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약 사각지대’ 놓인 대기업 흙수저… 정말 ‘벼락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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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약 사각지대’ 놓인 대기업 흙수저… 정말 ‘벼락거지’?
지방 출신으로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착실하게 저축하고 가정을 꾸린 30대 중반 A씨는 시름이 깊다. 대출을 끼고 전셋집을 어렵사리 마련했지만 ‘내집 마련’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3기신도시 등 사전청약 접수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부부 합산 소득이 요건을 넘어 신혼부부 특별공급과 신혼희망타운 접수도 못 한다. 전세대출금 갚고 지방에 계신 부모님 용돈 드리고 생활비 지출하면 남는 돈은 별로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여유가 없으니 자녀 계획도 세우지 못한다. 부양가족이 많아야 청약 가점도 높아지는데 점수를 채울 수 없으니 민간분양도 그림의 떡이다.

지난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생애최초 소득기준 폐지 - 대기업 흙수저는 평생 무주택자로 살아야 하나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30대라고 밝힌 청원인 B씨는 “대기업 흙수저가 가장 불쌍하다는 말이 있다. 중소기업 특공은 당연히 안되고 생애최초(또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대기업 맞벌이면 꿈도 못 꾼다. 사회초년생이면 대기업이라고 해봤자 중소기업보다 한 달에 세금 제하면 100만~150만원 정도 더 받을까 싶다”며 “과연 서울에서 내집 마련이 가능할까. 가점제는 당연히 가능성이 전혀 없고 추첨제에 넣자니 추첨 가능한 집은 제 소득으론 턱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차라리 연봉을 줄이고 청약이라도 넣고 싶은 마음”이라고 탄식했다.

A씨나 B씨처럼 청약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이 보금자리에 대한 꿈을 이루지 못할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소위 ‘대기업 흙수저’다. 한 줄기 희망이라며 기다린 사전청약 제도도 이들의 꿈을 무참히 짓밟았다. 정부는 7월16일 모집공고를 내고 1차 사전청약 일정에 돌입했다. 내년까지 사전청약을 통해 3기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주요 입지에 총 6만2000가구 공급이 예정돼 있다. 올해에는 모두 4차례에 걸쳐 총 3만200가구를 공급한다. 1차분 청약은 7월28일부터 접수받는다.

정부는 청년·신혼부부의 내집 마련을 돕는다며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사전청약 물량 가운데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신혼부부 특공(5400가구)과 생애최초 특공(4500가구) 물량이 전체의 약 30% 수준이다. 여기에 신혼희망타운 물량 1만4000가구까지 더하면 전체의 74%가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물량인 셈이다. 신혼부부 특공이나 신혼희망타운에 지원하려면 전년도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30%(맞벌이 부부는 140% 이내)라는 소득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세전 기준으로 3인 이하 가족은 130%가 783만원, 140%가 844만원이다.

‘대기업 흙수저’들은 서울시내 기존 주택 구입도 어렵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서울시내 평균 아파트값은 11억4283만원. 지난해 6월(9억2509만원)과 비교하면 2억원 이상 급등했다. 자녀 없는 대기업 맞벌이 부부가 세전 월 450만원씩 소득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세후 합산 월 약 767만원으로 지출을 전혀 하지 않고 꼬박 모아도 11억4283만원에 도달하려면 12년이 넘게 걸린다.

요즘 신조어 가운데 ‘벼락거지’라는 말이 있다.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음에도 부동산과 주식 등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 나만 뒤처진 것 같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공감하지 못하는 혹자는 “매스컴이 신조어를 꾸며내 상대적 박탈감을 조성하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그동안 2021년 대한민국 청년들은 ‘벼락거지’라는 말에 뼈저리게 공감하며 눈물 흘린다.
 

강수지
강수지 joy822@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강수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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