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중국 못 믿어!”… 게임업계 새 시장으로 PICK한 ‘이 곳’

[머니S리포트-中 갑질 지친 게임사, 새 시장 찾는다②] 게임업계의 ‘엘도라도’ 중국, 전설은 전설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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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6세기 아즈텍과 마야 왕국을 점령하며 약탈에 열을 올리던 스페인 정복자들은 어마어마한 금은보화가 숨겨진 섬 ‘엘도라도’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전설 속 엘도라도는 모든 이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보석을 착용하고 황금판 위에 서 있는 ‘황금땅’으로 묘사됐다. 21세기 중국은 현대판 엘도라도다.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한 내수시장은 업계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성공이란 꿈은 ‘판호’라는 만리장성 앞에서 좌절됐다. 벽은 너무 높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부상도 잇따랐다. 전설 속 엘도라도에 의존하던 국내 게임업계가 새로운 전략 짜기에 나섰다.
14억명이 넘는 인구에 기반한 시장 규모가 주는 달콤한 유혹에 중국 판호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던 한국 게임사들도 중국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에 질려 새 시장 정벌에 나섰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14억명이 넘는 인구에 기반한 시장 규모가 주는 달콤한 유혹에 중국 판호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던 한국 게임사들도 중국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에 질려 새 시장 정벌에 나섰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최근 4년 동안 10조~17조5000억원가량의 매출이 소멸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 지난해 7월 열린 콘텐츠미래융합포럼에서 중국이 판호 발급을 제한한 데 따른 기회비용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중국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자국 내 유통을 허가하는 ‘외자판호’ 발급 건수를 제한하며 해외 게임업체 규제를 꾸준히 강화해왔다. 자국 게임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자국 내 진입은 막으면서 타국에선 안하무인식 행보로 게임 서비스를 이어가는 태도는 전 세계인을 분노케 했다. 일방적 서비스 종료는 물론 서비스 종료 과정에서 유저의 게임 코인을 환불해주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14억명이 넘는 인구에 기반한 시장 규모가 주는 달콤한 유혹에 중국 판호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던 한국 게임사들도 중국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에 질려 새 시장 정벌에 나섰다.



한 번 성공으로 평생 먹고산다? 중국 시장 포기 못하는 이유


국내 게임의 수출 국가별 비중 비교. /그래픽=김은옥 기자
국내 게임의 수출 국가별 비중 비교. /그래픽=김은옥 기자
한국 게임업체의 중국 시장 의존도는 계속 높아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9년 한국 게임의 주요 수출국가와 권역을 조사한 결과 중국이 40.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해 한국 게임의 해외 수출액이 약 7조300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에서만 3조원 가까이 벌어들인 셈이다.

업계가 중국 시장을 주목해온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중국 내수시장의 자본력이다. 판호 브로커와 접촉하거나 중국 IT 3대 기업인 텐센트에 IP(지적재산권)를 제공하는 등 우회경로를 통해서라도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이유다. 크래프톤이 2016년 텐센트에 자사 모바일게임 ‘배틀그라운드’(배그) 기술을 제공하고 받은 수수료로 전년 대비 4400억원 늘어난 모바일게임 매출을 기록한 것은 중국 시장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일찍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의 ‘성공신화’ 역시 업계를 혹하게 만든 이야기다. 2005년 출시된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2007년 선보인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는 지금까지도 매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설적이게도 중국 진출 과정에서 한국 게임업체가 얻는 이익보단 피해가 컸다. 중소게임사들의 경우 판호 발급이 늦어지면서 APK(안드로이드 프로그램 파일)나 소스코드가 유출돼 IP를 무단도용당하는가 하면 “돈을 주면 판호를 받아주겠다”는 브로커에 속아 거액의 사기 피해를 입기도 했다.

판호를 발급받은 이후에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장담할 수 없다. 국익을 우선한다는 정책 기조 아래 시기에 따라 해외 게임사를 자국 시장에서 무자비하게 몰아내는 중국 시장의 특성 탓이다. 실제 영국 게임개발사 ‘엔데믹 크리에이션스’가 2012년 출시한 게임 ‘전염병 주식회사’가 중국 문화에 반하는 콘텐츠를 포함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2월 중국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 삭제되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모바일게임’ 강한 한국, 동남아·인도 새 시장으로 낙점


한빛소프트는 '클럽오디션의' 유럽권 국가 론칭 및 아시아소프트 자회사인 CIB를 통한 인도 출시도 준비 중이다. /사진제공=한빛소프트
한빛소프트는 '클럽오디션의' 유럽권 국가 론칭 및 아시아소프트 자회사인 CIB를 통한 인도 출시도 준비 중이다. /사진제공=한빛소프트
이런 리스크 탓에 업계는 새로운 시장을 적극 물색해 왔다. 중국을 완벽하게 대체할 시장을 찾기보단 동남아시아·인도·북미 등 수출 국가를 전방위적으로 확장해온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업계는 동남아 수출 판로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9년 국내 게임사의 중국 외 주요 수출국 점유율은 ▲대만·홍콩 14.5% ▲일본 10.3% ▲동남아 11.2% ▲북미 9.1% ▲유럽 6.0% 등으로 집계된 가운데 수출 비중은 동남아 지역만 전년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동남아 시장은 모바일게임에 강점을 보여온 한국 게임사들 사이에서 ‘노다지’로 떠올랐다.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동남아 BIG 6(태국·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는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인터넷 보급과 이동통신 보급률이 급증하면서 모바일게임 시장 기반이 갖춰졌다”고 귀띔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ATTLEGROUNDS MOBILE INDIA)’를 7월2일 인도 지역을 대상으로 출시했다. /사진제공=크래프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ATTLEGROUNDS MOBILE INDIA)’를 7월2일 인도 지역을 대상으로 출시했다. /사진제공=크래프톤
같은 맥락에서 인도 시장도 업계가 주목하는 블루오션이다. 인도 게임시장에서 모바일게임 점유율은 85%로 압도적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KPMG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모바일게임시장은 2015년 3억6000만달러(약 4095억원)에서 2020년 8억8500만달러(약 1조66억원)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약 50조원 규모인 중국 게임시장과 비교해 아직 작지만 잠재성을 보고 진출한다면 향후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란 전망이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 등 아시아권 국가도 급성장하는 신흥 게임시장으로 주목도가 높다”며 “잠재적인 이용자를 생각한다면 인도 시장을 주시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국가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결국 현지화가 관건이며 해당 국가의 관련 법률과 제도, 시장 환경 등 보다 세밀한 정보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대세 따르라” 콘솔 본고장 북미·유럽 장기 공략


펄어비스의 게임 검은사막이 북미∙유럽 MMORPG 장르 스팀 판매(Top Sellers) 1위를 차지했다. /사진제공=펄어비스
펄어비스의 게임 검은사막이 북미∙유럽 MMORPG 장르 스팀 판매(Top Sellers) 1위를 차지했다. /사진제공=펄어비스
앞으로 게임업계가 집중 공략할 시장으론 북미·유럽 시장이 꼽힌다. ‘콘솔’(스위치·엑스박스·플레이스테이션 등 게임 전용 기기)의 본고장인 북미·유럽 시장에서 K-콘솔게임의 영향을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콘솔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돼 왔다. 글로벌 콘솔게임시장은 닌텐도의 게임기 ‘스위치’와 ‘모여봐요 동물의 숲’ 등 인기 타이틀 판매 확대에 힘입어 2019년과 2020년에 이어 올해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북미·유럽과 국내 이용자의 성향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시장 공략이 용이할 것이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유럽은 국가별로 보면 시장 규모는 작지만 전체로 보면 이용자 성향이 비슷한 하나의 문화권”이라며 “해당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는 장르의 게임을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김정태 교수는 “한국 정서와 가장 닮은 독일 시장 진출을 필두로 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본토와 영국은 중국 시장 못지않은 판로”라며 “어떤 면에선 중국에서의 성공보다 글로벌 콘텐츠로 인정받을 절호의 기회다. 장기적으론 중국 시장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 시장 공략과 병행할 황금광은 바로 미 대륙”이라며 “특히 남미의 경우 대부분 스페인어 권역인 만큼 유럽 시장 진출로 노하우를 쌓아 발판으로 삼으면 의외로 가성비 높은 대체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체할 시장만큼 게임 장르 확장도 ‘절실’


“이젠 중국 못 믿어!”… 게임업계 새 시장으로 PICK한 ‘이 곳’
전문가들은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는 것만큼이나 게임 장르의 다양화도 절실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형태의 게임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이용자의 욕구가 커진 지금이 도약할 기회라는 의견이다.

김영진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는 “최근 글로벌 게임시장에선 새로운 형태의 게임 콘텐츠를 기대하는 열망이 매우 높다”라며 “새로운 네트워크 환경에 기반한 게임 플레이 변화와 클라우드 게임의 부상, 메타버스 기반의 게임 이용 문화, 타 장르와의 융합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게임 콘텐츠 태동 등의 요인으로 게임업계는 그동안 겪은 변화를 압도하는 새로운 진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힘입어 올해 전 세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관련 기기 출하량은 전년(470만대) 대비 82.3% 증가한 860만대에 이르렀다. 2025년에는 5290만대 규모까지 커질 것이란 예측도 있다. 전 세계 클라우드 게임시장 규모 역시 2020년 6억달러(약 6737억원)에서 2023년엔 8배인 48억달러(약 5조3899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성장을 이끌 콘텐츠가 부족한 실정이다. 시장 성장을 촉발할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메타버스가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를 앞세워 게임업계의 큰 관심을 받은 게 대표적 사례다. 김영진 교수는 “최근 BTS나 영화 기생충의 사례에서 보듯 문화에서 국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기회는 어디든 열려 있다”며 “특정 국가나 시장에 집중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벗어던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강소현
강소현 kang420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강소현 기자입니다. 이메일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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