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릴레이 수주’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후판값에 2분기 실적 희비쌍곡선… 철강-조선 “하반기엔 양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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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 LNG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 LNG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영업익 2조2006억원’ vs ‘적자 8973억원’. 올해 2분기 철강업계과 조선업계 1위인 포스코와 한국조선해양 명암이 갈렸다. 포스코는 사상 최대 분기 성적을 거둔 반면 한국조선해양은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상반기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인상이 양사의 희비를 가른 주요 원인이다.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철강·조선업황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궈졌지만 뒤에선 하반기 후판가격 인상폭을 두고 물밑 협상이 치열하다. 



中후판수입도 52% ↓… 선가인상 카드 ‘만지작’


조선업계 ‘릴레이 수주’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7월28일 기준 한국조선해양은 7개월 만에 178척을 수주하며 올해 수주목표(149억달러)의 113%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71%, 74%의 수주목표를 기록했다. 양사 역시 올해 목표치 달성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글로벌 해운업계가 호황을 맞으면서 컨테이너선 발주가 크게 늘어난 데다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로 LNG(액화천연가스)·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 등 주력 선종에서 잇달아 수주 성과를 냈다. 

릴레이 수주에도 조선업체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철강업계가 글로벌 조선 시황 회복을 이유로 선박용 후판값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매년 반기마다 후판 가격을 협상하는데 철강사들은 올해 상반기 후판가를 톤당 10만원을 인상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기존 75만원보다 25만~40만원 인상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후판 가격이 최소 톤당 100만원에서 최대 115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선사들은 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금을 많이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선사와 선박 건조계약을 맺는다. 통상 계약에서 선박 인도까지는 2년이 걸린다. 후판 가격은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해 후판 가격의 급격한 인상은 부담이라는 게 조선업계 입장이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선박 제조원가에서 후판 비중을 20%로 가정하면 후판가격 40% 인상으로 8%의 원가 상승이 발생한다”며 “파이프와 엔진 등 부대 자재의 동반 인상을 고려하면 10% 이상의 선가 전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조선해양은 하반기 후판 가격이 최소 100만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공사손실충당금 8973억원을 2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2분기 8973억원의 적자를 냈다. 조선사들이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후판으로 물량을 대체하기도 여의치 않다. 

최근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철강 수급이 타이트한 가운데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은 탄소저감과 철강시장 안정화를 위해 수출에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34만9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나 줄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국은 최근 탄소저감 정책을 강력히 시행하려는 데 이어 수출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며 “중국이 환경규제로 철강생산을 줄이고 있는데 철강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서 자국 내 철강 수급은 당분간 상당히 타이트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주 넘치는 조선, 지금이 인상 적기”


현대제철 후판.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후판. /사진=현대제철
조선업계는 하반기 선가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상반기 수주를 두둑히 한 만큼 하반기 원재료값 인상 부담을 선가에 전가해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는 것이다. 조선업계가 상반기 공격적인 수주에 나선 이유도 하반기 급격한 원가 상승을 선가에 충분히 전가하기 위해서였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7월16일 기준 신조선가지수는 141.16포인트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신조선가지수 126포인트보다도 높다. 신조선가지수는 1998년 전세계 선박 건조 가격 평균을 100으로 기준잡아 지수화한 것으로 높을수록 선가가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 일본과 치열한 수주경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큰 폭의 선가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조선업계의 속사정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의 요구대로 115만원으로 결정될 경우 VLCC(초대형 유조선) 1척 건조에 추가되는 강재비용은 172억~193억5000만원에 이른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신조선가를 15.5~17.4% 인상해야 한다”고 관측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 수주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바로 대금을 받는 게 아니다”라며 “후판 가격의 급격한 인상은 재무상황을 부실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조선사들의 토로에 난색을 표한다.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후판 사업은 수년째 적자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5월12일 톤당 237.5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2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7월23일 기준 연초 대비 30% 210달러를 기록했다. 

철광석 가격 상승은 2년 동안 이어졌지만 철강업계는 조선업계가 위기를 맞은 이후 한동안 가격 인상을 자제해 왔다. 만약 하반기 후판 가격이 인상된다면 철강업계의 실적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글로벌 경기 회복과 제품 가격 인상 등으로 올 2분기 최대 실적을 썼다. 포스코는 영업이익 2조2006억원, 현대제철은 5453억원을 기록했다. 양사 모두 분기 기준 최대치다.
 

권가림
권가림 hidde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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