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수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 "평가사 권익 향상은 공공성 위한 것"

[CEO 초대석] "정확하고 신뢰성있는 부동산 적정가격 제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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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일 제17대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으로 취임한 양길수(56·사진) 회장은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부동산 적정가격의 제시와 감정평가사의 역할 제고를 위해 협회장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한국감정평가사협회
3월2일 제17대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으로 취임한 양길수(56·사진) 회장은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부동산 적정가격의 제시와 감정평가사의 역할 제고를 위해 협회장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한국감정평가사협회

집값 상승으로 발생한 각종 세금 문제와 주거비용 증가가 다양한 형태의 사회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국내 유일의 가치평가 전문가로 국가 전문자격사인 ‘감정평가사’의 가치와 역할이 재조명받는 배경이다.

3월2일 제17대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으로 취임한 양길수(56·사진) 회장은 “헌법에서 국가의 가장 큰 책무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권 보호를 선언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국민의 생명만큼 중요시되는 것이 재산권”이라며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부동산 적정가격의 제시와 이를 위한 감정평가사의 역할 제고를 위해 협회장에 도전했고 임기 동안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7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감정평가사회관에서 만난 양 회장은 “취임 후 4개월여 동안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와 정책협력을 긴밀히 하고 유관기관인 한국부동산원과의 업무 협조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감정평가산업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부동산 적정가격, 실거래가가 해법 아니다


양 회장은 현 정부가 안고 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보다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협회장 취임 약 3개월 전인 지난해 12월15일 당시 소속돼 있던 하나감정평가법인 대표 자격으로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를 면담했고 정부의 공시가격 정상화 정책에 대해 감정평가사로서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당시 정 전 총리를 면담한 이유를 다시 언급했다. 협회가 공시지가 결정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회원인 감정평가사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현재 국내 부동산 거래시장은 실거래가만 중시하는 분위기인데 이는 오해가 있습니다. 적정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평가요소로 과거 투입된 원가와 현재의 거래사례, 미래의 편익 3가지 모두를 고려해야 합니다. 실거래가만을 기준으로 보면 적정가격에 착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빠른 시간에 팔아야 하거나 반대로 반드시 사야만 하는 개개인의 특수한 사정이 반영돼 적정가격 대비 낮거나 높게 거래가 성사됩니다. 실제 부동산 거래에선 세금을 줄이려는 이유로 계약금액을 높이거나 낮추는 불법 업·다운 계약신고의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어느 한쪽의 잘못이 아닌 여러 조건과 환경이 중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대출규제 강화와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취득세·양도소득세 인상을 이용해 ‘집값 안정’을 최대 정책 과제로 삼았지만 계속되는 집값 상승으로 무주택자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주택 수요자에게 고통만 준다는 논란이 정권 내내 이어졌다. KB 시세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17년 5월 6억635만원에서 올 6월 10억1417만원으로 4년여 만에 4억782만원(67.3%) 상승했다.

양 회장은 “집값 폭등은 정권 문제라기보단 현대 자유시장경제에서 경제 주체의 경제적 욕망이 잘못 표출되는 수단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저금리 정책으로 풍부한 유동성이 지속되고 국민 재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산이 부동산이기 때문에 이를 정책적으로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감정평가사 권익 향상, 이익 아닌 공공성 위한 것”


양 회장은 감정평가사가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지대론’을 소개했다. 그는 대학 신입생 때 “농산물 가격이 토지의 비옥도 차이와 지대에 따라 결정된다는 차액지대론을 접하고 강한 인상이 오래 남았다가 우연한 계기로 감정평가사의 길로 들게 됐다”고 밝혔다.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 후 일선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양 회장은 굴지의 건설회사 두 곳을 다닌 다소 특이한 이력도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에 실직했고 이후 감정평가사 시험에 합격해 올해로 경력 22년 차가 됐다.

협회장 선거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그는 “평범한 감정평가사로서의 업무 수행이 직업인으로서 기여하는 의미가 작지 않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국민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분야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역할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며 “매일 출근길에 초심을 잊지 말자는 각오를 다진다”고 말했다.

최근 감정평가업계의 이슈는 부동산원 소속 감정평가사의 경력 인정 논란과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정평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인한 비자격사의 감정평가법인 이사 선임 허용이다. 양 회장은 이를 우려하는 일부 감정평가사에게 이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현행 감정평가사는 경매 감정 시 경력 5년 이상, 소송 감정 시 경력 7년 이상 등 일정 경력 이상 보유자만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은행이나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부동산원 소속 평가사는 퇴직 후 2년의 경력만 인정받을 수 있고 이는 보수와도 연관된다.

양 회장은 공공기관인 부동산원에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5000여명 감정평가사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로 시간을 갖고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나 변호사 등 다른 자격사 사례를 보면 경력 제한 규제가 없고 전문분야에 기타 직군의 진출 기회를 열어 사회 다양한 영역의 경험을 활용함으로써 시너지를 확대하는 추세”라며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자격사의 공공기관 진입을 장려해 공적 영역의 전문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정평가법 개정으로 국토부나 공공기관 고위직 퇴직자의 감정평가법인 낙하산 인사 우려가 제기되는데 양 회장은 “비자격사인 고위 공직자를 영입할 이유가 없고 그들이 선호하는 직군도 아니어서 현실에 맞지 않는 일부의 왜곡된 기우”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법안이 허용한 등기이사의 경우 주총 이사회를 통해 선임되고 만약 낙하산 의도가 있다면 굳이 일을 많이 하고 법적 책임까지 부여되는 이사가 아니라 고문 등의 직책으로 취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에 비자격사에게 허용됐던 감정평가법인 대표이사를 제한한 것은 진일보한 성과”라고 덧붙였다. 비자격사의 감정평가법인 경영권 소유는 경영 효율성과 감정평가의 공공성 사이에 충돌의 위험이 있다. 실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양 회장은 감정평가사의 권익 향상을 임기 내 중요 과제로 꼽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감정평가사협회가 감정평가법인의 ‘문서 탁상자문’ 제공을 금지시킨 것을 놓고 불공정거래라고 판단했다. 협회는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여 승소했지만 이는 현재까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양 회장은 “탁상행정이 잘못됐듯 탁상자문은 정식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비용을 줄이려는 편법”이라며 “잘못된 감정평가로 발생하는 과소 대출은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키고 과다 대출은 금융권 부실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롭테크기업의 유사 감정평가 영역과 충돌하는 데 대해선 “오늘날엔 컴퓨터가 모든 일을 다 해결해줄 수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며 “협회는 공시가격 통계 표본보다 많은 100만필지 이상의 감정평가 사례를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과 결합해 프롭테크가 따라올 수 없는 정확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정평가법은 토지 등의 경제적 가치를 판단해 가액으로 표시하고 대가를 받는 경우 감정평가업이라고 규정합니다. 자격사가 아니라도 누구나 가치 산정을 할 수 있지만 대가가 발생하면 불법 감정평가입니다. 정부가 법과 제도를 통해 보호하는 감정평가사 등 전문자격사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해선 안 되고 의뢰인이나 감정평가 물건 소유자의 이익을 위해서도 일하면 안 됩니다. 감정평가사는 정확한 감정평가 결과로 공정한 거래의 기준을 제시하는 공적 의무를 다할 뿐입니다. 감정평가법 제4조2항 감정평가사는 공공성을 지닌 가치평가의 전문직으로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그 직무를 수행합니다.”



[양길수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 프로필]

▲1965년 5월 23일 출생(대구 동구) ▲1984년 덕원고 졸업 ▲1990년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1999년 감정평가사 제10기 합격 ▲2010-2012년 평화재단 기획위원 ▲2013-2015년 국세청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위원 ▲2020년 기획재정부 공기업 경영평가단 위원 ▲2017-2021년 2월 하나감정평가법인 대표이사 ▲2021년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한국부동산연구원 이사장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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