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인물’ 된 중고차업계, ‘아전인수’ 사고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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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인물’ 된 중고차업계, ‘아전인수’ 사고 버려라
아버지가 물려준 차를 정성껏 손보며 추억을 쌓는 경우를 제외하면 중고차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미소를 지으며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는 이는 매우 드물다.

중고차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대기업의 진출이 막혔지만 2019년 2월 지정 기간이 끝났다. 이후 중고차업계는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했으나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소비자 편익을 고려했을 때 지정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전달한 상태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중고차사업에 진출할 뜻을 밝혔지만 정부는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소비자 입장을 고려하면 대기업 진출을 허용하는 게 맞지만 영세업체가 많은 중고차매매업종 특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이 소비자단체는 중고차 시장 전면 개방을 강력히 요구했다. 대기업에 대한 반감이 많음에도 중고차시장만큼은 예외적으로 진출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과 관련해 전문가 집단 2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9.9%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자동차소비위원회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대상자 10명 중 8명이 중고차 시장에 대해 ‘혼탁·낙후됐다’(79.9%)고 답했다. 자동차시민연합이 중고차 시장 전면 개방을 촉구하며 시작한 온라인 서명운동에는 한 달 만에 10만명 이상이 참여하기도 했다.

완성차업계는 소비자 선택권 등을 보장하기 위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고차업계는 대기업 진출로 소상공인 위주의 생태계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 초에는 중고차를 산 소비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60대 A씨는 지난 2월 중고차를 산지 20여일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중고차 매매 집단에 속아 자동차를 강매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8시간 동안 차에 감금돼 강제로 대출을 받고 중고차를 시세보다 비싸게 산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정부가 결정을 망설이는 사이 안타까운 일이 생기면서 소비자는 시장 개방을 더욱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중고차 시장을 완전히 개방함으로써 소비자 권리 보호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

상황이 극으로 치닫자 국회·정부·완성차업계·중고차업계가 모여 지난 9일 ‘중고자동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를 만들었다. 협의회는 이번 협상을 시작으로 3개월 동안 논의한 뒤 중기부로 안건을 전달하며 이르면 9월 중고차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협의회에 참여한 중고차업계는 대기업 진출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좋은 매물을 완성차업계가 싹쓸이하면 결국 기존 업계가 위기에 빠질 것이란 주장이다.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유리한 부분만 확대해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좋은 물건을 제값에 사고팔겠다는 것조차 막으려는 이기적인 행동에 호응할 소비자는 없다. 9년여 동안 ‘고인물’이 된 중고차업계는 소비자가 왜 자신들을 외면하는지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박찬규
박찬규 star@mt.co.kr  | twitter facebook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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