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을 말하다]③높은 성평등 의식이 '남녀 갈등' 격화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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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990년대생은 한국 사회에서 논쟁적인 주제다. 1997년 외환위기를 보며 삶의 불안정을 경험했고,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도 더 격한 경쟁에 마주해야 했다. 입시와 취업에서 역사상 최강 스펙이라 평가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노력을 요구받는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 없던 새로운 존재일까.
'K를 생각한다'를 펴낸 작가이자, 곧 졸업을 앞둔 서울대 학부생 임명묵씨(28)를 만나 '90년대생론'에 관해 물어봤다.

8일 경기 광명시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임명묵 작가가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1.6.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8일 경기 광명시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임명묵 작가가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1.6.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자존심 상한 여경들의 불만" "여자들이 결혼 안하는 이유(feat.그냥) "2030 남성은 가스라이팅에 너무 당했어" "할당제는 페미운동권 파이 늘리기지 일반여성·남성들 다 일자리 빼앗는 거임"

"코인투자한 한남들 현상황" "한남들의 페미탄압 아무렇지 않은 달글 캡쳐" "지금 한남민국 없애려면 비혼 정말정말 중요함" "몸캠피싱 사건에 관한 한남들에게 전하는 팩폭"

12일 대표적인 남초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와 여초 커뮤니티 여성시대에 올라온 인기글이다. 인터넷 공간에선 남초와 여초 커뮤니티로 갈라져 누가 더 '헬조선'에서 차별받고 사는지 다툼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만난 서울대 재학생 임명묵씨(28)는 "온라인상의 젠더 갈등이 상대 성별을 악마화하는 식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한 발자국 떨어져 90년대생 남녀의 공통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초에선 여초에 대한, 여초에선 남초에 대한 피해의식과 이 사회 질서가 자신들을 억압한다는 정서를 갖게되고, 그 서사들을 계속 쌓아올리는거죠"

"그러다 보니까 상대편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게 되고. 대신에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상징들 내지는 컨텐츠들 아니면 사건들에 집단적으로 몰려가 여론을 만들려 하고 정부를 움직인다든지 현실에서 행동력을 발휘하는, 비슷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임씨는 저서 'K를 생각한다'에서 "무엇이 진실인지는 여기에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양쪽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분포하는 커뮤니티에서 자신들이 듣고 싶은 내용을 취사 선택해 분노를 표출하고, 공통의 의견을 확인해 자신의 견해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는 일련의 행동 자체"라고 강조했다.

8일 경기 광명시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임명묵 작가가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2021.6.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8일 경기 광명시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임명묵 작가가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2021.6.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임씨는 90년대생이 주도하는 온라인 공간이 이토록 투쟁적이게 된 건 그들이 겪었던 사회적 압박과 스트레스의 반영물이라고 본다.

이들이 학창시절을 보낸 2000년대에 세계화와 중국의 부상으로 고부가가치 제조업·서비스업과 저임금 체제가 유지되는 대내 영역 간 격차가 벌어지며 이중경제체제가 자리 잡았다. 90년대생이 20대가 된 2010년대를 거치며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자녀의 대학 입시 성적과 일자리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임씨의 주장이다.

그는 책에서 "90년대생 대부분이(약 70%) 대학에 진학했으나, 대외 영역에 들어가기는 더욱 힘들어졌고, 대내 영역에서는 더 격한 경쟁을 마주해야 했다. 어릴 적부터 디지털 문화를 접했던 이들은 자신들의 분노를 사이버 공간으로 표출했고, 온라인 커뮤니티는 90년대생의 전장이 됐다"고 진단했다.

임씨는 이런 이유로 '20대 남자' 현상에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90년대생이 겪은 시대적 환경이나, 온라인 미디어와 콘텐츠 소비는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90년대생의 남녀 갈등은 집단적 특성이 남성적 혹은 여성적 방식으로 발현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90년대생의 성평등 의식이 성별 갈등을 격화시킨 측면이 있다고도 분석했다. 90년대생 남성이 이전 세대보다 여성을 동등한 존재로 보기에 오히려 더 격렬하게 싸웠다는 것이다.

그는 20대 남성의 성평등 의식 점수가 모든 세대를 통들어 20대 여성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는 연구 결과(최종숙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선임연구원이 '2020년 3월 계간 학회지 '경제와 사회'에 발표한 논문 '20대 남성 다시보기')에 대한 견해를 묻자 동의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인류 역사에서 수천년 동안 작동을 해온 가부장제가 순전히 억압만으로만 작동할 순 없습니다. 당연히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는 면도 있지만, 그에 비례해서 배려 내지는 여러가지 보호 조치들을 해줬던 건데 사실은 여성을 평등한 존재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죠"

"20대 남성의 경우 가부장제의 억압적인 면을 안하는 대신, 그 전에 의무로서 제공해줬던 배려나 보호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라는 불만을 제기하는거죠."

이를 두고 여성 측에서는 강력범죄 피해자의 89.2%(이하 2020년 기준)가 여성인 점을 들어 여성이라는 이유로 범죄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데 어떻게 젊은 남성들의 성평등 의식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냐고 반박한다.

이밖에 중등교육 이상 받은 남녀 인구 비율(남 95.5%, 여 80.4%)와 경제활동참가율(남 73.1%, 여 52.9%), 여성의원 비율(16.7%), 남성 대비 여성 임금 비율(67.8%) 등 경제·사회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의 성불평등 지수가 여전히 높다고 본다.

임씨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면서도 "범죄를 제외한 일상생활 면에서는 두 성별 서로가 자기 좋은 것만 하려고 하는데서 오는 충돌인 측면이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전했다.

임씨는 1994년 충남 조치원에서 태어나 2013년 서울대 인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본교 대학원 석사 과정에 진학해 중동에 관해 공부할 예정이다.

그는 90년대생을 노력해도 미래를 개선할 희망이 없는, 불안하고 불만에 가득 찬 세대. 특정한 의미나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 '탈가치 세대' 어릴 적부터 정보기술(IT)에 친숙한 '디지털 노마드'로 정의한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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