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지난 우유 정말 먹어도 된다고?

[머니S리포트-유통기한 vs 소비기한 뭐 써야 해?①]날짜 지나도 보관만 잘하면 괜찮다는데 정말 맘 놓고 먹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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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이건 또 언제 사놓고 안 먹은 거지?’ 냉장고에 유통기한 지난 식품이 눈에 들어온다. 버리자니 아까워 유통기한이 이틀 지난 우유를 마셔볼까 싶지만 ‘유통기한=폐기시점’이라는 공식이 뇌리에 스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에서만 매일 1만4314톤에 달하는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진다. 정부는 이와 같은 사태를 인식하고 식료품에 표시되는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자는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유통기한 지난 음식, 먹어도 진짜 문제없을까.
/그래픽=김민준
/그래픽=김민준
#. 늘 ‘저녁 반찬으로 무엇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는 주부 A씨. 냉동실을 구석구석 살피다가 석 달 전 얼려둔 돼지고기를 발견했다. 유튜브에 고기 보관법까지 검색한 뒤 지퍼백에 고기를 돌돌 말아 정성껏 넣어뒀지만 ‘먹어도 되는지, 괜히 배탈 나는 건 아닌지’라는 찜찜한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 직장인 B씨는 지난해 설날 선물세트로 받은 참치 통조림을 개봉해도 될지 망설이고 있다. 상온에서 1년 넘게 있었기 때문이다.

#. 대학생 C씨는 밤 12시 넷플릭스를 보며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먹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우유의 유통기한이 오늘 밤 11시까지였던 것. 처음엔 ‘겨우 1시간 지난 건데 무슨 문제 있겠어’라는 생각을 했지만 유통기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이들 중 정말 식재료를 버려야 할 이는 누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 세 사람 모두 섭취해도 괜찮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육류는 냉동보관 시 최대 6개월, 통조림은 제조일로부터 평균 3~5년에 최장 7년까지 먹을 수 있다. 우유는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 냉장고에 보관했다면 최대 60일 동안 마셔도 괜찮다.

‘유통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의 신선도를 가장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다만 유통기한이 경과했더라도 해당 식품이 반드시 부패했거나 변질됐다고 단정할 순 없다. 부패나 변질 여부는 보관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진 식품이라도 저온 보관되거나 위생적인 시설에서 만들어졌다면 유통기한은 늘어난다.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꼭 제품이 변질됐다는 의미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유통업체 설명이다.


소비자 56%는 유통기한 지난 식품 폐기… 연간 비용 1조5400억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통상 시중 제품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일정 기간 섭취가 가능하다. 현행 유통기한은 식품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으로 해당 일자가 지났더라도 적합한 보관 조건을 따르면 섭취해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소비자 대부분은 유통기한을 폐기 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2013년 발간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통기한·소비기한 병행표시에 따른 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폐기해야 하는지 묻는 설문에 조사 대상 2038명 중 56.4%인 1150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모르겠다’고 한 응답자는 207명(10.2%)에 그쳤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유통기한 경과로 인해 버려지거나 반품되는 식품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최대 1조54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소비자원도 ‘유통기한 경과 식품의 섭취 적정성 조사 결과보고서’를 내고 “많은 소비자가 유통기한이 경과된 식품은 상했다고 오인하고 섭취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폐기한다”며 “우유와 유제품을 대상으로 유통기한 만료 후 일정기간 동안 품질변화를 측정한 결과 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통기한, 소비기한과 다른 점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고기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고기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부는 5월30일 식품 폐기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방안을 내년부터 제도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 P4G 서울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식품·의약품 분야에서 추진할 주요 제도 개선 사항이다.

‘유통기한’은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판매자 중심의 표시로 보관상태가 괜찮으면 며칠 지나도 대부분 섭취할 수 있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이에 비해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최종 기한을 뜻한다. 이 소비기한이 지나면 변질과 부패가 진행돼 섭취를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바로 식품을 폐기해야 한다.

제조연월일은 ‘포장을 제외한 더 이상의 제조나 가공이 필요하지 않은 시점’(포장 후 멸균·살균 등 별도의 제조공정을 거치는 제품은 최종 공정을 마친 시점)을 뜻한다. 


‘소비기한’으로 변경하자니… 찬반 팽팽


유통기한 지난 우유 정말 먹어도 된다고?
일부 낙농유업계는 소비기한이 도입될 경우 늘어난 섭취 기간으로 우유의 변질 사고가 발생해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은 성명을 내고 “소비기한이 도입될 경우 소비자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낙농 선진국과의 FTA 체결과 낙농 피해 대책 미비로 정부가 낙농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마당에 소비기한 도입을 강행한다면 낙농가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형 우유업계 한 관계자도 “음식물 쓰레기 등을 줄이려는 입장엔 동의하지만 해당 제품이 변질됐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할 수 있다”며 “소비자가 식품을 올바르게 보관하도록 하는 교육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와 식품업계 연구원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소비기한 도입 시 식재료 구입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식료품 고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최승훈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소비기한이 도입된다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식업체가 고정비용 중 식재료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며 “조리해서 나갈 수 있는 기초 재료의 보관 기한이 늘어나기 때문에 식재료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도 이번 소비기한 표시제를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반품하고 폐기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상임이사는 “전국 소비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소비기한 표시제’가 조속히 도입되길 촉구한다”며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식품안전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음식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영선
한영선 youngsu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머니S 유통 담당 한영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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