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반도체, 비메모리 1위 ‘정조준’

[머니S리포트-K-산업, 공격적 투자 확대로 '세계 판도 바꾼다'①] 2030년 종합반도체 달성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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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목표로 제시한 ‘4%대 경제성장률’ 달성에 파란불이 켜졌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핵심 산업분야에서 민간기업의 대대적인 투자가 이어지며 경제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11년 만의 4%대 성장률 달성도 꿈이 아니라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기관도 잇따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경제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민간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과 정책 지원, 과감한 규제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연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전 세계에 모범사례를 보여줄 수 있을까.
/그래픽=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그래픽=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위상을 굳건히 하고 시스템반도체까지 세계 최고를 이뤄 ‘2030년 종합 반도체 강국’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1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에서 제시한 청사진이다. 글로벌 시장의 과반을 점유한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1등 DNA’를 시스템반도체 분야로 확대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나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2030년까지 50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확산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파격적 세제 혜택을 비롯한 각종 정책 지원으로 기업 투자에 추동력을 싣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아예 “기업과 일심동체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종합 반도체 강국을 향한 강경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스템반도체 투자 이유는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로 구분된다. 메모리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데 쓰이는 반도체이며 시스템반도체는 연산이나 제어 기능을 담당해 비메모리반도체라고도 불린다.

메모리반도체는 램(RAM)과 롬(ROM)으로 나뉘며 시스템반도체는 ▲마이크로프로세서(MPU)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디지털신호처리(DSP) 등 컴퓨터를 제어하는 핵심부품인 마이크로칩과 ▲논리소자(로직IC) ▲아날로그 IC ▲개별소자 ▲광반도체 및 센서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한국은 현재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1.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SK하이닉스가 29.4%로 2위에 올랐다. 두 기업의 점유율 합계가 무려 71.1%로 사실상 시장을 한국산이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비메모리 분야 경쟁력은 취약하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시스템반도체산업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산의 비메모리 점유율은 수년째 3.2%로 최근 10년 동안 정체됐다.

진격의 K-반도체, 비메모리 1위 ‘정조준’
문제는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비메모리 부문의 규모가 메모리 부문보다 두 배 이상 크다는 점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는 1281억달러(약 142조1269억원)였던 반면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는 2695억달러(약 299조102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부품으로서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2030년 4231억달러(약 469조4294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의 시스템반도체 투자 선언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는 진단이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메모리 편중 성장은 미래에 약점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수요 다양화에 대한 대응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대규모 시장성과 높은 부가가치가 존재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육성하지 않는다면 생산능력과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업투자+정부지원 ‘맞손’


육성 전략의 핵심은 민간투자 활성화다. ‘K-반도체 전략 보고’에서 공개된 2030년까지 기업의 누적 투자 규모는 510조원+α로 올해 한국 전체 국가 예산인 558조원에 근접한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만 171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2019년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에서 제시했던 133조원보다 38조원 증액됐다. 사실상 전체 반도체 투자 3분의1을 삼성전자가 책임지는 셈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시스템반도체를 위해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생산 공장)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 사업 비중은 전체 매출의 2% 수준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국내 설비 증설과 M&A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외에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인 ‘네패스’와 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 등 중소·중견기업도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도 힘을 보탠다.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판교와 기흥~화성~평택~온양의 서쪽, 이천~청주의 동쪽이 용인에서 연결되는 ‘K-반도체 벨트’를 조성한다. 국내에서 단기 기술추격이 어려운 EUV(극자외선) 노광 등은 ASML 등 외국인투자기업 유치를 확대하기로 했다.

진격의 K-반도체, 비메모리 1위 ‘정조준’
R&D에는 최대 40~50%, 시설투자엔 최대 10~20%의 세제혜택을 주고 상용화 전 양산시설 투자도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 8인치 파운드리 증설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및 첨단 패키징 시설 투자 지원을 위해 1조원+α 규모의 ‘반도체 등 설비투자 특별자금’도 신설한다. 여기에 규제도 대폭 완화하고 전력 인프라 구축에 정부와 한국전력이 50% 내에서 공동분담금도 지원할 방침이다. 반도체 산업인력도 10년 동안 3만6000명을 육성한다.

업계는 적극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기업의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 확대를 위해 세제·금융 지원과 규제 합리화, 인프라 지원뿐 아니라 인력난 해소를 위한 대규모 인력양성 지원 추진에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남은 과제는 차질 없는 계획 이행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태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장은 “원활한 세액 공제나 투자 지원 혜택이 이뤄지려면 다수의 관련 법을 일일이 개정하기보다는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 차원에서 ‘반도체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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