출권 비용 일부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구조”라며 “탄소 가격이 시장에서 조정될 때 소비자는 가격 신호를 보고 전력 소비를 조절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한국전력과 발전사 등이 비용을 온전히 부담하고 있다”며 “탄소 중립을 위해선 전력 최종 소비자가 전력 사용 감축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년 안에 이런 시스템으로 바뀌지 않으면 에너지 시장은 해법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했다.

내년부터 기후환경 비용이 전기요금 고지서에 별도 항목으로 분리 고지돼 소비자가 전기 생산에 쓰이는 환경비용을 알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발전 부문이 부담해 온 배출권 비용을 명시하는 것일 뿐 소비자 전기요금이 실제 인상되는 것은 아닌 만큼 관련 제도를 점차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탄소세 도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탄소세란 화석연료에 함유된 탄소 성분을 과세 표준으로 삼아 화석연료 생산 및 이용에 부과하는 조세를 말한다. 탄소세 도입 시 국내 기업의 연간 추가 부담은 최소 7조3000억원에서 최대 36조3000억원에 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 회장은 탄소세를 도입하려면 정부 재정지출을 높이고 간섭·제재를 강화하는 ‘큰 정부’가 아니라 중앙정부 권한을 축소하거나 분권화를 지향하는 ‘작은 정부’가 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기후변화 대비할 국가자본도 확충해야



그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자본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 문제를 시급한 국제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전보다 2도 아래에서 억제하고 1.5도를 넘기지 않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반면 국내 정책은 ‘감축’에만 중점을 둬 기업 부담이 점점 커지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가부채가 2000조원에 육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재난이 발생하면 국가 자본이 부족할 수 있다. 박 학회장은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풍력도 집중하고 있지만 (이 속도대로라면) 결국 발전 설비의 수입산 비중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소중립을 선언한 2050년을 앞두고 오히려 국가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자본을 축적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외 에너지 전환과 전략 에너지원, 기후변화 등을 깊게 연구하고 논의하기 위해 한국자원경제학회 내에 월례회도 만들었다. 박 회장은 “국내에 선진적인 에너지 제도는 물론 훌륭한 인적자원들이 많으나 정책 추진은 톱다운(Top-down) 방식”이라며 “향후 에너지 정책은 분권화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적 자원이 바탕이 돼 시장 메커니즘에 기반한 에너지 제도로 변화해야 한다”며 “단점을 빠르게 최소화하지 않으면 글로벌 탄소감축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권가림
권가림 hidde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3267.93상승 2.9718:01 06/18
  • 코스닥 : 1015.88상승 12.1618:01 06/18
  • 원달러 : 1132.30상승 1.918:01 06/18
  • 두바이유 : 73.51상승 0.4318:01 06/18
  • 금 : 70.98하락 1.3718:01 06/18
  • [머니S포토] 윤호중 원내대표 발언 경청하는 김진표 부동산 특위 위원장
  • [머니S포토] 제7차 공공기관운영위, 입장하는 '홍남기'
  • [머니S포토] 법사위 주재하는 박주민 위원장 대리
  • [머니S포토] 광주 건물붕괴 사건 피해자를 향해 고개 숙인 권순호
  • [머니S포토] 윤호중 원내대표 발언 경청하는 김진표 부동산 특위 위원장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