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에도 경비실엔 선풍기…"주민들이 싫어해 에어컨 못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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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초소.© 뉴스1 금준혁 기자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초소.© 뉴스1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금준혁 기자 = 절기상 가장 덥다는 '대서'인 22일 오후,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근무하는 70대 경비원 이진우씨(가명)는 오늘도 잔디를 깎는다. 뙤약볕 아래 서 있는 그는 연신 손등으로 얼굴을 닦아내지만 땀방울은 이내 송골송골 맺힌다.

그가 입고 있던 연한 하늘색 근무복은 점점 얼룩덜룩해졌다. 햇빛을 막기 위해 착용한 팔 토시도 하늘색에서 남색에 가까워졌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쓰고 있던 마스크를 중간중간 벗고 숨을 크게 내쉬는 그의 숨소리는 거칠었다. 이날 서울은 낮 최고기온이 35.7도까지 올라가면서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무더위 속 작업을 마친 이씨는 한 평 남짓한 경비초소로 복귀했다. 작은 선풍기 하나가 벽에 걸린 채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더운데 어떡하겠냐"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우리는 그냥 해주는 대로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초소 밖으로 나왔다. 양손에 얼음이 동동 떠 있는 콩국수와 맥주를 들고 온 다른 70대 경비원 황정훈씨(가명) 때문이다. 둘은 초소가 아닌 인근 정자로 향했다. 정자에는 정원에서 자라는 큰 나무의 그림자가 져 있었다.

서울 기온이 35.3도까지 오른 중복(中伏)인 21일 오후 만난 경비원 강수훈씨(72·가명)가 앉아있던 경비실 벽에도 벽에 달린 선풍기 하나가 회전하며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경비원 생활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이런 날은 더워서 적응이 안 된다"라며 "내 돈 주고서라도 에어컨 달고 싶은데 일부 주민들이 전기요금 많이 나온다고 싫어하니까 그냥 지낸다"고 했다.

눈가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리던 강씨는 마스크를 벗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바로 직전까지 재활용 쓰레기 분류와 음식물 쓰레기통 정리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분리수거, 청소, 제초 등 위험발생과 관련 없는 업무는 경비원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원래 해야 하는 일은 아니지. 그래도 어쩌겠어. 일부 주민들이 재활용 쓰레기도 막 갖다 놓고, 음식물 쓰레기도 막 버리니까 정리할 사람이 필요하잖아.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해. 내가 관리하는 아파트니까, 책임감 때문에 하는 거야. 그리고 우리들한테 잘해주는 주민들이 얼마나 많다고. 그러니까 지금까지 경비원 일 해 먹지, 안 그래?"

아파트 경비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는 건축 조례를 바꿔 지난 5월20일부터 30㎡ 이하 규모의 아파트 관리사무소(경비실)는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만 하면 승인 절차 없이 에어컨 설치를 가능하게 했다. 이에 에어컨 설치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자치구에서는 아파트 단지가 경비실 등에 에어컨을 설치할 경우 일정 비율로 지원을 해주는 공동주택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원구는 자체적으로 추진한 '경비실 에어컨 설치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내 1295개 경비초소 중 총 1244개 초소(96%)가 에어컨을 갖추게 됐다. 지난 1월 기준 62.6%에서 많이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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