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오디세이] 엄정한 제재? 뻔한 솜방방이…정지택 총재의 깨진 약속

리그 중단 초래한 '방역 수칙 위반' 선수 징계 수위 약해 팬을 잃은 프로야구, 출범 후 최대 위기 경각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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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택 KBO 총재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21.3.3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정지택 KBO 총재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21.3.3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호텔 방에서 외부인과 술자리를 가진 키움의 한현희와 안우진에게 36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500만원의 징계가 내려졌다. 한화의 주현상과 윤대경은 10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200만원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 속에 부적절한 행동으로 공분을 샀음에도 강력한 처벌과는 거리가 멀다. 애초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솜방망이 처벌이 불가피했는데,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정지택 총재가 자초한 문제다.

KBO는 23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선수 4명과 소속 구단인 키움, 한화의 방역 수칙 위반에 관해 심의했다.

KBO는 "해당 선수들이 코로나19 확산이 사회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정부의 수도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위반했고 프로선수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본분을 지키지 않은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며 징계를 결정했다.

뻔뻔하게 '우리는 방역 수칙을 위반하지 않았다'던 키움과 한화 구단에 대해서는 허술한 선수단 관리에 진술 누락으로 리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각각 1억원과 50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예상대로 엄벌을 내리지 못했다. 앞서 솜방망이 징계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NC의 박석민,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은 같은 사유로 72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1000만원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NC 선수 4명은 서울 원정 숙소에서 외부인 여성 2명과 술을 마셨다가 백신을 접종한 박민우를 제외한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술판으로 인해 프로야구는 방역이 뚫렸고, 결국 리그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특히 허위 진술로 역학 조사에 혼선을 일으키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개인의 일탈을 넘어 매우 무거운 사안인데 과거 품위손상행위와 비교해 너무 약한 처벌이었다. 이에 보여주기식 징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자기 발목을 잡은 꼴이 됐다. 키움과 한화 선수의 징계는 NC 선수들보다 수위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NC 선수 4명은 방역 수칙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 장시간 술자리를 가진 반면 키움과 한화 선수가 방역 수칙을 위반한 시간은 '8분'이었다. 상벌위는 이들이 방역 수칙을 위반할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키움과 한화 선수의 일탈이 코로나19 감염 경로가 되진 않은 것도 NC 선수들과 같은 징계를 내리기 힘든 배경이 됐다.

KBO 관계자는 "징계 수위를 놓고 상벌위 내에서 이견이 있었다. 일부 상벌위원은 더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이 상벌위원이 주장한 더 강력한 징계 수위도 72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1000만원까지는 아니었다.

KBO는 방역을 위반한 선수들에 대해 징계 가능한 근거를 총망라해 엄벌을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사회적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결과적으로 상벌위의 징계 사유는 품위손상행위, 하나뿐이었다.

이번 사태로 야구팬은 등을 돌렸고 프로야구는 공멸할 위기에 처해있건만, KBO와 상벌위는 냉정한 현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강력한 처벌은 부도덕한 집단이 된 야구계를 쇄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지만, 이마저도 스스로 잡지 않았다.

야구팬은 등을 돌렸고 프로야구는 출범 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 2021.3.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야구팬은 등을 돌렸고 프로야구는 출범 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 2021.3.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애초 정 총재부터 침묵과 늑장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정 총재는 이날 코로나19 방역과 선수 관리 실패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는데 리그가 중단한지 11일이나 지난 뒤였다.

지난 8일 이명기, 권희동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부터 정 총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정 총재는 이에 대해 "더 빠르게 사죄를 드리고 싶었지만 확진자 최초 발생 직후부터 연이어 이어진 여러 상황에 대한 수습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는데 궁색한 변명이다. 방역 수칙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지난해 말 제23대 KBO 총재로 선출된 정 총재는 신년사에서 "철저한 방역 지침을 마련해 안전한 2021시즌을 준비하겠다. 또한 일부 선수들의 일탈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교육과 엄정한 제재가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정한 리그 환경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으나 반년 만에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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