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규제혁파… 핵심은 ‘반기업정서’ 해소

[머니S리포트 - 4% 성장률’ 달성 조건은①]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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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목표로 제시한 ‘4%대 경제성장률’ 달성에 파란불이 켜졌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핵심 산업분야에서 민간기업의 대대적인 투자가 이어지며 경제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11년 만의 4%대 성장률 달성도 꿈이 아니라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기관도 잇따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경제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민간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과 정책 지원, 과감한 규제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연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전 세계에 모범사례를 보여줄 수 있을까.
지난해 재계의 반발 속에서도 주요 기업 규제입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 사진=뉴시스 김선웅 기자
지난해 재계의 반발 속에서도 주요 기업 규제입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 사진=뉴시스 김선웅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11년 만의 ‘경제성장률 4%’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규제 혁파’다. 기업의 경영 환경을 위축시키는 족쇄를 걷어내야 활발한 투자 환경이 조성돼 경제 활력을 제고할 수 있어서다.

이에 과감한 규제혁파를 요구하는 기업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오히려 규제성 입법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이 같은 규제 입법의 이면에는 기업을 불신하고 반감의 대상으로 여기는 ‘반(反)기업 정서’가 깔려 있어 왜곡된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반대에도 늘어나는 입법 규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 초 내놓은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 결과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정부 입법으로 신설·강화된 규제는 ▲신설 1009건 ▲강화 501건 등 총 1510건으로 전년보다 55.0% 늘어났다.

이 중 96.4%(1456건)는 비(非)중요 규제로 분류돼 규제개혁위원회 본심사조차 받지 않았고 83.8%(1265건)는 아예 국회 심의도 필요 없는 시행령 이하 하위법령으로 규정됐다. 기업 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규제가 별다른 심사나 심의 없이 입법된 것이다.

재계의 반발이 극심했던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과 ‘노동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별다른 어려움 없이 국회의 문턱을 줄줄이 넘은 게 대표적이다.

이 같은 기조는 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업장 내 안전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나 사업주도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갈 길 먼 규제혁파… 핵심은 ‘반기업정서’ 해소
여기에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의 소송 문턱을 대폭 낮춘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조만간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어서 기업의 경영부담을 키우고 있다. 만약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소비자 권익의 현저한 침해가 ‘예상’되는 것만으로도 소송이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재계는 무분별한 소송 남발과 소비자단체를 통한 기획소송 등 제도 악용을 우려하며 정부와 국회에 현행법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기업의 입장을 반영해 보완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잇단 규제 입법의 배경엔 뿌리 깊은 반기업 정서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4월 “규제적 입법 강행의 원인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반기업 정서”라고 지목한 바 있다. 기업을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탓에 규제하고 제약해야 할 대상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발표한 ‘기업호감지수’(CFI)의 평균 점수는 49.1다. 100점 만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는 점은 기업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부정적이란 점을 방증한다.



기업 향한 부정적 인식 개선 절실


기업도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 정서를 체감하고 있다. 경총이 올 3월 기업 규모 1000인 이상 21개사, 300인~999인 43개사, 300인 미만 45개사 등 총 109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의 93.6%가 ‘반기업 정서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특히 반기업 정서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으로 ‘일률적 규제 강화에 따른 경영부담 가중’(53.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재계는 반기업 정서의 원인을 기업 내·외부에서 모두 찾고 있다. 경총 조사에서 응답 기업은 반기업 정서 유발 원인으로 일부 기업인의 일탈 행위(24.5%)를 최우선으로 꼽았고 ▲정경유착·기업 특혜 시비(19.6%) ▲노조·시민단체 등과의 대립 구도 심화(17.6%) ▲기업의 순기능에 대한 국민적 인식 부족(15.7%) ▲일부 정치권에서 정치적 선전수단으로 활용(13.7%) 등의 답변도 이어졌다.

갈 길 먼 규제혁파… 핵심은 ‘반기업정서’ 해소
전문가들은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해 정부와 기업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업과 기업주의 불법·위법적인 행동은 반기업 정서를 더욱 확산시킨다”며 “도덕과 윤리에 바탕을 둔 기업과 기업주의 모범적인 행동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인과 관료가 반기업적 사고를 가질 경우 기업 환경을 악화시키는 규제로 나타난다”며 “정부의 경제 개입을 최소화하는 ‘작은 정부’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권력 행사를 대폭 줄이지 않는 한 앞으로도 정경유착과 뇌물수수 등의 비리 사건은 계속 터질 것”이라며 “정부의 권한 축소와 과도한 규제의 축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양세영 세한대 경영학과 교수는 “반기업 정서는 국민과 기업의 갈등을 일으키고 사회의 결속력을 약화시켜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가 교과서 개선과 규제 완화 등 정책 노력을 기울이면서 민·관 협력을 통해 자발적인 (반기업 정서 해소) 노력을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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