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효자’ 게임산업에 당근은 없고 채찍만 있었다

[머니S리포트-中 갑질 지친 게임사, 새 시장 찾는다③上] 한국 무역 흑자 16% 차지하는 게임업계, 진흥은 없고 규제만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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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6세기 아즈텍과 마야 왕국을 점령하며 약탈에 열을 올리던 스페인 정복자들은 어마어마한 금은보화가 숨겨진 섬 ‘엘도라도’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전설 속 엘도라도는 모든 이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보석을 착용하고 황금판 위에 서 있는 ‘황금땅’으로 묘사됐다. 21세기 중국은 현대판 엘도라도다.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한 내수시장은 업계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성공이란 꿈은 ‘판호’라는 만리장성 앞에서 좌절됐다. 벽은 너무 높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부상도 잇따랐다. 전설 속 엘도라도에 의존하던 국내 게임업계가 새로운 전략 짜기에 나섰다.
지난 6월14일 서울 e스포츠 롤파크 경기장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리그오브레전드(롤) 게임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뉴스1 DB
지난 6월14일 서울 e스포츠 롤파크 경기장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리그오브레전드(롤) 게임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뉴스1 DB
기원전 170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수메르 점토판에는 “왜 공부를 하지 않고 빈둥거리냐”며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담겼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에 남겨진 낙서에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작든 크든 세대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신세대의 문화와 행태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에서 이런 문화적 차이로 빈번하게 ‘뜨거운 감자’가 되는 분야가 게임이다. 얼마 전까지 “중독물질”로 몰다가 이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집에서 게임하길 권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보면 이런 논란이 꼭 한국만의 일인 것 같진 않다.



게임도 수출 효자, 무역 흑자의 16%


국내 게임산업 성장 추이.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그래픽=김은옥 기자
국내 게임산업 성장 추이.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그래픽=김은옥 기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5조5750억원으로 전년보다 9.0% 증가했다. 2010년부터 10년 동안 연평균 9%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였다. 2020년에도 전년 대비 9.2% 상승한 17조93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세계 시장에서의 비중은 6.2%로 미국(20.1%)·중국(18.7%)·일본(11.8%)·영국(6.3%) 등에 이어 5위다. 업계 종사자 수도 지난해 기준 9만명을 넘어섰고 올 초 IT 분야 연봉 인상 바람의 선두에 서기도 했다.

게임은 주요 수출 상품이기도 하다. 2019년 국내 게임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66억5778만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의 2019년 연평균 매매기준환율(1165.65원)을 적용하면 약 7조7606억원이다. 수년째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3년 전(32억7735만달러·약 3조7510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반면 수입액은 전년 대비 2.5% 감소한 2억9813만달러(약 3475억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19년 한국 게임산업은 64억달러(약 7조4602억원)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해 한국 전체 무역수지 흑자(389억달러)의 16%에 해당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 상품으로 꼽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세계 게임 시장 내 플랫폼별 한국 비중.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그래픽=김은옥 기자
세계 게임 시장 내 플랫폼별 한국 비중.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그래픽=김은옥 기자



이게 진흥법이야 규제법이야


‘수출 효자’인 게임이지만 정작 국내에서 대접은 시원찮다. 게임 분야 관련 대표 제도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만 봐도 알 수 있다. 명칭은 진흥법이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 법은 중독성·도박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다이야기’ 때문에 첫발부터 꼬였다. 2006년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서 분법되려는 시점에 사태가 터지면서 2007년 아케이드 게임 사행성 규제 내용 위주로 개정됐다. 2011년 게임물 등급 분류와 게임 과몰입 예방 관련 내용이 추가됐고 2016년엔 불법 사설 서버 프로그램 알선·유통 금지 조항이 들어갔다. 법안 이름이 무색하게 규제 위주로 덧씌워지면서 업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초 대토론회를 거쳐 게임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듬어진 15년 만의 전부 개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울산 북구) 대표 발의로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됐다.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의무 공개하도록 하는 조항을 새롭게 포함하면서 한동안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확률형 아이템 이슈에 묻히긴 했지만 해당 법안엔 ▲온라인게임제공업 신설 ▲민·관 게임산업협의체 구성 ▲벤처기업 대상 혜택을 적용하는 게임산업진흥시설 지정 ▲게임 등급분류 규제 완화 및 자체 분류 제도 활성화 ▲국내 법인 없는 해외 게임사업자의 국내대리인 지정제도 도입 등을 포함해 많은 내용이 담겼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상임위원회 심사단계에 있다.

이상헌 의원실 측은 “법을 통한 해결은 확률형 아이템과 같이 문제가 심해졌을 때로 국한하는 게 좋다. 닿을 듯 말 듯 필요한 만큼 거리를 두면서 산업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팔길이 원칙’을 지키려 하며 행정부·국회에도 이 같은 시선이 필요하다”면서 “게임법 전부 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버스토리-中 갑질 지친 게임사, 새 시장 찾는다③下에서 계속>
 

팽동현
팽동현 dhp@mt.co.kr  | twitter facebook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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