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님 너무하십니다”… 국토부도 반대하는 경기도의 공사비 깎기

[머니S리포트] 경기도 공공공사 예산 축소 논란-① : 단가 후려치면서 공공임대주택 잘 지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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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경기도가 발주하는 100억원 미만 공공공사의 공사비 삭감이 3년 만에 재추진된다. 예산 절감이 목적이다. 건설공사 현장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부실시공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이 같은 공사비 삭감은 건설업계와 중앙정부의 적정 공사비 정상화 정책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공사비 삭감 대상이 대형건설업체가 아니라 100억원 미만 공사를 수주하는 지역 중견·중소업체라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가 발주하는 100억원 미만 공공공사의 공사비 삭감이 3년 만에 재추진된다. 사진은 건설공사 현장에 방문한 김부겸 국무총리 /사진=뉴스1
경기도가 발주하는 100억원 미만 공공공사의 공사비 삭감이 3년 만에 재추진된다. 사진은 건설공사 현장에 방문한 김부겸 국무총리 /사진=뉴스1
경기도가 올 하반기부터 직접 발주하는 공사금액 100억원 미만의 소규모 공공공사에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표준품셈’보다 공사비 산정 기준이 낮은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방침이다. 경기도는 이전에도 100억원 미만 공공공사에 대한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골자로 한 조례 개정을 추진했지만 ‘중소건설업체 공사가격 후려치기’라는 업계의 우려와 경기도의회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에 경기도는 행정안전부의 계약 규정을 이용해 새로운 표준시장단가 방안을 마련했다. 표준품셈과 표준시장단가의 공사 예정가격(발주금액)을 각각 산출한 후 차액만큼 감액해 일반관리비율의 재량항목에 적용해 설계서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표준품셈 예정가격이 90억원, 표준시장단가가 86억원인 공사라면 4억원을 재량 항목으로 조정하는 것. 도는 이번 조치로 공공공사비를 4~5% 인하해 연간 약 1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부터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의 공사비 산정기준(표준품셈·표준시장단가)을 개정했다. 표준시장단가는 2015년 3월 도입됐지만 2016년까지 100억~300억원 공사에 한해 한시적으로 적용이 유예됐다. 표준시장단가는 주로 대형공사에 적용돼 표준품셈 대비 예정 가격이 최대 18%가량 낮다는 게 국토부의 추산이다. 이에 비춰볼 때 이번에 경기도가 표준품셈을 축소하기로 한 것은 입찰 가격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여권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8년 취임 직후부터 자치법규인 ‘경기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에 100억원 미만 공사 표준시장단가 제한을 삭제하는 개정안 상정을 추진했지만 그동안 경기도의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중소건설업체의 강제 저가 수주에 따른 폐업과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업계의 반발 때문이다. 중소전문건설업체 회원사로 구성된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경기도의 등록업체 수는 9221개사로 전국 4만9247개사의 18.7%를 차지한다.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100억원짜리 공사가 낙찰금액 78억원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공공사 평균 낙찰률은 예정가격 대비 80%대 안팎 수준이고 최근엔 이조차 못 미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공사금액을 가장 낮게 써낸 업체가 수주하는 ‘최저가 낙찰제’가 저가 수주 경쟁으로 인한 부실시공 우려를 낳아 2016년엔 ‘종합심사 낙찰제’(종심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조달청에 따르면 제도 도입 후 2016년부터 2021년 5월까지 종심제 평균 낙찰률 역시 78.6% 수준이다. 예정가격 100억원인 공사의 실제 공사금액은 78억원을 조금 넘는 셈이다.

이렇게 발주 과정에서 공사금액이 낮아지는데 표준품셈 폐지까지 더해지면 예정가격 자체를 더 낮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00억원 미만 공사 평균 낙찰률이 약 86.0%라고 추산하고 이는 역설적으로 공사 설계비가 14.0% 부풀려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표준품셈 대비 표준시장단가는 100억원 이상 사업의 경우 82.0%, 100억원 미만 적격심사(최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적격심사 기준에 따라 낙찰) 시 88.0% 수준이다. 공사금액이 적을수록 표준품셈과 표준시장단가 격차가 커지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사업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표준시장단가가 반드시 표준품셈보다 낮은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종 별로 표준품셈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대체로 규모의 경제에 따라 공사 규모가 크면 표준시장단가가 낮아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표준품셈과 표준시장단가 가운데 낮은 가격을 적용할 방침이다.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무조건 싼값에 공사해라?


공공공사는 도로·철도·교량 등 대규모 인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인프라 건설이 주를 이룰 뿐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주택 등도 해당된다. 공사비 삭감은 품질의 저하나 안전관리 문제로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책임연구원은 “LH 공공임대 아파트 품질이 나쁘다고 비판하는데 이는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영업이익률이 낮은 공공공사 특성 때문”이라며 “수익성을 따지기보단 공사비 수금이 안정적인 면에 주목해 공공공사에 의존하는 건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보니 돈을 적게 주고 지어달라고 하면 싼 자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전문건설업시장은 업체가 난립하는 문제가 있어 이윤이 적은 공공공사에 참여할 능력이 없으면 폐업하는 게 이론적으론 맞을 수 있다”면서도 “일자리 문제도 연관된 만큼 현실적으로 구조조정이 쉬운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경실련의 공사비 거품 주장은 일부 사실일 수 있다. 실제로 하·도급업체 등이 중간에서 이윤을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며 “다만 명확한 근거 없이 무작정 공사비를 줄이면 업체는 어떻게든 이윤을 남기기 위해 ‘갭’을 메울 수밖에 없고 이것이 쌓여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토부도 경기도의 조치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번 사태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대립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표준시장단가와 표준품셈은 대형공사와 소형공사의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공사비를 결정하고 관리하는 이유가 시설물 품질이나 이용자 안전 확보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무조건적인 예산 줄이기가 궁극적인 목표가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용어 설명] 표준품셈 vs 표준시장단가

▲표준품셈: 공사에 소요되는 자재·노무·장비비 등 1000개 이상 항목을 기준으로 정부가 정하는 공사비 산정기준. 정부가 표준품셈을 제시하면 발주기관이 이를 바탕으로 적정 공사비를 산출한다. 기획재정부 회계예규에 고시되며 통상 1년마다 조정된다. 수시로 변화하는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신기술·신공법 수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표준시장단가: 과거 수행한 같은 종류의 공사를 공종별로 입찰·계약·실제 시공가격을 조사해 만든 산정방식. 공사금액 100억원 이상에 대해 적용한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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