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파트 이름에 인덕원 넣자”… 집값 오르겠죠?

[머니S리포트 집값 폭등 열차 ‘GTX’③] 철길 따라 울고 웃는 신도시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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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부의 ‘집값 고점’ 경고에도 수도권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꼽힌다. 각 지역마다 GTX 건설 계획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교통 편의성 개선의 목적일 뿐 집값 상승 때문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집값이 올랐으면 좋겠다”다는 데 한마음이다.
경기 김포시 장기역 인근 곳곳에 GTX 노선 확대 등 교통 개선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강수지 기자
경기 김포시 장기역 인근 곳곳에 GTX 노선 확대 등 교통 개선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강수지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사업이 한 단계씩 진행될 때마다 집값을 뜨겁게 자극해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교통혼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 GTX 계획이 투자자는 물론 각 지역민의 집값 상승 욕망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2030년까지 진행할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이번 계획은 ▲주요 거점 간 고속연결 ▲비수도권 광역철도 확대 ▲수도권 교통혼잡 해소 등 7대 방향을 토대로 검토됐다. 앞서 발표된 계획을 포함한 GTX 노선 계획은 ▲GTX-A 파주 운정-화성 동탄 ▲GTX-B 인천 송도-남양주 마석 ▲GTX-C 양주 덕정-수원 ▲GTX-D 김포 장기-부천종합운동장 등이다.
경기 김포시는 전체 시민 48만3642명(행정안전부 6월 주민등록인구 현황) 가운데 6만명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은 7월12일 오후 장기역 인근 김포한강신도시. /사진=강수지 기자
경기 김포시는 전체 시민 48만3642명(행정안전부 6월 주민등록인구 현황) 가운데 6만명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은 7월12일 오후 장기역 인근 김포한강신도시. /사진=강수지 기자


“교통 개선 목적이지만 집값 상승 기대도…”


한강신도시가 있는 경기 김포시는 전체 시민 48만3642명(행정안전부 6월 주민등록인구 현황) 가운데 6만명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출근길 김포골드라인 열차에 탑승해 서울 김포공항역까지 이동해 봤다. 김포골드라인은 열차가 두 량밖에 없다. 지하철을 한 번에 타지 못하고 길게 줄을 서서 몇 번이나 열차를 보낸 다음에야 가까스로 탑승했다. 한 시민은 “탑승객이 너무 많아 서로 몸을 부대끼고 매일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며 출·퇴근한다”고 토로했다.

김포와 인천 검단신도시 주민은 당초 GTX-D 노선이 서울 강남권으로 직결된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계획이 무산되자 청와대 국민청원을 넘어 촛불문화제와 삭발식까지 감행하는 등 지역 사회의 대형 이슈가 됐다.

정부는 부랴부랴 GTX-D 노선을 GTX-B와 연계해 용산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추가했다. 서울 5호선의 김포·검단 연장 사업도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노여움은 쉽사리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지역 곳곳에서 교통 개선대책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발견됐다.



“GTX 덕분에 집값 좀 올랐으면 좋겠다”


시민들의 GTX 요구엔 단순히 교통 편의 개선이 아니라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심리가 기저에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용산 연결 계획 발표에도 ‘무조건 강남’만을 바라는 것 역시 이런 해석이 나오게 만든다.

김포 시민 A씨는 “교통 불편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주민 요구를 이해할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하면서도 “집값 상승을 바라는 건 왜 안 되나. 다른 지역은 10억원을 넘었는데 왜 김포만 낮은지 반대로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B씨는 “교통 개선도 중요하지만 솔직히 GTX 덕 봐서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GTX는 집값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의 ‘집값 과열’ 경고에도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반기 누적 상승률(이하 1월4일~6월28일 기준)은 평균 7.59%다. 반면 김포 일대 아파트값은 2.46%로 상승폭이 수도권 평균에 비해 3분의1 수준이다. 특히 강남 직결이 취소된 GTX-D 계획 발표 후 김포 일대 아파트값 상승은 사실상 멈췄다.
출근 시간대가 오후 시간대(7월12일 오후 3시30분쯤)에도 많은 김포 시민들이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김포로 향하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강수지 기자
출근 시간대가 오후 시간대(7월12일 오후 3시30분쯤)에도 많은 김포 시민들이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김포로 향하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강수지 기자


GTX 정차에 함박웃음 짓는 주민들?


연일 신경이 곤두선 김포와 달리 왕십리와 인덕원엔 웃음꽃이 피었다. 총 사업비 4조원이 투입되는 GTX-C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왕십리역·인덕원역의 추가 신설을 제안해서다. 기존 10개 정차역에 왕십리역·인덕원역 2개가 추가되는 셈이다.

아파트값은 즉시 움직였다. 인덕원역 인근인 경기 안양시 동안구는 올 상반기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 16.59%를 기록했고 의왕시는 20.57%로 상승률 전국 1위에 올랐다. 안양시 동안구와 의왕시 아파트에선 단지 이름에 ‘인덕원’을 넣기 위해 주민들이 눈에 불을 켜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벌어졌다.

2000년 준공해 입주 21년 차를 맞는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삼성래미안’은 최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아파트 단지 이름을 ‘인덕원 삼성래미안’으로 변경키로 결정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 공고에서 “GTX-C 인덕원역이 확정되며 인덕원의 지명도가 높아지고 경기 남부 교통의 요지로 떠오르고 있다”며 “아파트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명칭에 인덕원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근 관양동의 ‘평촌 더샵 센트럴시티’ ‘동편마을3단지’와 의왕시 내손동 ‘포일자이’, 포일동 ‘포일 숲속마을 3·4·5단지’ 등도 단지명에 인덕원을 포함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교통 호재가 집값에 반영되는 정도는 착공·완공·개통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착공한 노선 주변은 이미 집값이 오른 상태라 향후에도 계속 똑같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통사업은 도중에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도 높은 만큼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투자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교통 개발로 얻는 이익을 사회로 환수해 재투자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GTX 개발로 집값이 오르는 것은 부작용이 아닌 당연한 반응”이라며 “현재 국내 보유세의 낮은 실효세율을 고려할 때 불로소득에 해당하는 개발이익이 ‘토지초과이득세’와 같은 방식으로 환수해 주민 공공시설 등에 재투자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수지
강수지 joy822@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강수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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