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소비자에게 '사과'만 잘해도 본전 찾는다

[머니S리포트-소비자 의견에 업계 판도가 바뀐다고?②] 반면교사 남양유업, 모범 사례 편의점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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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는 인터넷·모바일과 함께 성장한 디지털 세대다. 통계청의 2019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MZ세대에 해당하는 인구는 총 1797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34.7%를 차지한다.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기성세대보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랐고 개인주의적이며 자유로운 성향을 보인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권리 의식이 뚜렷하며 공정한 평가 기준을 요구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을 밝히는 데 거리낌이 없고 소비도 소신껏 하는 모습을 보인다. 생산·소비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이들이 영향력 있는 소비계층으로 급부상하며 유통업계도 그들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5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스1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5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스1
“모든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5월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불가리스’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눈물을 흘렸다.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지 3주 만에 기업 오너가 사태 수습을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이뤄진 사과와 반성에 진성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남양유업뿐 아니라 무신사와 GS25 등 유통 업계에서 크고 작은 논란으로 대국민 사과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 오너가 직접 사과하고 경영권 포기까지 선언했지만 등 돌린 소비자의 마음을 다시 잡기란 쉽지 않다. 사과만 하면 통하던 시대는 끝났다.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진정성 있는 반성과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불가리스 효능 과장 발표로 논란에 휩싸였던 남양유업이 결국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매각됐다. /사진=뉴스1
불가리스 효능 과장 발표로 논란에 휩싸였던 남양유업이 결국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매각됐다. /사진=뉴스1



위기 극복에 필요한 네 가지 원칙


영국 투자자문사 옥스퍼드 메트리카에 따르면 30년 넘게 위기를 잘 극복한 기업의 공통점은 ▲신속 대응 ▲CEO의 직접 소통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인정 ▲신뢰할 수 있는 복구계획 제시 등 네 가지다.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은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십상이고 사건 발생 1년 안에 주가가 평균 15%가량 하락했다. 기업 및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인재 채용에까지 어려움을 겪는 등 중장기적 경영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부족한 관리 능력으로 위기를 자초한 기업이 부지기수다. 올해 발생한 사례를 살펴보면 대다수 기업이 초동 단계에서 진솔하고 적극적인 해명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해 소비자 분노를 키우고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악화된 여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업 이미지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57년 역사를 지닌 국내 2위 우유 업체 남양유업 사태가 보여주듯 부정적인 평판은 매출과 주가 등에 그대로 반영된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최근 9년 동안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12년 1조3650억원에서 지난해 9489억원으로 30.5% 줄었고 영업이익은 637억원에서 -77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결국 침몰 위기를 맞은 남양유업은 사모펀드(PEF)에 매각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대처하지 못하고 구시대적인 관행만 고집할 경우 소비자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발 빠른 사후 조치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운 사례도 꽤 많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김치가 들어간 식품에 중국식 김치 표기인 ‘파오차이’(泡菜)를 썼다가 논란이 되자 즉각 사과하고 후속 조치를 내놨다. GS25는 전수 조사를 벌여 파오차이 표기가 있는 제품의 발주와 판매를 중단했다. 세븐일레븐도 파오차이라고 표기된 삼각김밥과 김밥 등에 대한 생산을 중단하고 표기를 김치로 수정 조치했다. 신속한 대응과 복구계획으로 논란을 조기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기업이 지난 일에 대해 변명과 해명을 늘어놓는 데 급급하지 않고 진정으로 실수와 잘못을 사과하고 개선한다면 화난 소비자의 마음을 충분히 되돌 수 있다는 반응이다.

뿔난 소비자에게 '사과'만 잘해도 본전 찾는다




기업 이미지 좋아야 잘 팔린다


소비자에게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는 이미지 관리도 기업 운영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소비자는 이미지가 좋은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 이미지가 구매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의 80% 이상이 호감 있는 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와 ‘다소 영향을 준다’는 답이 각각 32.0%와 52.7%로 나왔다. 

다만 기업 이미지를 결정하는 요인엔 큰 변화가 감지됐다. 대한상의가 2011년 소비자 3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제품의 품질 수준’(69.3%)이 기업 이미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이어 ▲기업 규모(12.0%) ▲소비자 중시 경영(8.7%) ▲기업 비전과 장기적 성장 가능성(5.0%) ▲윤리경영(3.3%) ▲임직원 친절도(1.7%) 순이었다. 

과거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은 시대에는 소비자가 기업의 윤리 경영 실천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가 어려워 이미지 결정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다르다. 스마트폰에서 SNS를 이용해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며 기업의 그릇된 윤리 의식이나 불법 행위에 쉽게 접하고 순식간에 여론을 형성하는 데 능숙하다. 소비자 입김이 갈수록 거세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그마한 악재도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시대인 만큼 기업의 평판 관리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실제로 기업 다수는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접목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한상의가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 300명 중 63%가 ‘기업의 ESG 활동이 제품 구매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ESG에 부정적인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도 70.3%에 달했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ESG 경영은 투자 유치와 매출 상승 등 긍정적 효과와 더불어 문제 발생을 방지하는 위기관리 효과도 크다”며 “SNS 발달로 기업의 ESG 관련 활동이 쉽게 공유되는 만큼 더욱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지웅
최지웅 jway0910@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최지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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