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전환도 폐업도 어려워”… 민간 주유소는 죽을 맛

[머니S리포트-알뜰주유소, 시장안정 구원투수냐 계륵이냐②] 2040년 8529곳 퇴출해야… “정책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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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저렴한 기름값으로 국민 편익을 향상하겠다며 도입된 알뜰주유소는 국내 주유소의 10.4%를 차지하고 있다. 알뜰주유소가 유류값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건 지난 10년 동안 통계를 통해 증명됐다. 하지만 정부의 알뜰주유소 운영에 친환경 차량 확대 정책 등이 더해져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일반 주유소는 ‘역차별’이라고 호소하며 정책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로 도입 10년째를 맞은 알뜰주유소의 명암을 짚어본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알뜰주유소. /사진=뉴스1
서울 강서구의 한 알뜰주유소. /사진=뉴스1
알뜰주유소가 올해로 도입 10년째를 맞았지만 설립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애매한 상황에 머물러 있다. 소비자는 주유소의 가격 인하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알뜰주유소를 반기고 있다. 반면 일반 주유소 업계는 지역별 편중이 심하고 시장 경쟁을 훼손하는 부작용이 크다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주유소 업계를 보호하는 국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40년 주유소 1곳당 12억6500만원 손실


주유소 1개소당 평균 매출 손실액 전망치.
주유소 1개소당 평균 매출 손실액 전망치.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는 2009년 1만3070곳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1~2%씩 감소해 올해 5월 기준 1만1290곳을 기록했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으로 휘발유·경유 판매 시장이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유소업계는 알뜰주유소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기업인 석유공사는 최저가 입찰을 거쳐 정유사와 2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대규모로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알뜰주유소에 나눠준다. 알뜰주유소 제품 가격이 일반 주유소 대비 저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알뜰주유소 인근 일반 주유소는 매출과 판매량이 급락했지만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자를 보면서까지 판매 가격을 낮췄다. 이로 인해 일반 주유소업계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휴업이나 폐업에 내몰리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알뜰주유소는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당 60원~100원 이상 싸게 제품을 가져간다. 이 액수가 일반 주유소의 이윤에 해당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옆 주유소와 리터당 5원만 차이가 나도 고객을 빼앗긴다”며 “알뜰주유소 매출은 일반 주유소의 약 2배로 수개의 일반 주유소 매출을 빨아들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알뜰주유소가 몰린 지방 주유소 사업장의 부침은 더욱 크다. 8일 기준 전국 알뜰주유소 개수는 1235곳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12곳에 그치는 반면 ▲전북 120곳 ▲전남 148곳 ▲경북 180곳 ▲경남 158곳 ▲충남 123곳 ▲제주 35곳을 기록했다. 김준영 한국주유소협회 전북지회장은 “팔고 보자는 심경으로 이윤을 20원으로 계산해 제품 가격을 낮춰도 알뜰주유소는 비슷한 가격에 50원~70원 남기는 장사를 하는 상황”이라며 “생존권이 달린 사안인데 정부가 시장 감시자 역할이 아닌 선수로 뛰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호소했다.

폐업하기도 벅차다.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폐업하려면 오염토양 복원비용으로 평균 1억3340만원을 내야 한다. 면적이 넓은 주유소는 폐업하려는 데도 5억원이 넘는 돈을 써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2040년 보급 차량의 80%를 친환경에너지차로 전환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주유소 산업에 미치는 타격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유소 1개소당 매출 손실은 2030년 약 3억6800만원, 2040년 약 12억650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만약 현재 수준 영업 실적을 유지하려면 1만1000여개의 주유소 가운데 2030년까지 2053개, 2040년까지는 8529개가 퇴출돼야 한다. 



정책 재해석·에너지전환기금 신설 필요


2014년 4월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한국주유소협회 소속 회원들이 석유유통시장 정상화 촉구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1
2014년 4월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한국주유소협회 소속 회원들이 석유유통시장 정상화 촉구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영세사업자인 개별 주유소 사업자에 대해서도 정부나 공공부문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기존 주유소를 수소·전기차 충전소로 개편하는 방안이 정부 주도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위험물안전관리법엔 배달 목적의 공유 주방이나 연료전지 발전설비 등 최근 트렌드가 반영되지 않아 신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며 “전기차 충전기 설치 비용의 70~80%에 대한 저리 융자나 보조금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자원특별회계를 활용해 에너지전환기금을 신설하는 것은 물론 전기차 및 수소차 충전소 구축 등으로 인한 주유소 용지 지목 변경에 대한 지방세 감면 등 세제혜택 제공도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최동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주유소 개수가 정점일 때 주유소 휴·폐업과 환경오염 문제 해결 및 주민 편익 보호 등 문제가 얽혀 있었다”며 “국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지원 논리가 세워진다면 석유제품 관련 세금 중 일부를 주유소 지원 자금으로 충당하거나 기존 중소벤처기업부 지원 사업에 예외 업종을 신설하는 등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석유제품 판매업 조기 복구 지원사업과 석유제품 안정 공급 확보 지원 보조사업 등 다양한 보조금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알뜰주유소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수송연료 소비를 줄여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알뜰주유소 정책은 이 같은 기조와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윤성복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불투명한 석유 유통 구조로 업계에 대한 불신이 가중돼 알뜰주유소가 탄생했다”며 “석유값 안정화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젠 반대로 알뜰주유소가 주유소 업계의 위기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일반 주유소의 희생만을 강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돼 정책 효과 등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정책은 시대적인 요구가 있을 때 시너지가 나는 것이라 고유가였던 도입 당시와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며 “휘발유·경유 가격을 낮추는 성과를 보였다고 해도 지속가능할 수 없는 정책이라 재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밝혔다.
 

권가림
권가림 hidde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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