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 열차 'GTX'] "길 뚫린다" 소식에… 아파트값 반년 새 '7억원' 올랐다

[머니S리포트] 집값 안정 위한다던 신도시 정책, 다시 '집값 고통'으로 돌아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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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정책이 무주택자 서민·중산층의 주거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임을 고려할 때 현재 GTX 계획과 함께 나타나는 집값 과열 현상은 오히려 부작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역 앞 전경 /사진=김노향 기자
신도시 정책이 무주택자 서민·중산층의 주거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임을 고려할 때 현재 GTX 계획과 함께 나타나는 집값 과열 현상은 오히려 부작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역 앞 전경 /사진=김노향 기자
수도권 동서남북을 잇는 ‘교통 혁명’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집값 급등의 뇌관이 되고 있다.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GTX-A·B·C 3개 노선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고 일부가 착공에 들어가자 주요 역 주변 집값이 미친 듯 뛰고 있다.

GTX는 2007년 경기도가 최초로 제안했다. 2기신도시 분양 이후 교통과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의 근접성) 인프라가 취약한 베드타운 문제가 제기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출·퇴근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정책이 GTX였던 셈.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사업이 지체됐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주거안정대책인 ‘수도권 3기신도시’와 맞물려 다시 탄력을 받았다. 3기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은 GTX 주요 역과 연결되며 만성적인 교통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문제는 집값 불안이다. 신도시 정책이 무주택자 서민·중산층의 주거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임을 고려할 때 현재 GTX 계획과 함께 나타나는 집값 과열 현상은 오히려 부작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GTX 역마다 집값 폭탄


# 2015년 준공·입주한 경기 화성시 청계동의 ‘동탄역 센트럴 푸르지오’. 이 아파트 84㎡(전용면적)는 2014년 분양권이 3억4592만원(8층)에 거래됐다가 올 6월 실거래가 8억9000만원(7층)에 신고됐다. 지난해 6월만 해도 6억9000만원(9층)에 거래되던 아파트가 1년 새 2억원 올랐다. 동탄역은 GTX-A 노선의 종착역이다. 현재 동탄에서 서울역으로 철도를 이용해 가려면 수서고속철도(SRT)와 서울 3·4호선을 두 번 환승해 총 1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GTX-A가 개통되면 동탄역-서울역 소요시간은 20~30분 사이로 절반 이상 단축된다.

# 현재 서울 청량리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40분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경기 남양주시의 마석역. 가평군에 속한 대성리역과 불과 한 정거장 차이인 수도권 외곽이지만 GTX-B 노선이 확정되며 인근 다세대주택(빌라)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부동산정보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2018년 준공·입주한 남양주시 화도읍 A빌라는 입주 당시 79㎡가 2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3년 만인 현재 호가 3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남양주시 빌라 거래도 눈에 띄게 늘었다. 경기부동산포털이 집계한 남양주시 빌라 매매거래는 지난해 상반기 1337건에서 올 상반기(7월10일 이전 신고 기준) 1692건으로 1년 새 355건(26.6%) 급증했다. 현행 실거래가 신고기한이 30일인 점을 감안하면 6월 거래량은 7월30일 신고 기준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경기도의 빌라 거래량 증가 순위를 보면 수원·용인·안산·남양주·의정부·파주·양주·동두천 순으로 모두 GTX와 연관이 있었다.

# 지난달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GTX-C 민자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덕원역 추가 신설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대 아파트값이 폭등했다. 인덕원역 인근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 84㎡는 6월6일 16억3000만원(25층)에 매매 계약됐다. 지난 4월(15억3000만원) 대비 1억원 오른 가격이다. 지난해 12월 평균 실거래가인 9억7875만원과 비교하면 7억원 가까이 상승해 단순 계산 시 한 달에 1억원씩 오른 셈이다.

이들 지역 집값 상승 현상의 공통 원인은 GTX가 결정적이란 게 현장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남양주시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역세권 매물을 위주로 GTX 수혜 기대가 높다. 갭투자 문의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GTX와 일반 지하철의 가장 큰 차이는 ‘속도’다. 기존 수도권 지하철이 지하 20m 깊이에서 시속 30~40㎞로 운행되는 데 비해 GTX는 지하 40~50m 공간을 활용해 노선을 직선화하고 평균 시속 100㎞, 최고시속 200㎞로 운행한다. 경기·인천에서 서울 도심까지 현재 2~3시간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20~30분 내로 단축할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GTX가 수도권의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도심에서 거리가 멀수록 교통개선 효과가 높다. 현재 나타나는 집값 상승 현상은 이런 기대감이 한꺼번에 반영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수도권 새로운 양극화 시대 맞나


반대로 GTX의 집값 연쇄 작용을 일시적으로 전망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길 따라 투자하라는 말은 부동산 시장의 격언으로 통한다. 역세권 여부에 따라 집값이 수억원 차이가 나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집값 폭등을 예상 못했을 순 없을 것”이라며 “GTX가 수도권 내 새로운 양극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GTX가 기존 역세권의 쇠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GTX 효과가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투자 홍보에 GTX 수혜지역이란 점이 이용되고 있지만 실제 교통대책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는 개통 이전이 가장 크고 이후에는 제한적”이라며 “GTX가 투자 만병통치약이라는 기대는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GTX 사업이 한 단계씩 진행될 때마다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교통혼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 GTX 계획이 투자자는 물론 각 지역 주민의 집값 상승 욕망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2030년까지 진행할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이번 계획은 ▲주요 거점 간 고속연결 ▲비수도권 광역철도 확대 ▲수도권 교통혼잡 해소 등 7대 방향을 토대로 검토됐다. 앞서 발표된 계획을 포함해 ▲GTX-A 파주 운정-화성 동탄 ▲GTX-B 인천 송도-남양주 마석 ▲GTX-C 양주 덕정-수원 ▲GTX-D 김포 장기-부천종합운동장 등이 예상된다.



“교통 개선 목적이지만 집값 상승 기대도…”


한강신도시가 있는 경기 김포시는 시민 48만3642명(행정안전부 6월 주민등록인구 현황) 가운데 6만명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출근길 김포골드라인 열차에 탑승해 봤다. 김포골드라인은 열차가 두 량밖에 없다. 지하철을 한 번에 타지 못하고 길게 줄을 서서 몇 번이나 열차를 보낸 다음에야 가까스로 탑승했다. 한 시민은 “사람이 너무 많아 서로 몸을 부대끼고 매일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며 출·퇴근한다”고 토로했다.

김포와 인천 검단신도시 주민은 당초 GTX-D 노선이 서울 강남권으로 직결된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계획이 무산되자 청와대 국민청원을 넘어 촛불문화제와 삭발식까지 감행하는 등 지역 사회의 대형 이슈가 됐다.

정부는 부랴부랴 GTX-D 노선을 GTX-B와 연계해 용산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추가했다. 서울 5호선의 김포·검단 연장 사업도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노여움은 쉽사리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지역 곳곳에서 교통 개선대책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발견됐다.



“집값 좀 올랐으면 좋겠다”


시민들의 GTX 요구엔 단순히 교통 편의 개선이 아니라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심리가 기저에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용산 연결 계획 발표에도 ‘무조건 강남’만을 바라는 것 역시 이런 해석이 나오게 만든다.

김포 시민 A씨는 “교통 불편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주민 요구를 이해할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하면서도 “집값 상승을 바라는 건 왜 안 되나. 다른 지역은 10억원을 넘었는데 왜 김포만 낮은지 반대로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B씨는 “교통 개선도 중요하지만 솔직히 GTX 덕 봐서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GTX는 집값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의 ‘집값 과열’ 경고에도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반기 누적 상승률(이하 1월4일~6월28일 기준)은 평균 7.59%다. 반면 김포 일대 아파트값은 2.46%로 상승폭이 수도권 평균에 비해 3분의1 수준이다. 특히 강남 직결이 취소된 GTX-D 계획 발표 후 김포 일대 아파트값 상승은 사실상 멈췄다.



GTX 정차에 함박웃음?


연일 신경이 곤두선 김포와 달리 왕십리와 인덕원엔 웃음꽃이 피었다. 총 사업비 4조원이 투입되는 GTX-C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왕십리역·인덕원역의 추가 신설을 제안해서다. 기존 10개 정차역에 왕십리역·인덕원역 2개가 추가되는 셈이다.

아파트값은 즉시 움직였다. 인덕원역 인근인 경기 안양시 동안구는 올 상반기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 16.59%를 기록했고 의왕시는 20.57%로 상승률 전국 1위에 올랐다. 안양시 동안구와 의왕시 아파트에선 단지 이름에 ‘인덕원’을 넣기 위해 주민들이 눈에 불을 켜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벌어졌다.

2000년 준공해 입주 21년 차를 맞는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삼성래미안’은 최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아파트 단지 이름을 ‘인덕원 삼성래미안’으로 변경키로 결정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 공고에서 “GTX-C 인덕원역이 확정되며 인덕원의 지명도가 높아지고 경기 남부 교통의 요지로 떠오르고 있다”며 “아파트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명칭에 인덕원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근 관양동의 ‘평촌 더샵 센트럴시티’ ‘동편마을3단지’와 의왕시 내손동 ‘포일자이’, 포일동 ‘포일 숲속마을 3·4·5단지’ 등도 단지명에 인덕원을 포함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교통 호재가 집값에 반영되는 정도는 착공·완공·개통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착공한 노선 주변은 이미 집값이 오른 상태라 향후에도 계속 똑같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통사업은 도중에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도 높은 만큼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투자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교통 개발로 얻는 이익을 사회로 환수해 재투자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GTX 개발로 집값이 오르는 것은 부작용이 아닌 당연한 반응”이라며 “현재 국내 보유세의 낮은 실효세율을 고려할 때 불로소득에 해당하는 개발이익이 ‘토지초과이득세’와 같은 방식으로 환수해 주민 공공시설 등에 재투자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수지 기자 joy822@mt.co.kr
 

김노향·강수지
김노향·강수지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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