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짖는 혈우병 환아들"… 12세 미만 어린이에 가한 가혹한 '급여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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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C녹십자 R&D센터’ 미디어파사드에 ‘세계 혈우인의 날’ 이미지를 게재했다./사진=GC녹십자
‘GC녹십자 R&D센터’ 미디어파사드에 ‘세계 혈우인의 날’ 이미지를 게재했다./사진=GC녹십자

[2009년 3월] 혈우병치료제 시장에 예방요법 약물이 등장했다. 하지만 혈우병 환우들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값비싼 보험약가도 문제지만 '1983년 1월1일 이후 출생자'는 건강보험 적용을 못받는 현실 때문이었다. 이 시절에는 어린 환아가 아닌 그들의 부모가 급여 차별을 받았다.

[2009년 6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혈우병 환우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노보세븐'이라는 혈우병치료제 보험약가 협상이 결렬되자 개발사가 국내 공급중단을 결정하면서다. 개발사는 환자 생명을 담보로 국가에 약값 인상을 요구한 셈이었다.

노보세븐은 마땅한 치료 대안이 없는 혈우병 환자들이 '보조 요법 차원'에서 투약하는 약물이었다. 진통 끝에 정부가 한시적 보험약가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논란의 불씨는 사그라들었다.

[2012년 6월] 혈우병 환자 치료 발목을 잡아왔던 '나이제한' 문제를 해결 할 수있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드디어 나왔다. 헌재는 혈우병 치료제 '리콤비네이트'와 '애드베이트'에 대해 1983년 1월1일 이후 출생한 사람들에게만 건강보험을 적용하도록 한 보건복지부 고시는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대안이 있음에도 고통에 울부짖는 어린 환아들"


끊임없이 혈우병 환우들을 괴롭혀왔던 '보험약가'와 세계 유일의 차별근거 '나이제한'은 10여년이 흐른 2021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표면상 나이제한은 없어졌지만 보험약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것도 12세 미만의 어린 환우들에게 '나이제한 굴레'를 씌웠다.

혈우병 환아가 '혈우병 치료제도 선진화지수 테스트 장'에서 국내 혈우병치료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사진=이상훈 기자
혈우병 환아가 '혈우병 치료제도 선진화지수 테스트 장'에서 국내 혈우병치료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사진=이상훈 기자
'급여제한 여파'를 가까스로 피했던 2009년 당시 27세 이하 혈우병 환우들은 과거 부모에 이어 이번에는 자식의 고통을 지켜봐야하는 입장이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6월16일 강선우 의원이 "심평원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만 12세 기준을 설정했는데요. 그 세 가지 이유가 뭘까요?"라며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향해 따져 물었다.

김 원장은 "면역관용요법을 시도할 수 없었음을 확인 할 수 있는 수준의 진료확인서를 요청하고 있다"고 답했다. 면역관용요법이 근본적 치료로 권고되고 있고 건강보험재정적 측면도 있다는게 김 원장 답변의 취지다.

김 원장이 언급한 면역관용요법에 사용되는 약물에는 끊임없이 혈우병 환우들을 괴롭혀왔던 노보세븐도 포함된다. 정맥주사하는 노보세븐은 주 3회, 월 12회 투약해야 한다. 짧은 반감기(의약품의 효과가 감소하는 시간)로 인해 자주 투약해야 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환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약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환자 1인당 연간 우회치료 약제 부담액은 최소 6~7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만 12세 미만 기준이 설정된 혈우병치료제 '헴리브라'는 심평원에서도 '효과는 개선되고 비용은 절감된다'고 판단을 내린 혁신 신약이라는 점이다.

헴리브라는 2017년 JW중외제약이 주가이제약으로부터 국내 독점 개발 및 판매권한을 확보해 2019년 국내 출시된 혈우병치료 신약이다. 주 1회부터 최대 4주까지 1회 투약이 가능하다. 투약 방식은 기존 정맥주사에서 피하주사로 편이성을 높였다.

치료비용은 예방요법임에도 불구 연 4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혈우병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혈 예방'이다. 선진국에서는 출혈 예방이라는 임상학적인 근거를 중심으로 혈우병을 치료하고 있다.

이렇게만 놓고보면 당연히 헴리브라가 노보세븐과 같은 우회치료제보다 처방 빈도가 높아야 한다. 투약 횟수와 방식이 개선됐고 출혈을 막을 수 있는 예방요법 치료제기 때문이다. 거기에 보험약가도 상대적으로 싸다.

현실은 정반대다. 의사와 환자들은 헴리브라를 선택하고 싶어도 노보세븐을 먼저 맞아야 한다. 그것도 정맥을 찾기도 힘든 12세 미만 어린 환아들이 대상이다. 항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도 급여 여부가 다르다. 헴리브라는 항체 여부와 관계없이 승인을 받았지만 건강보험급여 확정이 늦어지고 있다.

혈우재단백서에 따르면 국내 A형 혈우병 환자 1746명 중 비항체 환자가 1695명으로 97%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어린 환아들이다. 이들에 대한 치료기준은 '출혈예방'이라는 세계적 추세보다는 '여전히 건강보험재정'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선우 의원은 "(면역관용요법) 치료법이 정맥에 주사를 놓는 방법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경우에는 혈관이 발달하지 않아 굉장히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그래, (고통스러운 면역관용요법) 맞았으니 이제 급여 해 주겠다'는 것"이라고 현행 급여기준을 비판했다. 이어 "최근 새로운 치료법이 나왔고 이 치료법은 정맥주사가 아닌 피하주사를 써서 고통이 훨씬 덜할 뿐만 아니라 출혈도 확연히 줄여 주는 혁신적인 치료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훈
이상훈 kjupress@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2팀 제약바이오 담당 이상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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