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물건 아냐" 입법예고…처벌수위 높아지고 '재물손괴' 적용못해

선언적 규정이나 동물학대 처벌 등 영향력 클듯 사체 처리 등도 논의 필요…"후속 입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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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뉴스1 DB © News1 조태형 기자
2020.11.27/뉴스1 DB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법무부가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며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우리 생활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에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단순한 문장만 있지만 이 한 문장의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법 98조에 따라 그간 동물은 '유체물'에 해당하는 물건으로 취급됐다. 이에 동물단체 등을 중심으로 개정 요구가 꾸준히 이어졌다.

법무부가 2018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법상 물건을 동물과 구별해야 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89.2%가 '구별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가 급증하면서 동물을 생명체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진 것도 이번 입법예고의 배경이다.

해외에서는 동물을 물건의 범주에서 제외하는 움직임이 수십년 전부터 있었다. 오스트리아는 1988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내용을 민법에 최초로 신설했고 독일과 스위스도 같은 내용의 법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간 동물단체와 일부 정치권이 동물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려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런 만큼 정부 부처인 법무부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주도적으로 나선 것에 의미가 적지 않다.

정안이 통과하면 실질적으로 우리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19일 오전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반려동물의 법적지위를 개선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7.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19일 오전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반려동물의 법적지위를 개선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7.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선언적 규정이지만…동물학대 등 처벌수위 높아질 전망

법무부는 개정안이 새로운 논의나 법안의 물꼬를 텄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규정이라기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선언적 규정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법무부는 개정안 통과로 동물에게 법적지위가 부여되면 동물학대 등의 처벌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법 체계와 생명으로 보는 체계에서 동물학대 등에 관한 처벌 수위가 같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심의관은 "판사가 판단할 때도 동물학대 처벌 수위나 동물 피해 배상 정도를 이전과 같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생각이 비슷하다. 수의사 출신 한두환 변호사는 "동물에 법률상 지위가 생기기 때문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며 "특히 동물학대시 처벌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법무법인 청음 반려동물그룹의 문강석 변호사도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있고 손해배상의 범위가 넓어지고 액수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동물을 다치게 하거나 살해했을 때 재물손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했기 때문에 재물손괴죄를 적용했다. 단 재물손괴죄를 적용하려면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에 처벌이 쉽지 않았다는 문제는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은평구에서 맹견 로트와일러가 소형견을 물어 죽인 사건에서 법원은 로트와일러 견주에게 고의성이 없었다며 재물손괴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물건 아니라 재물손괴죄 적용 못해…"후속 입법 필요"

관건은 재물손괴죄로 처벌하지 못할 경우 더 큰 처벌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 대목에서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고 봤다. 후속 입법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처벌이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의 채수지 변호사는 "현실적으로는 동물보호법 위반 보다 재물손괴죄를 더 가중해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며 "만약 (법이 개정돼) 재물손괴죄로 기소가 되지 않는다면 형량만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 변호사는 그런 점에서 "후속조치가 중요하다"면서 "후속 입법이 없다면 법 개정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동물이 물건의 지위에서 벗어나면서 생기는 입법 공백 문제도 있다. 이를테면 기존에는 차량으로 동물을 치어 죽게 한 뒤 사체를 치워도 '물건'이기 때문에 법에 위배되지 않았지만 개정안 통과 이후에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교통사고 등의 이유로 도움이 필요한 동물을 발견했을 때 사람에게 구조의무를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

문 변호사는 "개정안이 통과하면 가장 영향을 받는 것이 동물보호법일 것"이라며 "학대 혹은 관리와 관련한 처벌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무부는 개정안의 후속 조치로 반려동물을 강제집행 대상에서 배제하는 법안과, 반려동물이 죽거나 다칠 경우 소유자가 위자료나 치료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 중이다.

반려동물의 개념도 동물보호법이 인정하는 여섯 종류 외에 주인과의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새로 정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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