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윤석열은 피고발인인가? 피의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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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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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경찰이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당한 홍길동씨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언론 기사에서 이런 표현을 한 번쯤 읽었을 것이다. 적잖은 독자가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무언가 잘못을 했으니 홍길동이 피의자가 됐겠지" "홍길동이 직권 남용했다가 수사를 받는구나."

피의자란 단어에서 일단 범죄와 관련됐다는 어감을 강하게 풍긴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는 실제로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피의자 신분이 됐다는 것은 경찰이나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고소·고발만 이뤄져도 그 대상자는 사실상 피의자로 자동 입건된다. 피고소인·피고발인은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으로 분류돼 수사를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부터 경찰 수사 관련 규정이 다소 변하긴 했다. 경찰이 고소·고발 사건을 진정 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내용이 경찰 수사규칙(행정안전부령 21조2항)에 추가된 것이다.

진정 사건은 통상 내사(입건 전 조사)부터 한다. 고소·고발 내용 또는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실이 불분명하거나 고소·고발인의 처벌 의사가 뚜렷하지 않을 때 올해부터 경찰은 곧바로 수사하지 않고 내사를 먼저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고소·고발 건을 수사부터 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경찰 한 관계자는 "수사규칙 내용이 좀 변했지만 실무적으로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언론이 올해 보도한 고소·고발 사건 가운데 수사가 아닌 내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런 수사 관행이 우려스러운 이유가 있다. 고소·고발이 남발되기 때문이다. 경찰이 지난 2019년 접수한 고소·고발 건은 42만 1000여건에 달한다.

이중 경찰이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비율은 28.1%에 불과하다. 고소·고발 10건 중 7건 이상이 혐의나 공소권 등이 없다고 결론 난 것이다.

고소·고발장이 접수되면 보통 수 개월씩 수사가 진행된다. 그 사이 '피의자' 신분이 된 피고소인·피고발인과 관련된 언론 보도가 쏟아지면, 범죄자란 시선이 일제히 그들을 향하게 된다.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해 사건을 불송치해도 한 번 찍힌 낙인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 사정기관 내부에서도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고소·고발 수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이런 '피의자의 덫'에 잘 안 걸리는 경우가 있다. 지난 2019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은 "(위장 매매 의혹 등으로 고발 당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인가"라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질문했다. 윤 전 총장의 답은 "피고발인"이었다.

당시만 해도 조 전 장관이 피의자로 입건되지 않았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피의자로 소환돼 검찰 조사를 받는데도 그를 피의자가 아닌 '피고발인'이라고 표현한 언론이 적지 않았다.

범죄 혐의자를 의미하는 피의자와 고발 당한 사람을 뜻하는 피고발인은 어감부터 크게 차이난다.

공교롭게도 윤 전 총장은 현재 피고발인이자, 피의자 신분이다.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그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수사와 기소를 방해했다는 혐의 등으로 고발된 상태다.

해당 건을 접수한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가 공수처에 소환된다면 피고발인으로 불릴지, 피의자로 불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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