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단통법, 어떡하지?

[머니S리포트-휴대전화 가격, 왜 살 때마다 다를까①] 반쪽짜리 제도가 수술대로… 이번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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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요즘 집전화가 없는 사람은 있어도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21세기 들어 휴대전화는 필수 품목이 됐다. 설령 원치 않더라도 직장·학교에서 사회생활을 이어가려면 하나씩 장만할 수밖에 없다. 이에 이동통신 서비스도 차츰 공공서비스로 받아들여진다. 가계통신비 절감은 현 정부의 대표적인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IT 관련 제도 중 이만큼 유명한 게 또 있을까 싶은 ‘단통법’의 개정이 추진된다. 하지만 개정 내용을 두고 반쪽짜리라는 평가도 나오는 등 업계와 사회의 반응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직접 영향을 받는 이동통신 유통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시국에 정부가 부담을 늘린다며 반발한다.
말 많은 단통법이 수술대에 오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말 많은 단통법이 수술대에 오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국내 소비자는 ‘어떻게 사야 하나’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같은 기기를 어떤 이는 100만원, 다른 이는 10만원에 사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이런 차별을 줄이고자 마련된 제도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즉 ‘단통법’이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7년이 흘렀다. 당초 취지대로 이용자 차별이 줄었는지는 그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다. 이에 단통법이 다시 한번 수술대에 오른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 내용을 두고 많은 말이 오간다.



‘성지’ 찾아 3만리… 불법 유통 만연


단통법이 있음에도 사업자·소비자 차별이 거론되는 이유는 이른바 ‘성지’라고 일컫는 일부 유통채널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여전히 불법보조금 지급이 만연하다. 구체적인 가격은 언급하지 않고 계산기를 통해 흥정이 이뤄지는 등 나름의 불문율도 있다. 계약서상 내용은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소비자가 실제 지불하는 액수는 차이가 크다.

젊은 층처럼 이런 정보를 잘 접할 수 있는 소비자는 때때로 변하는 ‘성지’ 시세와 위치를 이동통신 관련 커뮤니티나 비공식적 경로로 알아간다. 잘 모르는 부모님 대신 온·오프라인 발품을 파는 게 효도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단통법 시행 이후 더욱 음성적인 형태로 거래가 이뤄져 이전보다 조사·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2015년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참여연대 회원들이 단통법 실패를 주장하며 정부에 통신비 인하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뉴스1
2015년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참여연대 회원들이 단통법 실패를 주장하며 정부에 통신비 인하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뉴스1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6일 단통법 개정 추진을 발표하며 유통채널에서 지급 가능한 추가지원금 한도를 15%에서 30%로 2배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추가지원금은 이동통신사가 책정하는 공시지원금을 기준으로 유통채널에서 추가로 지급할 수 있는 지원금이다.

휴대전화 가격이 100만원에 공시지원금은 40만원인 상황을 가정해보자. 현재는 유통점 재량으로 공시지원금의 15%인 6만원을 더 얹어서 54만원에 거래할 수 있다. 방통위의 개정안은 재량 범위를 30%인 12만원까지 늘려 48만원에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고낙준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과장)은 “이통사가 유통채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인센티브)이 일반 유통점과 ‘성지’ 등 불법 채널에 다르게 적용되면서 사업자·소비자 차별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추가지원금 한도를 높이면 이통사 지원 예산에서 일반 유통점 비중이 커지면서 더 많은 소비자가 혜택을 보게 되고 결과적으로 불법보조금도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방통위 개정안에 유통점 “생존권 위협”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경쟁 활성화를 위해 자율적인 측면을 확대하는 취지로 판단되며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고 단통법 이전과 달리 경쟁을 촉진할 동력도 많지 않다.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100만원이 넘는 고급 휴대전화 단말기를 종종 10만원대에 구할 수 있는 수준인 불법보조금 유통 채널과는 여전히 차이가 커서 그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다른 이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도 15% 갖고도 불법보조금 지급이 만연했는데 30%로 늘린다고 해서 나아질 게 있겠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방통위의 단통법 개정안이 발표된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의 한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 /사진=뉴스1
방통위의 단통법 개정안이 발표된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의 한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 /사진=뉴스1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오히려 유통점들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성명을 통해 ‘졸속 법안’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현재 추가지원금은 실질적으로 이통사 판매장려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사업자 간 차별로 추가지원금 15%도 못 채우는 곳이 있는 상황에서 한도를 30%까지 늘리면 이들 매장을 찾는 소비자 차별까지 심화된다는 주장이다.

이종천 KMDA 이사는 “성지 등 음성적 채널이나 대형 유통과 직영 채널은 30%를 주더라도 여유가 있겠지만 일반 중소 유통점에선 현재 판매장려금 구조로 30%를 채울 수가 없다”며 “방통위 개정안은 가계통신비를 절감하겠다면서 그 비용을 소상공인이 부담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통사 측에서는 규모의 차이일 뿐이며 판매량에 따른 인센티브 차등을 두는 수준에 그친다고 하겠지만 실제 판매장려금 차이는 심하다”며 “기업 특판 채널이나 불법 온라인 채널은 규제 당국의 조사·적발이 쉽지 않으니 이쪽으로 큰돈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미 어려운 상황에서 소상공인이 법으로 보호받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분리공시제, 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방통위의 이번 단통법 개정안은 당초 ‘대수술’을 공언했던 것과 달리 추가지원금 외에는 이렇다 할 큰 변화가 없다. 도입이 유력하다던 분리공시제도 빠졌다. 분리공시제는 공시지원금에서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지원금을 따로 표시하는 제도다. 단말기 가격의 거품을 제거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기업이 70만원 정도면 적절한 단말기를 100만원으로 출고해놓고 30만원을 지원금으로 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 수 없다”며 “이미 공정위로부터 가장판매행위라고 지적된 바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동통신 서비스는 이미 상하수도나 전기처럼 공공서비스 성격이 강하다. 국내 환경에 맞춰 분리공시제를 한다고 해서 해외사업자와의 차별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휴대폰 실구매가 변화. /자료제공=컨슈머인사이트, 그래픽=김민준 기자
휴대폰 실구매가 변화. /자료제공=컨슈머인사이트, 그래픽=김민준 기자
분리공시제가 이번 방통위 개정안에서 제외된 이유는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철수가 크게 작용했다고 풀이된다. 애플은 제조사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중국산 제품들은 주로 자급제로 유통된다. 분리공시제를 시행하면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대상은 삼성전자 한 회사뿐이다.

이 이사는 “분리공시제에 긍정적이었으나 현시점에서는 ‘삼성 규제법’으로 변질될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 도입 시기를 놓쳐버렸다”고 말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단통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분리공시제와 완전자급제를 주장해왔는데 결국 안 됐다. 반쪽짜리로 남은 것”이라고 성토했다.

고낙준 방통위 과장은 “분리공시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이번 발표에 포함하지 않은 게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이미 관련 법안이 발의돼 국회 계류돼 있고 국회 논의에 따라 방통위 안과 병합 처리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LG전자 철수로 시장 상황이 변했기에 그대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할지 좀 더 검토가 필요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단통법, 어떻게 잘 안될까?


현재 휴대전화 유통시장에서 불거지는 문제는 이통사의 유통채널 대상 판매장려금 지급 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이를 규제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고 과장은 “판매장려금은 그 자체가 내부거래고 인센티브다. 정부에서 개입하면 경영이나 시장 경제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반대로 여타 전자제품들처럼 시장 경쟁에 맡기자는 의견도 존재한다. 현재 공시지원금 대신 택할 수 있는 선택약정 25% 요금할인 관련 규정 정도만 남기고 단통법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의원들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지난해 11월 김영식 의원(국민의힘·경북 구미시을)이 폐지안을 발의했다. 최근 이통3사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를 통해 주요 단말기 시장정보를 공유하고 판매장려금 규모를 조정하는 등 담합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연내 폐지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7년이나 흘렀음에도 아직 안착이 안 됐다. 대안을 찾는 게 당연하다”며 “단통법 시행 이전과 비교해도 실효성이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1월 정부과천청사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제5기 방통위 비전 및 정책과제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 1월 정부과천청사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제5기 방통위 비전 및 정책과제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스1
하지만 정부와 업계는 단통법 유지와 보완에 좀 더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단통법 도입 이후 이통사들은 출혈경쟁을 멈추고 마케팅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보면서 실질적으로 수혜를 입었다. 규제 당국 입장에서 그간 이통업계 관리에 활용해온 주요 수단이자 권한인 단통법을 놓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선택약정 요금할인 등으로 가계통신비 절감에 기여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7년 동안 자리했던 제도가 사라지면 시장에 혼란이 초래돼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가 갈 우려도 있다.

단통법은 모두가 불만족하면서도 크게 치우침이 없는 방향으로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분리공시제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구갑) 안 ▲약정 해지 시 위약금 상한제 김승원(경기 수원시갑)·전혜숙(서울 광진구갑) 의원 안 ▲휴대폰 보조금 하한제 김상희 의원(경기 부천시병) 안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방통위가 추진하는 개정안과 함께 앞으로 좀 더 많은 사람이 원하는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은 “단통법은 분명 필요하다. 다만 지원금 규제에만 치중하는 반쪽짜리라서 문제”라며 “불법보조금 문제를 바로잡고 실질적인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 신규 단말에만 정책적 지원이 집중되고 있는데 중고 단말 시장 활성화 및 AS(사후서비스) 강화에도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팽동현
팽동현 dhp@mt.co.kr  | twitter facebook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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