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계륵?… 알뜰주유소 10년 효과 들여다보니

[머니S리포트] ‘100원 싼’ 주유소, 정말 그만큼 저렴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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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의 한 알뜰주유소. / 사진=뉴스1 허경 기자
서울 강서구의 한 알뜰주유소. / 사진=뉴스1 허경 기자
저렴한 기름값으로 국민 편익을 향상하겠다며 도입된 알뜰주유소는 국내 주유소의 10.4%를 차지하고 있다. 알뜰주유소가 유류값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건 지난 10년 동안 통계를 통해 증명됐다. 하지만 정부의 알뜰주유소 운영에 친환경 차량 확대 정책 등이 더해져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일반 주유소는 ‘역차별’이라고 호소하며 정책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로 도입 10년째를 맞은 알뜰주유소의 명암을 짚어본다.


알뜰주유소 정말 알뜰했나… 10년 효과는



올해로 도입 10년을 맞은 ‘알뜰주유소’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통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석유제품 가격을 낮춰 가계 부담을 완화하려 도입됐지만 정부가 당초 공언했던 ‘ℓ당 100원 싼 가격’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접근성도 떨어지는 데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어 알뜰주유소의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알뜰주유소 도입 배경은

알뜰주유소는 국제유가가 상승 흐름을 타던 2011년 도입된 제도다. 한국은 원유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 국제유가 등락에 따라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뛰면서 국내 기름값도 휘발유 기준 ℓ당 2000원을 넘어서는 등 고공 상승세가 이어졌다.
지난 5월28일 한국주유소협회가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주유소업계 생존권 보장과 불공정한 알뜰정책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사진=한국주유소협회
지난 5월28일 한국주유소협회가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주유소업계 생존권 보장과 불공정한 알뜰정책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사진=한국주유소협회
게다가 국내 정유 시장은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빅4’의 과점 상태라 가격 정보 비대칭성과 정유사와 주유소의 도·소매 마진 적정성 등에 대한 논란도 함께 일었다. 소비자 불만이 극에 달하자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기름값이 묘하다”고 지적했고 정부는 석유제품 유통 경쟁을 활성화해 소비자 가격을 인하하는 대책으로 알뜰주유소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일반주유소는 정유사로부터 각자 필요한 만큼 기름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반면 알뜰주유소는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가 전체 알뜰주유소에 필요한 기름을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훨씬 낮은 단가에 기름을 사 올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받은 만큼 소비자에게도 낮은 가격으로 기름을 판매할 수 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에서 일반 주유소보다 ℓ당 100원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목적을 표명했다. 이를 통해 일반 주유소의 할인 경쟁을 유도해 전체 기름값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가 구축하기로 계획한 알뜰주유소 지점은 전국에 총 1300개 이상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는 정책 시행 초반 알뜰주유소에 재산세 50%를 감면하는 등 세제 혜택을 주고 특별세액 감면율도 20%로 정했다. 일반 주유소에서 알뜰주유소로 바꿀 경우 1업소 당 3000만원가량 지원금도 줬다.

파격적인 지원에 힘입어 알뜰주유소는 2011년 12월 1호점이 개점된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해 2015년 전국 1000개를 넘어섰고 2021년 6월 현재 1235개다.

◆‘100원 싼’ 주유소, 현실은?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반 주유소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은 맞지만 소비자가 크게 차별성을 체감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구원투수? 계륵?… 알뜰주유소 10년 효과 들여다보니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6월7일 기준 정유 4사가 운영하는 일반 주유소의 기름값은 ℓ당 평균 ▲고급 휘발유 1798.34원 ▲보통 휘발유 1566.47원 ▲자동차용 경유 1363.50원이다. 같은 날 기준 알뜰주유소 기름값은 ▲고급 휘발유 1753.75원 ▲보통 휘발유 1534.65원 ▲자동차용 경유 1329.63원이다.

일반 주유소와 알뜰주유소의 가격 차이는 ▲고급 휘발유 44.59원 ▲보통 휘발유 31.82원 ▲자동차용 경유 33.87원 등으로 정부가 알뜰 주유소 출범 당시 목표로 했던 ‘ℓ당 100원 싼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도입 초기에는 기름 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후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 세계적인 석탄에너지 감축 정책 등 여파로 국제유가가 낮아졌다”며 “이로 인해 국제유가가 고점을 찍던 당시 도입된 알뜰주유소 정책의 차별성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접근성도 떨어진다. 서울 지역 내 알뜰주유소는 ▲강서구 4개 ▲금천구 2개 ▲관악·서초·성북·양천·영등포·중구 각 1개 등 총 12개로 전체의 1%에도 못 미친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굳이 다른지역으로 알뜰주유소를 찾아 나설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탈(脫) 석탄을 추구하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내연기관차 규제를 강화하고 전기·수소차 전환을 유도하는 상황에서 석유 제품 공급 시장에 직접 개입해 특정 주유소에 저렴한 가격으로 혜택을 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의 의도적인 가격 조정이 일반주유소에 대한 차별이라는 문제제기로 번지면서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유기준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정부가 정말로 국민에게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공급하고자 한다면 일부 알뜰주유소만 특혜를 줄 것이 아니라 모든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해 공정하게 공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서울 강서구의 한 알뜰주유소. /사진=뉴스1
서울 강서구의 한 알뜰주유소. /사진=뉴스1


“사업 전환도 폐업도 어려워”… 민간 주유소는 죽을 맛



알뜰주유소가 올해로 도입 10년째를 맞았지만 설립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애매한 상황에 머물러 있다. 소비자는 주유소의 가격 인하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알뜰주유소를 반기고 있다. 반면 일반 주유소 업계는 지역별 편중이 심하고 시장 경쟁을 훼손하는 부작용이 크다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주유소 업계를 보호하는 국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40년 주유소 1곳당 12억6500만원 손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는 2009년 1만3070곳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1~2%씩 감소해 올해 5월 기준 1만1290곳을 기록했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으로 휘발유·경유 판매 시장이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유소업계는 알뜰주유소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유소 1개소당 평균 매출 손실액 전망치.
주유소 1개소당 평균 매출 손실액 전망치.
공기업인 석유공사는 최저가 입찰을 거쳐 정유사와 2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대규모로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알뜰주유소에 나눠준다. 알뜰주유소 제품 가격이 일반 주유소 대비 저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알뜰주유소 인근 일반 주유소는 매출과 판매량이 급락했지만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자를 보면서까지 판매 가격을 낮췄다. 이로 인해 일반 주유소업계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휴업이나 폐업에 내몰리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알뜰주유소는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당 60원~100원 이상 싸게 제품을 가져간다. 이 액수가 일반 주유소의 이윤에 해당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옆 주유소와 리터당 5원만 차이가 나도 고객을 빼앗긴다”며 “알뜰주유소 매출은 일반 주유소의 약 2배로 수개의 일반 주유소 매출을 빨아들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알뜰주유소가 몰린 지방 주유소 사업장의 부침은 더욱 크다. 8일 기준 전국 알뜰주유소 개수는 1235곳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12곳에 그치는 반면 ▲전북 120곳 ▲전남 148곳 ▲경북 180곳 ▲경남 158곳 ▲충남 123곳 ▲제주 35곳을 기록했다. 김준영 한국주유소협회 전북지회장은 “팔고 보자는 심경으로 이윤을 20원으로 계산해 제품 가격을 낮춰도 알뜰주유소는 비슷한 가격에 50원~70원 남기는 장사를 하는 상황”이라며 “생존권이 달린 사안인데 정부가 시장 감시자 역할이 아닌 선수로 뛰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호소했다.

폐업하기도 벅차다.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폐업하려면 오염토양 복원비용으로 평균 1억3340만원을 내야 한다. 면적이 넓은 주유소는 폐업하려는 데도 5억원이 넘는 돈을 써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2040년 보급 차량의 80%를 친환경에너지차로 전환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주유소 산업에 미치는 타격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유소 1개소당 매출 손실은 2030년 약 3억6800만원, 2040년 약 12억650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만약 현재 수준 영업 실적을 유지하려면 1만1000여개의 주유소 가운데 2030년까지 2053개, 2040년까지는 8529개가 퇴출돼야 한다. 

◆정책 재해석·에너지전환기금 신설 필요

전문가들은 영세사업자인 개별 주유소 사업자에 대해서도 정부나 공공부문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기존 주유소를 수소·전기차 충전소로 개편하는 방안이 정부 주도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14년 4월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한국주유소협회 소속 회원들이 석유유통시장 정상화 촉구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1
2014년 4월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한국주유소협회 소속 회원들이 석유유통시장 정상화 촉구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1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위험물안전관리법엔 배달 목적의 공유 주방이나 연료전지 발전설비 등 최근 트렌드가 반영되지 않아 신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며 “전기차 충전기 설치 비용의 70~80%에 대한 저리 융자나 보조금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자원특별회계를 활용해 에너지전환기금을 신설하는 것은 물론 전기차 및 수소차 충전소 구축 등으로 인한 주유소 용지 지목 변경에 대한 지방세 감면 등 세제혜택 제공도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최동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주유소 개수가 정점일 때 주유소 휴·폐업과 환경오염 문제 해결 및 주민 편익 보호 등 문제가 얽혀 있었다”며 “국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지원 논리가 세워진다면 석유제품 관련 세금 중 일부를 주유소 지원 자금으로 충당하거나 기존 중소벤처기업부 지원 사업에 예외 업종을 신설하는 등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석유제품 판매업 조기 복구 지원사업과 석유제품 안정 공급 확보 지원 보조사업 등 다양한 보조금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알뜰주유소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수송연료 소비를 줄여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알뜰주유소 정책은 이 같은 기조와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윤성복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불투명한 석유 유통 구조로 업계에 대한 불신이 가중돼 알뜰주유소가 탄생했다”며 “석유값 안정화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젠 반대로 알뜰주유소가 주유소 업계의 위기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일반 주유소의 희생만을 강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돼 정책 효과 등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정책은 시대적인 요구가 있을 때 시너지가 나는 것이라 고유가였던 도입 당시와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며 “휘발유·경유 가격을 낮추는 성과를 보였다고 해도 지속가능할 수 없는 정책이라 재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밝혔다.

권가림 기자 hidden@mt.co.kr 
 

이한듬·권가림
이한듬·권가림 hidde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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