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해법은 ‘노동시장 유연화’

[머니S리포트 - 4% 성장률’ 달성 조건은②] 경직된 시장 구조 개선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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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목표로 제시한 ‘4%대 경제성장률’ 달성에 파란불이 켜졌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핵심 산업분야에서 민간기업의 대대적인 투자가 이어지며 경제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11년 만의 4%대 성장률 달성도 꿈이 아니라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기관도 잇따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경제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민간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과 정책 지원, 과감한 규제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연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전 세계에 모범사례를 보여줄 수 있을까.
서울의 한 대학교 내 취업광장에서 한 학생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윤청 기자
서울의 한 대학교 내 취업광장에서 한 학생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윤청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4% 경제성장률 달성을 약속하면서 최우선 과제로 언급한 사안은 ‘민간 일자리 창출’이다. 경제 회복 체감도를 높이려면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 증대와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 중심엔 고용이 있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 일자리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했다. 경제계는 경직된 노동시장이 근본 원인이라며 유연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악화된 국내 일자리 상황


최근 국내 고용상황은 외형적으론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 4월 취업자 수는 2721만4000명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65만2000명(2.5%) 증가했다.

하지만 이를 고용 회복 신호로 보기엔 어렵다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 장기화 여파로 지난해 고용이 극도로 위축됐던 데 따른 기저효과이기 때문이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지난해 4월 고용 충격의 기저효과가 반영돼 취업자가 수가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의 질은 오히려 하락했다. 고용형태별로 임시근로자 수가 전년대비 37만9000명(8.8%) 확대돼 상용근로자 증가폭인 31만1000명(2.2%)을 앞질렀다. 같은 기간 일용근로자도 3만8000명(3.1%) 증가했다.

경제활동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하는 30·40대 취업자 수는 오히려 전년 동월 대비 각각 9만8000명, 1만2000명이 줄었고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만 46만9000명 증가했다. 늘어난 일자리도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2만4000명)과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부문(8만명)으로 사실상 공공 지출로 늘린 직종이다.

일자리 창출, 해법은 ‘노동시장 유연화’
민간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기업의 활발한 투자가 바탕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기업들의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기업규제 3법과 노동 3법 등 규제성 입법이 잇따라 시행된 데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등이 경영 환경을 위축시키고 있어서다.

임영태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정책팀장은 “일자리 창출 주체는 민간 기업”이라며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좋은 투자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과연 이 같은 환경이 갖춰졌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도 “공공 부문은 재정투입을 통해 어느 정도 일자리 방어가 가능하지만 민간 부문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규제 등 정책까지 겹쳐 노동시장이 경색되면서 채용이 많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근본 원인은 경직된 노동시장


정부는 민간 일자리 확대 핵심 정책으로 해외로 나간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인하는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4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을 시행했고 지난해 5월엔 문 대통령이 직접 리쇼어링 전략을 더욱 과감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기업의 국내 복귀는 더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유턴법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에 돌아온 기업 수는 ▲2014년 20개 ▲2015년 3개 ▲2016년 12개 ▲2017년 4개 ▲2018년 9개 ▲2019년 16개 ▲2020년 24개 등 총 88개에 불과했다. 미국이 2014~2018년 총 2411개, 일본은 같은 기간 3339개 기업을 자국에 복귀시킨 것에 비하면 크게 뒤진다.

일자리 창출, 해법은 ‘노동시장 유연화’
오히려 기업은 여전히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한경연에 따르면 2011~2020년 제조업 분야 해외직접투자(FDI)는 연평균 12조4000억원에 달했으며 이 기간 제조업 직접투자 순유출액은 연간 7조5000억원이었다. 이로 인해 직·간접 일자리가 매년 4만9000개가량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한경연은 추정하고 있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중소기업 102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482곳 중 해외진출 계획이 있는 기업(85.5%)은 가장 큰 이유로 생산비용 증가와 노사 분쟁 등 ‘국내 경영 환경 악화’(50.1%)를 꼽았다. 경직된 한국의 노동시장을 떠나 해외로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계는 민간 일자리 창출 전략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려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노동시장 유연성이란 경기 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총체적 능력을 말한다.

일자리 창출, 해법은 ‘노동시장 유연화’
근로자 수와 근로시간 등 노동투입량과 임금이 경기 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되는 정도를 보는 고용유연성(Employment Flexibility)·임금유연성(Wage Flexibility) 등과 인력 재배치 및 조직개편 등 기업 내부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기능유연성(Functional Flexibility) 등이 기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54.1점으로 OECD 37개국 중 35위에 머물렀다. 기업이 고용과 임금체계는 물론 조직개편 등 내부 인력 운용조차 손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다. 고용·임금 문제는 사회적인 파급효과가 큰 만큼 정부와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엇갈려있기 때문이다.

임영태 팀장은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려면 노동자·회사·정부의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한국의 노사 관계는 대립·투쟁적인 데다 노조로 힘의 균형이 치우쳐 있다”며 “힘의 균형을 맞추고 선진형 노사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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