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해 책임, 이번엔 발주처·지자체도 못 빠져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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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해 책임, 이번엔 발주처·지자체도 못 빠져나가길
길 가던 시민 9명의 목숨을 잃게 한 광주광역시 재개발 건물 붕괴 사고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재조명받고 있다. 시행사 최고경영자이자 그룹 총수인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사고 대처 사례 중엔 이례적으로 당일 밤 직접 현장을 찾으며 발 빠르게 대처했지만 산업 현장의 중대 재해를 막기엔 법의 빈틈이 많다는 지적이다.

내년 1월27일부터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최대 7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대 재해의 근본적 원인으로 계속 지목되는 것은 위험 작업의 외주화다. 여기에 발주처의 비용 절감을 위한 공사기간 단축과 장시간 노동·감독 부실·솜방망이 처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2016년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공 김 모군, 2018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협력업체 비정규직 김용균씨, 2021년 평택항 아르바이트생 이선호씨 등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생명을 빼앗겼다. 이번 붕괴 사고를 포함해 과거 희생자 대부분이 아주 조금만이라도 주의를 기울였다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을 전형적인 ‘인재’였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이다. 모든 책임을 사업주에만 떠넘기려는 현재의 법으론 부족하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빠진 발주처와 인·허가 담당 공무원 등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4구역은 철거업체가 발주처 모르게 현행법상 불법인 다단계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관행적으로 비용 절감을 위해 철거공법을 준수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철거공사 계약을 맺은 곳은 ‘한솔기업’이란 업체지만 실제 현장에선 ‘백솔건설’이 작업을 맡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굴삭기 기사 등 4명도 백솔건설 소속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을 공사 인·허가권자가 몰랐다면 문제다.

시민단체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성명을 내고 “지방정부의 안전관리 감독의무 이행 여부, 철거공법을 미리 알았을 발주처와 인·허가 기관의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밝혀야 한다”며 “이번 사고는 원청 시공사만이 아닌 발주처와 공무원 처벌의 필요성을 알려준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하는 ‘중대산업재해’나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설령 이 법이 시행됐더라도 적용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희생자들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 숨지거나 다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지 않고 중대시민재해는 시행령 제정 준비 단계여서 판단이 어렵다는 게 국토교통부 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HDC 등에 책임을 묻기엔 따져봐야 할 게 많다는 얘기다.

국회는 법안 제정 당시 발주처와 공무원 처벌 조항이 빠진 데 대해 실익이 적고 중대재해와 인·허가 감독 행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불가하다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었다. 이런 핑계라면 사업주에도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 발주처가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을 요구해 38명의 사망자를 낸 2020년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 역시 이 법으로 처벌할 수가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삭제된 발주처와 공무원 처벌 조항을 지금이라도 다시 넣어야 한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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